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 퇴행은 현재 겪는 갈등을 피해 동결되고 보존된 과거의 특정 시기로 돌아가는 '탈출' 기능을 한다. 또는 현재 한 개인이 고통과 어려움을 경험할 때, 환경과의 좋은 만남의 기억을 담고 있는 '좋은' 전성기기 상황으로 돌아가는 것도 퇴행이다. 이 두 상황 모두에서 퇴행은 갈등에 대한 방어로 간주된다. 183
발린트가 '기본적 결함the basic fault'이라고 불렀던 문제를 보이는 환자들에게는 위니코트가 '관리'라고 부른 것이 더 중요해지며, 전체적인 치료 세팅을 훨씬 더 직설적으로, 그리고 덜 상징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필요하다. 184
분석은 단지 기법을 연습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분석은 우리가 기본적 기법을 획득하는 데 있어 일정한 수준에 도달한 후에야 실천 가능한 것이다. 그때 비로소 우리는 과정을 따라가면서 환자와 협력할 수 있게 된다.187
나는 고통스러운, 그래서 가능만 하다면 기꺼이 피하고 싶었던 이 치료 경험을 통해서 개인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189
건강은 그 개인의 나이에 적절한 감정 발달의 성숙이며, 이때 성숙이란 단어는 이 성장 과정과 연관되어 있다. 189
본래적 실패 교정의 가능성에 대한 믿음이 잠재적인 퇴행능력으로 나타나는데, 이러한 퇴행의 존재는 복잡한 자아 조직이 존재한다는 것을 암시한다. (중략) 퇴행 현상 안에는 마치 퇴행을 정당화해주고 발달을 위한 새로운 기회를 제공해줄 호의적 조건에 대한 기대가 포함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한 발달은 본래의 환경 실패에 의해 불가능했거나 어려웠던 것이다. 190
실제 치료 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일련의 사건들이 일어난다. 197
1. 신뢰를 주는 세팅의 제공
2. 환자가 위험을 인식하면서도 의존으로 퇴행
3. 환자는 새로운 자기감을 경험. 지금까지 숨겨져 있던 자기는 점차 전체 자아에 자리를 내준다. 이때, 중단되었던 각각의 새로운 과정이 새로이 진전된다.
4. 환경적 실패 상황의 해동
5. 자아가 힘을 얻은 새로운 위치에서, 초기 환경적 실패와 연관된 분노가 현재에 느껴지고 표현된다.
6. 독립을 향한 정연한 진전 가운데 의존으로의 퇴행에서 귀환
7. 본능적 욕구와 소망이 진정한 활력과 에너지를 동반하여 인식되기 시작.
이 모든 과정이 계속 반복된다.
우리가 환자와 함께 치료사로서 과거로 돌아가 원래의 환경적 실패 상황을 대체시켜주지 못하는 한은, 참자기를 깊숙이 감춘 질병은 그것이 아무리 고통스럽더라도 환자에게는 유일하게 좋은 상태다. 197
붕괴를 겪는 데는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다. 사람들은 오히려 멀쩡함으로 도피할 수 있는데, 이는 우울에 대한 조적 방어와 비교될 수 있다. 197
이 이론에서 중요한 요소가 바로 관찰하는 자아에 대한 가정이다. 임상적 측면에서 매우 비슷한 두 환자라 하더라도 관찰적 자아의 조직화 정도는 큰 차이를 보일 수 있다. 199
태어나서부터 그 후 몇 개월간 엄마로부터 충분히 좋은 상황을 제공받은 환자만 분석할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하지만 정신분석이 그렇게 할 수 있었던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 그러한 종류의 분석은 점차 사라져가고 있다. 202
거짓자기의 발달은 참자기의 핵을 보호하기 위해서 고안된 방어조직 중 가장 성공적인 것의 하나이나 이는 허무감을 야기한다. (중략) 실제로 임상에서 기능적 중심이 거짓자기에서 참자기로 이동하는 순간, 심지어 자기의 핵이 전체 자아에 온전히 자신을 맡기기 전에도, 이러한 허무감은 인생이 살 만한 가치가 있다는 느낌으로 변화하게 된다. 203
무엇이 안도감을 주는가? 자신이 잘 분석받고 있음을 발견하는 것, 예리하고 정확한 해석을 할 수 있는 성숙한 사람의 책임 하에 신뢰할 만한 세팅 안에 있는 것, 그리고 자신의 정신과정이 존중받고 있음을 발견하는 것, 이보다 더 안심을 주는 것이 무엇이겠는가? 204
경계선 성격 조직을 지닌 내담자의 분석에서 퇴행을 어떻게 이해하고 치료적으로 활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다루는 챕터로 이해했습니다. 의식적인 과정은 아니라 하더라도, 조증적인 양상으로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 퇴행하기 위해서는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며, 퇴행의 징후를 잘 알아차려 엄마가 제공해 주는 데 어려움이 있었던 '충분히 좋은 상황'을 제공하는 것이 치료자의 역할임을 배웁니다. 충분히 좋은 상황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치료자가 역전이를 잘 알아차리며 '살아남는 것'이 중요하겠고요. 위니코트는 "분석가로서 살아남기"라는 개념을 제시했으나 이를 자세히 설명하고 있진 않습니다. 이번 챕터에서 아쉬운 부분입니다. 다만 퇴행이 충분히 발생한 이후 "초기 환경적 실패와 연관된 분노"가 표출될 때 이를 의존에서 자율로 넘어가는 과도기로 이해하며 지속적으로 안도감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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