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을 인지치료 하는 사람이라면 제반 심리치료나 인지치료 기제를 잘 알아야 할 뿐만 아니라 우울증의 양상을 잘 알고 있어야 되고, 이에 관해 저자가 8가지 정도 소개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 우울증이 지각된 혹은 실제적인 대상 상실과 관련 있다고 말하는 내용이 젤 와닿네요. 그리고 우울증에서 자살시도가 많기 때문에 자살평가도 중요하다는 점에 눈여겨 보게 되고요. 인지치료의 한계로서 이 책이 씌어질 때만 해도 정신병(조현병이나 심한 양극성장애)에는 인지치료 효과성 검증된 바가 없어서 시행대상의 제약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네요. 30년이 흐른 지금은 거의 모든 영역에서 사용되고 있지만요.
인지치료를 배우고 시행하는 초보 치료자의 실수를 정리해 놓은 부분도 도움됩니다. 인지치료에서도 내담자-상담자 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하고, 막무가내로 이것저것 인지치료기법을 적용한다거나 너무 소극적으로 인지치료를 시행하는 것의 문제점, 내담자의 고유한 맥락을 무시하는 치료 접근의 문제점을 되짚어 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29쪽에 가르치려는 태도로서가 아니라 호기심을 가지고 내담자를 이해하기 위한 접근으로서 치료자가 질문을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내용을 새겨둡니다. 31쪽에 내담자의 경험을 내담자의 눈으로 바라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내담자 행동에 대한 상담자의 역전이를 다룰 때 유익하다는 것도 같은 맥락인 것 같고요.
그리고 1장 제일 끝에 보면, 치료적 관계 때문에 좋은 치료결과가 있었다기보다 내담자의 학습 결과로 좋은 치료결과가 나타난 것이라고 생각하고, 치료 자체도 내담자가 향후 잘 살아나갈 수 있게 하는 다양한 방법을 학습할 수 있게 돕는 데 목적을 두는 것이 중요함을 배운 게 제게는 작은 깨달음이었어요.
2장에서는 치료의 목표를 우울 증상 감소뿐만 아니라 긍정적 정서 향상에도 두어야 하고, 인지적 기법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감정을 인식할 수 있게 돕는 것이 선행돼야 함을 배웠습니다. 감정을 인식할 수 있게 도우려면 내담자가 어떻 환경/상황에 놓여 있는지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내담자 말을 액면 그대로 믿으면 안 된다는 것이 중요해 보이고요. 2장 초입에서 인지치료도 결국은 정서를 중요하게 여긴다고 강조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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