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youtube.com/watch?v=v7sRagyjNwk
글렌 가바드 강의입니다.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2018년에 강의했던 것 같고요.
정신의학은 생물학, 유전학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환자의 주관적 경험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것, 후자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이를 위해 Self의 복합적인 차원을 얘기하기도 하고요. 특히 현상적으로 기술될 수 있는 환자의 외적 차원과 내적 경험 간의 괴리를 좁히는 것이 심리치료자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하는 부분이 귀에 들어옵니다.
우리가 보통 스스로를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명백히 보는 것을 스스로도 못 볼 때가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치료 장면에서 '의식되지 못 한 나'를 알아차려 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할 수 있겠고요. 스스로에 대한 지각이 너무 부정적인 쪽으로만 편향돼 있다면 보다 큰 맥락 안에서 자기 지각의 균형을 잡을 수 있게 도와줄 필요도 있습니다. 이것도 결국 의식되지 못 한 나를 알아차려 나가는 과정일 것입니다.
임상 사례를 통해 이를 설명하기도 하는데요. 친부의 성적 학대를 6세부터 12세까지 당한 40대 여성 환자에 관한 사례입니다. 가바드는 이 환자가 스스로에 대해 지닌 나쁜 느낌을 완화시킬 수 있게 돕는 한편, 남편에 대해 성적인 감정을 전혀 느낄 수 없는 것이 과거 성적 학대 상황에서 스스로를 해리시켜야 할 수밖에 없었던 것에 연관됨을 강조합니다. 생존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반응이었다고 환자의 경험을 타당화하고요. 이런 타당화 과정을 통해서 아마도 환자는 자기의 것이 아니라고 무의식으로 밀어버렸던 감정 경험을 자기의 일부로 다시 통합시키는 실마리를 찾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게 됩니다.
치료는 이처럼 1) 환자가 살아온 역사를 통해 환자의 주관적 경험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2) 의식하는 부분과 의식하지 못 하는 부분을 통합할 수 있게 도우며 3) 특히 대인관계에서 무의식적으로 재연되는 주요타인과의 관계를 의식의 영역으로 끌어올림으로써 가능하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정신역동적인 사례개념화와 치료의 과정이기도 하고요.
심리치료에서는 증상 자체보다 증상을 야기하는 성격적 토양을 다루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이 강의의 요점인 것 같습니다. 제일 마지막 슬라이드로 이와 관련된 크레펠린의 말을 인용하고 있기도 합니다. 환자가 어떤 증상을 지녔는지보다 환자가 어떤 ‘사람’인지가 중요하고, 마찬가지로 ‘또 다른 환자로서’ 심리치료자가 어떤 ‘사람’인지도 중요합니다. 가바드가 정신과 의사이긴 하지만 심리치료는 의사와 환자의 만남일 때 가능하지 않으며, 사람과 사람의 만남일 때 가능하다고 보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고요.
역동정신의학이라는 책으로만 알던 가바드를 이렇게 강연을 통해서 보게 되니 더 신뢰가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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