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에 26권의 책을 완독했습니다. 한 달에 4권 읽는 것이 목표인데 목표 달성했습니다. 대부분의 책을 리뷰로 남겼고요. 아래 링크에서 책목록과 각각의 리뷰 링크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www.notion.so/daa9a330f226405083dd6b8666a2b1d1?v=f6c91ec2eeb94a60874ecc7430ef366b
책 사는 데 들어가는 돈도 무시 못 할 수준이라 제가 사는 지역의 전자도서관에 올라와 있는 책 위주로 읽습니다. 시의 재정이 괜찮은지 인기 있는 신간도 눈에 띄지만, 아무래도 제가 읽고 싶은 책은 없을 때가 많아서 아쉬움이 있습니다.
상반기에 읽었던 책 중 베스트 다섯 권을 꼽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읽은 순서대로 정리해 봅니다.
애착
- 대상관계 이론을 지향하는 사람이 아니라 하더라도 애착이론은 임상가가 필수적으로 알아야 하는 기본적인 부분일 수 있고, 2차 저작을 통해서 접하기보다 원전을 읽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 책 읽으면서 많이 느꼈습니다. 원저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김창대 교수의 번역이 국보급이라 애착이론에 관한 피상적인 이해를 넘어서기에 아주 좋은 책입니다. 어려운 내용이지만 존 볼비의 문체 자체가 상당히 친절합니다. 예를 많이 들어서 설명하는 편이라 추상적인 개념에 질색하게 될 일은 없고요. 번역도 잘 돼 있으니 비교적 술술 읽힙니다.
영어책 10번만 읽으면 네이티브 된다
- 그래머인유즈 문법 책을 몇달에 걸쳐서 낭독하게 만든 책입니다. 영어공부를 하는 태도? 접근방식? 그런 것들에 대해서 많이 배웠고, 실제로 실천 가능한 팁들을 많이 제시하기 때문에 저 또한 저자의 학습 방식과 태도를 통해 행동이 많이 변화될 수 있었습니다. 높은 점수를 주고 싶어요. 저자의 블로그에 영어 학습에 관한 유용한 정보들이 많이 업데이트 되니 시간내서 들러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최근에는 영어 습관과 관련한 단톡방이 개설된 것 같네요.
공부 중독
- 대한민국이라는 사회에서 공부가 계층상승의 통로가 될 수 없게 된 지 오래임에도 여전히 이러한 신화가 공고히 유지되고 있는 부분을 저자들의 현장 경험과 함께 세세히 들여다보는 책으로 읽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이미 계층 사다리의 상층부에 있는 사람들은 아랫 사람들이 못 올라오게 물량공세로 비가시적인 진입장벽을 만듭니다. 이 벽을 넘어설 확률은 일반인이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를 확률과 비슷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요. 승산 없는 싸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학부모들이 아이 사교육비에 과잉지출합니다. 이 과정에서 아이가 체득하는 것은 공부를 위한 공부이고 삶에서의 실천은 찾아보기가 어렵게 된다는 지적이 특히 와닿고요.
공부 백날 해봐야 삶이라는 현장에 적용해서 몸으로 체화하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기왕이면 공부한 것으로 나도 좋고 남도 좋을 수 있는 어떤 작은 실천이라도 하는 것이 참공부라는 생각이 들어요. 내용은 무겁지만 엄기호와 하지현의 대담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고 쉽게 읽힙니다. 엄기호가 주로 대담을 리드하고 하지현이 잘 받쳐준다는 느낌이에요.
미움받을 용기
- 5년 전에 대유행했던 책인데 뒤늦게 처갓댁 서가에 꽂혀 있던 것을 꺼내 읽어 봤습니다. 아들러 심리학은 여전히 뭐가 뭔지 잘 모르겠지만, 자신의 선택과 결단을 중시하는 실존주의적인 태도가 공감됩니다. 어떤 치료이론이든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내가 어찌 할 수 없는 것은 수용한다는 대전제를 공유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다른 사람의 마음은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내가 다른 사람에게 인정을 받길 원한다고 해서 그 인정이 늘 주어지는 것은 아니죠. 비판 받을 수도 있고요. 그런 것에 일희일비하는 것도 지극히 인간적이고 보편적인 모습이라고 생각하지만, 궁극적인 지향은 '아니오. 사양하겠습니다'의 마음으로 다른 사람의 인정보다 내가 원하는 바에 더 무게를 두는 삶의 자세여야 한다는 배움을 얻습니다. 언뜻 보면 이기적으로 보일 수도 있는 부분이지만, 어설프게 이타적으로 행동하다가 원망이 쌓이는 것보단 건강한 태도로 여겨집니다.
염증에 걸린 마음
- 이 책은 이론서지만 대중적인 문체로 씌었기에 역시나 쉽게 읽힙니다. 몸과 마음의 이분법은 이제는 철지난 얘기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임상 현장에서 이런 이분법적인 구분은 여전히 유효하고 막강합니다. 자본은 마음이라는 추상적인 언어보다는 몸이라는 구체적인 언어를 선호하고 그렇기 때문에 뇌과학이나 유전자와 같은 생물학적 연구들에 더 많은 돈을 쏟아 붓습니다. 신경생리학적 기전을 지닌 알약으로 우울증이나 파킨슨병을 치료할 수 있다면 시간적인 측면에서나 비용적인 측면에서도 환자/치료자/제약회사 모두에게 그것만큼 좋은 일은 없겠죠. 그런 알약을 하나 개발하려고 제약회사에서 막대한 돈을 투자하고 있으나 최소한 정신과만 놓고 봤을 때 80년대 말 90년대 초반의 프로작 이후로 대박을 터뜨린 그런 약은 없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입니다. 정신과 약물치료는 30년 동안 답보 상태라는 것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약개발이나 뇌/유전자 연구 등에만 돈이 흐르니 정작 마음에 초점을 맞춘 다양한 치료들은 정신과 현장에서 외면 받기 쉽습니다. 그런 것을 해서는 시간대비 돈이 안 된다고 보는 것이죠. 어쨌든 병원도 표면적으로야 비영리를 추구하지만 누구나 아시다시피 철두철미하게 영리적인 기관이고 사기업과 다를 게 없습니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병원이라고 예외일 수 없으니 (진료)시간대비 수익을 중시하는 경향을 이해할 수 있겠으나, 저자는 이런 실태를 신랄하게 비판합니다. 만병통치약 파는 약장수에 빗대는 수준이고요. 더 많은 환자에게 더 많은 (만병통치)약을 팔려고 하는.
이런 맥락에서 저자는 염증이 우울증을 직접적으로 야기할 수 있다고 보지만 그렇지 않은 우울증도 있기 때문에 생물학적인 측면에서만 접근할 게 아니라 마음의 측면 그리고 마음을 둘러싼 환경적 측면에서도 동시적으로 접근하는 게 중요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어찌 보면 상식적인 주장이지만 그 상식이 영국이든 미국이든 한국이든 실제 치료 현장에 적용이 안 되는 면이 많기 때문에 저자의 주장이 더 호소력을 갖게 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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