얼마 전에 국회의원 선거가 끝이 났습니다.
국회의원들은 표면적으로는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책들을 내놓지만 실제로 입법되는 것을 보면 여전히 한국 사회는 강남을 중심으로 하는 그들만의 리그에 가깝습니다. 국회의원들은 당을 떠나서 이런 그들만의 리그에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입법을 하게 마련입니다. 모든 국회의원이 그렇다고 보긴 어렵겠지만 그런 경향성 정도는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게 되고요.
말과 실천의 괴리야 인간인 이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지만, 이렇게 괴리가 생겼을 때 안하무인으로 처신하는 일부 국회의원을 보면서 정치참여에 대한 회의를 느끼는 국민도 많습니다. 이번 선거율이 60%라는 것은 10명 중 4명은 참여하지 않았다는 얘기인데, 사람들은 화가 정말 많이 나거나 회의주의가 깊어질 때 정치참여를 하지 않는다고 봅니다.
서두가 길었는데 김승섭은 연구하는 의사입니다. 임상에서 환자 보는 의사가 아니라는 것이죠. 하지만 그의 연구는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합니다. 김승섭 같은 인물이 국회의원이 되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서두가 길었고요.
의사로서 돈 잘 벌 수 있는 기회보다 어떻게 하면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에 힘을 실을 수 있을까에 관해 이미 20대 때부터 치열하게 고민해 온 것 같고, 저자의 현재 행보는 그 고민의 결과로 보입니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의 에필로그에 담긴 다음 문장이 인상적이에요.
"저는 세상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지만, 제가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그런 경험들을 계속하고 그것들에 대해 함께 아파하고 기뻐할 수 있는 감수성을 간진할 수 있기를 또 길러나갈 수 있기를, 그것이 가능한 삶을 살았으면 하는 욕심이 훨씬 커요. 어찌 보면 지극히 이기적인 것이지요. (중략) 아름다운 사회는 나와 직접적으로 관계가 없는 타인의 고통에 대해 예민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사회, 그래서 열심히 정직하게 살아온 사람들이 자신의 자존을 지킬 수 없을 때 그 좌절에 함께 분노하고 행동할 수 있는 사회라고 생각해요."
책에는 쌍용차, 세월호, 가습기 피해자, 동성애자에 관한 얘기들이 담겨 있습니다. 보다 정확히 말해, 사회나 기업의 부당한 압력이 한 사람의 몸에 어떻게 상흔을 남기고 때로는 죽음으로 이끄는지에 관한 연구 기록입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한국 사회의 감수성이 계속 발전하고 있다고 여기지만, 차명진 같은 사람이 세월호 참사에 관해 막말을 하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갈 길이 멀었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런 발언에도 불구하고 차명진은 30%의 표를 얻어갔으니까요.
타인의 아픔을 내 아픔처럼 느끼면서 타인의 아픔에 관해 지속적으로 연구를 하고 연구 결과를 공론화시키는 저자의 노력에 존경을 표합니다. 책의 내용은 사실 새로울 것이 별로 없었지만, 사회적 약자에 대한 최소한의 공감 능력을 유지하면서 괴물은 되지 않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자신의 안녕에도 이로울 수 있지 않을까, 이 책 읽으며 다시금 되새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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