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npr.org/2019/04/29/718227789/all-the-worlds-a-stage-including-the-doctor-s-office
신약의 효과 검증을 비롯한 모든 과학적 연구방법론의 근간이 되는게 처치집단을 플라시보 통제집단과 비교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신약이 플라시보에 비해 진짜 효과가 있는지 확인할 수 있어야 그 약의 효과를 제대로 검증한 것이라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팟캐스트에서는 플라시보 효과가 신약뿐만 아니라 외과적 수술에서도 처치집단과 별 차이가 없었다고 보고합니다. (논문: https://www.nejm.org/doi/full/10.1056/NEJMoa013259)
실제 수술과의 비교에서 이런 결과가 났다는 게 놀랍고, 처치 그 자체보다 치료자에 대한 환자의 믿음이 신체적 증상이나 통증 개선에 더 중요할 수 있음을 암시합니다.
연구에서 인터뷰이 중 한 명으로 등장하는 Ted J Kaptchuk의 2008년도 연구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즉, 아무것도 안 하는 waiting condition / placebo condition / placebo + warm interaction condition(a patient-practitioner relationship augmented by warmth, attention, and confidence)을 비교합니다. 결과는 웨이팅 조건에 비해 다른 두 조건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더 나은 증상 개선이 있었고, 특히 단순 플라시보 조건에 비해 치료자의 의식적인 공감적 상호작용 노력이 더해진 플라시보 조건에서 더 나은 증상 개선이 있었다고 합니다.
Kaptchuk의 또 다른 연구에서는 플라시보 조건과 아무것도 안 하는 조건을 비교하는데 이 때 플라시보 조건 환자들에게 당신은 플라시보 조건이라고 말해줍니다. 원래 플라시보 컨트롤 조건에 할당된 사람에게 플라시보 조건이라고 얘기해 주지 않는 것이 정석인데, 이런 '기만'을 제거한 상황에서도 효과가 있는지 보려는 것이죠. 이 연구에서 플라시보 조건에 할당된 한 명의 실제 참여자가 인터뷰이로 나와 자신의 경험담을 얘기합니다. Kaptchuk와 면담하고 나오면 ‘바디마사지’ 받는 것 같았다고 표현하며 치료자에 대한 무한 신뢰를 보여주고 있고, 실제로 과민성 대장 증후군 때문에 일상생활의 심한 제약이 장기간 지속돼 오다가 이 연구에 참여한 이후 거짓말처럼 증상이 사라졌다고 하는 대목들에 자연스레 몰입이 됐습니다.
하지만 스웨덴 연구자 Asbjorn은 플라시보 컨트롤 스터디 수백 건을 메타분석했을 때 플라시보가 강한 치료 효과를 갖는다고 보기 어렵다는 말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증이나 오심과 같은 주관적 측정치에서 플라시보 컨트롤 그룹이 큰 효과를 보인 연구들이 있다고 말합니다. 이 팟캐의 호스트는 플라시보 컨트롤 그룹에서의 양상을 Kaptchuk처럼 미세하게 분석하지 않았기 때문에 메타분석에서의 결과가 미약했던 것일 수 있다는 시사점을 납깁니다.
플라시보 연구의 함의는 약이나 수술이 그 자체로 무익하다는 것이 아니라, 질병 개념에 근거한 그러한 생물학적/외과적 접근 이외에도 환자가 경험하는 괴로움에 주의를 기울이는 치료자의 감수성이 더 나은 치료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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