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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서평

일 빨리 끝내는 사람의 42가지 비법 / 요시다 유키히로

by 오송인 2020. 7.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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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야 할 일은 넘쳐나는데 시간은 한정돼 있기 때문에 업무 시간에 일을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방법에 관한 관심이 최근 부쩍 높아졌습니다.

 

 


 

싱글일 때는 칼퇴를 해야 한다는 압박이 없었기 때문에 세월아네월아 남들 일할 때 딴짓 하다가 저녁 11, 12시 차를 타고 집에 들어가는 일이 종종 발생하기도 했고요. 열심히 한다고 했지만 이제 와서 돌이켜 보면 아주 비효율적인 방식으로 일할 때가 많았던 것 같아요.

 

아이가 둘인 지금은 이렇게 나태하게 살 수가 없는 게 퇴근 후에 집에 오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습니다. 아이들이 둘 다 아직 어려서 손이 많이 갑니다. 그리고 저희 아이들은 잠도 별로 없어서 주말 오전에도 뭘 하기가 어렵고요. 10-11시 사이에 아이들 자면 그 때서야 뭘 좀 해 볼 수 있지만, 이 때는 또 남은 집안일 하는 (토끼의 탈을 쓴 호랑이) 와이프와 발걸음을 같이 해야 신상에 유익하기 때문에(^^;) 편하게 책보고 앉아 있을 여유가 없습니다. 이래저래 집에서는 뭘 해야겠다고 생각하면 안 되겠다 싶으니 업무 시간에 다 처리해야겠다는 강박이 생겼고, 그래서 정말 분초단위로 강박적으로 일해서 수많은 일을 처리해 냅니다. 예전에 제 수퍼바이저는 늘 새벽같이 출근하셨는데 이제 이해가 이백프로되네요.

 


 

다만 수명이 단축되지 않을까 염려되기 때문에 힘을 들여야 할 때와 뺄 때가 언제인지 머리가 그나마 가장 잘 돌아가는 시간이 언제인지 등을 생각하며 행동합니다. 이 책에서도 권하는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아무래도 정오 전까지 머리가 가장 잘 돌아가기 때문에 오전 시간에는 머리를 굴려야 하는 일들 위주로 처리합니다. 심리평가 진행 및 종합심리평가 보고서 작성이라든지 심리평가 수퍼비전 준비, 상담 사례개념화 등이 그런 작업의 예입니다. 오후에는 기계적으로 처리해도 괜찮은, 머리 덜 쓰는 일들 위주로 진행합니다. 하루 세 쪽씩 루틴하게 읽고 있는 원서들이라든지 상담회기 다시 들어보며 타이핑하는 일이라든지 그런 일들 위주로요.

 

예전에는 모든 일에 전력투구하는 편이었고, 사실 그건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나이를 먹어갈수록 체력이 저하되는 게 느껴지고 아마 불혹을 넘기면 더 그럴 것이기에 이제부터라도 일의 강약을 조절하려 의식적으로 노력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제가 쓰는 모든 심리평가서에는 문장마다 그렇게 말하는 근거가 되는 검사 사인을 달았습니다. 수련생 때 그렇게 배운 버릇이 전문가 5년차 되기까지 이어진 것인데, 이렇게 해서는 많은 로딩을 감당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리고 다른 전문가들 보고서를 받아서 보게 될 때가 간혹 있는데 검사 근거를 안 다는 전문가도 있더군요. 근거를 달고 안 달고는 각자의 판단이지 정답이 없기 때문에 저는 근거를 안 달거나 최소한으로 다는 방향으로 선회했습니다. 자신이 보고서상에서 말하고자 하는 논지가 스스로에게 명확하다면, 어차피 검사 결과를 요약하는 테이블상에 수치화된 점수들이 어느 정도 제시되기 때문에 다른 전문가가 제가 쓴 보고서를 보게 될 것을 염두에 둔다하더라도, 굳이 근거를 달지 않아도 된다고 봐요.

 

초자아가 비대해서인지 뭔지 몰라도 정공법으로 가지 않는 것에 대한 저항감이 있었는데 이제는 내려놨습니다. 체력 떨어지면 초자아의 요구에 자아가 일일이 부응하기가 어렵더라고요. ㅎㅎ 나이를 먹으면서 꼰대스러워지는 부분도 있지만 좀 체념하고 내려놓게 되는 부분도 분명 있어 보입니다. 나쁘게 말하면 잔머리지만 좋게 보면 융통성이 생기는 것이겠죠.

 


 

책 내용은 별로 언급을 안 하고 제 얘기만 늘어놓는 것 같아서 조금 민망하네요. 아무튼 이 책에는 깨알같은 노하우가 많습니다. 아마 일잘러들이라면 이미 실천 중인 것들이 대부분일 테고요. 예를 들어 점심시간을 활용하여 업무 처리의 효율을 높이는 방법이라든지(제 경우 점심에는 보통 허리 건강을 위해 걷는 편이지만 오늘은 남은 업무 시간이 빠듯해 읽어야 할 원서 분량을 처리했습니다), 스케줄을 너무 꽉 채워놓지 않는 것이라든지(제가 제일 못 하는 부분입니다), 노트 한 권에 모든 메모를 한다든지(전 노션에 제가 하는 모든 프로젝트와 아이디어를 정리합니다), 너무 많이 생각하지 않고 일단 뭐라도 실천하면서 시행착오적으로 문제해결한다든지, 다른 사람들에게 공개적으로 자기 목표를 알린다든지 하는 것들 말이죠. 이 책은 인간관계를 활용하여 일의 효율을 높이는 방법이라든지 감정을 조절하여 탄력성을 높이는 방법에 관해서도 말합니다. 42가지 방법 하나하나가 재미있게 읽히고 공감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무슨 대단한 비법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여기 제시된 42가지 방법들 중에 본인에게 맞고 더 끌리는 방법들이 있을 테니 그것부터 시작해 보면 업무효율 향상에 득이 있을 것으로 여겨집니다. 저는 에필로그에서 본인이 정말 하고 싶은 일(그게 밴드에서 기타치는 것이든 영어공부든 간에)을 찾아 그 일을 하기 위한 시간을 만들기 위해 일을 빨리 끝낼 방법들을 궁리하라고 조언하는 부분이 제일 인상적이었어요. 정말 맞는 말이죠. 저는 칼퇴를 목표로 타임테이블 빽빽하게 많은 일을 처리하다 보니 실상 번아웃된 채로 집에 와서 저녁 먹고 퍼집니다. 당연히 와이프 구박 받을 때가 많아요. 하지만 어쨌든 집에 제 때 오면 애들 목욕을 시키든 밥을 먹이든 똥기저귀를 갈든 간에 해야 할 일을 조금이라도 더 하게 돼 있습니다.

 


 

일을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서 일 하나를 늘리면 뭘 하나 빼야 한다는 황금율을 지키지 못 하기 때문에 번아웃될 때가 많고, 이 황금율을 이제는 지켜야 한다는 절박한 마음이 있어요. 이게 지켜지면 아마 집에 와서도 좀 더 생기 있는 발랄한 모습으로 아이들과 놀 수 있을 것 같고요. ㅜㅜ 여러모로 일과 가정 모두에서 어떻게 밸런스를 맞출 수 있을까 고민하는 아빠들에게 생각할 거리와 해결책을 던져주는 좋은 책입니다. 일본 저자들의 자기계발서는 대체로 가볍고 재미있기 때문에 킬링타임용으로 보기도 하지만 때로는 이렇게 삶의 근본적인 문제들을 생각해 보게도 하네요.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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