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공부는 고된 측면도 있지만 제게는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는 근원에 가깝습니다. 지속적으로 관심이 가고 호기심이 생깁니다. 아마 저자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습니다. 저와 차이라면 저자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언어에 관심이 많았다는 것이겠고, 한 우물을 파서 지금은 10개 이상의 언어에 능통한 원로 통역사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 책에는 언어와 친해지기 위한 십계명을 비롯하여 구체적인 언어공부 전략이 나와 있기도 하지만, 언어공부를 잘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라기보다 저자의 평생에 걸친 언어공부 사랑이 묻어나는 그런 책으로 읽힙니다.
저도 영어공부 시작한 지 햇수로 4년차고 오늘로 925일째입니다. 1000일을 코 앞에 둔 상황에서 이 책의 많은 구절에 공감했습니다.
저자는 언어를 배우는 데 타고난 재능 같은 것은 없다고 말합니다. 누구나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정진하면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이 언어공부라고 봅니다.
같은 생각입니다. 언어적 자질을 조금 더 갖고 태어날 수는 있겠지만 언어공부 아웃풋의 칠할은 들이는 시간과 동기에 의해 좌지우지 됩니다. 이 동기라는 것도 미리 주어진 어떤 것이라기보다 자신에게 맞는 학습법을 찾는 과정에서 사후적으로 생기는 측면이 더 강하다고 보고요. 동기가 있어서 공부를 하는 게 아니라 조금 관심이 생겨서 공부하다 보니 동기가 생긴다라는 말이 더 타당해 보입니다.
나머지 삼할은 “자신감과 열린 마음가짐”인 것 같아요. 영어공부를 시작했다가 중도하차하는 이유 중 하나는 자신감 아닐지요. 언어공부라는 게 단시간에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 아님에도 많은 사람이 몇 달 혹은 1-2년 공부하다가 가시적 성과를 얻지 못했다고 느끼며 포기합니다. 이렇게 되는 데는 자신감 부족도 한몫하는 것 같고요. 나름 열심히 했는데 성과가 없고 실력이 제자리 걸음이니 자신감이 저하되는 것이죠.
언어공부는 1-2년만에 극적으로 좋아지기 어려운 분야입니다. 그래서 저는 더 끌립니다. 5년 정도의 긴 호흡을 예상하며 매일매일 시간과 노력을 들이다 보면 저자가 주장하듯이 누구나 언어공부의 어떤 경지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 도달하는 데는 ‘하면 된다.’는 믿음이 있어야 하는데 이런 믿음이 곧 자신감일 수도 있겠습니다. 앞서 언급한 십계명 가운데 하나도 “스스로 언어 천재라고 굳게 믿어라!”입니다.
새해 결심의 리스트를 볼 때, 운동만큼 사람들이 갈망하는 분야가 언어공부 아닐까요. 2월의 끝이 다가오고 있지만 지금이야 말로 언어공부를 시작하기 좋은 시점입니다. 사실 긴 인생에서 언어공부하기 늦은 때란 없다고 생각해요. 한국인이라면 대체로 정규 교육 과정에서 독해 능력을 일정 수준 획득하니 oxford bookworms 시리즈나 penguin reader 시리즈 초급 단계부터 가볍게 접근해 보면 어떨까요. 저도 2018년 여름에 그렇게 영어공부를 시작했고요.
언어공부에 끝은 없지만 심리학 관련 원서를 (무려) 영어로 소개하는 팟캐스트를 런칭하는 게 5년 정도 후의 목표입니다. 언어공부에 매진하는 모든 이들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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