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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서평

Mindfulness and Psychotherapy (1판) / Christopher K. Germer 등

by 오송인 2020. 6.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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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챙김 명상의 치료적 가능성은 존 카밧진 등에 의해 1980년대 초중반부터 타진이 되어 왔으나 본격적으로 연구되기 시작한 것은 아마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 무렵부터가 아닐까 합니다. fMRI 등 뇌 영상 촬영 기술의 발달과 궤를 같이 하는 것 같고요.

 

올해 3월 말부터 세 달에 걸쳐 읽은 Mindfulness and Psychotherapy는 2005년에 1판이 나왔습니다. 아직 연구 성과들이 미흡하던 시기에 마음챙김 명상의 치료적 활용이라는 주제로 나온 아마도 첫 교과서라는 데 의의가 있어 보입니다. 이 책이 답하려는 질문은 아래와 같습니다. 책의 서문에서 발췌한 것입니다.

 

• What is mindfulness, really? 

• Is mindfulness a new therapy, or a common factor in all therapy? 

• What does sitting on a cushion in meditation have to do with relating in psychotherapy? 

• What can a mindfulness approach offer to patients suffering from particular conditions, such as anxiety or depression? 

• How and when should mindfulness be introduced into psychotherapy? 

• Can mindfulness help with severe conditions, such as trauma, personality disorders, or psychosis? 

• What can mindfulness meditation accomplish that therapy cannot, and vice versa? 

• What is the role of ethics in mindfulness practice and healing in general? 

• Can modern brain science contribute to our understanding of mindfulness? 

• Is mindfulness in therapy incompatible with its ancient roots?

 

책을 다 읽은 후에 다시 이 질문을 읽어 봐도 질문이 어렵게 느껴지기는 매한가지입니다. 다만 마음챙김의 철학적 배경이나 실천 방법이 인간이 보편적으로 경험하기 마련인 고통에서 파생되는 괴로움을 감소시킬 수 있는 효율적인 접근 방식이라는 데 공감했습니다. 고통은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지만, 고통을 대하는 저마다의 방식에 따라 괴로움이 증폭될 수도 있고 감소할 수도 있다는 사실은 심리치료자로서나 한 명의 개인으로서나 큰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제가 생각하는 심리치료는 개인의 서사를 다시 쓰는 것에 가깝습니다. 즉 한 개인의 인생 이야기를 상담자와 내담자가 다양한 각도에서 조망하는 가운데 보다 유연하고 현 상황에 더 부합하는 서사로 다시 쓰는 작업에 가깝습니다.

 

이런 패러다임은 사실 마음챙김의 근본적 화두 가운데 하나인 '무아'의 경지와는 반대되는 것입니다. 

 

Ironically, in the formulation offered by Buddhist psychology, the successful effort to establish a more stable sense of identity, self-esteem, self-efficacy, and the like, is often seen as the condition of “pathology,” a delusion from which the path of mindfulness meditation begins. The achievement of a sense of self is the problem it addresses. p. 41

 

'나'라고 하는 망상을 버리는 데까지 나아가는 것이 마음챙김 수련의 목표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 정도까지 가는 것은 범인에게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인 것 같고요. 심리치료에서는 아래 인용한 것과 같이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비롯해 모든 내적 경험이 늘 변화하고 있음을 마음챙김(혹은 자기감찰)할 수 있게 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성과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자기나 타인에 대한 부정적인 신념이 과거 언젠가는 유용했을지 모르겠으나 현 상황과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을 저해하고 있다는 통찰을 갖게 되는 것이 심리치료의 이득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겠고요. 

 

Mindfulness leads to insight, and insight leads to wisdom. The kind of insight referred to in this context is not the conceptual insight into one’s personal narrative, but a more visceral and intuitive glimpse of the conditioned, constructed, changeable, and impersonal nature of our mental and physical life. p. 259

 

마음챙김을 치료에 활용하고자 하는 분이라면 한 번 읽어볼 만한 책이지만, 여러 저자가 참여하다 보니 조금 산만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마음챙김의 관점에서 심리생리학적 장애와 통증의 메커니즘을 다루는 9장은 이 책의 백미입니다. 9장은 꼭 한 번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아래 9장 관련 포스팅 두 편 링크해 둡니다.

 

2020/05/25 - [clinical psychology/상담 및 심리치료] - 통증과 함께 살아가기

2020/05/22 - [영어공부/원서 읽기] - 허리 통증에 대한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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