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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서평

The Little Psychotherapy Book : Object Relations in Practice / Allan Frankland

by 오송인 2021. 8.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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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부터 세 달에 걸쳐 읽었습니다. 이 책은 <대상관계 심리치료 실제>라는 타이틀로 김진숙 교수님께서 번역하여 2019년 2월에 출간된 바 있습니다. 원서는 2010년에 나왔고요.

 

<단기역동적 심리치료>, <대상관계이론 입문>, <대상관계 부부치료>, <리딩 위니코트>까지 정신역동 심리치료에 관심을 갖게 된 이후 특히 대상관계 쪽 책들을 많이 보게 되는 것 같고, 이 책도 그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대상이라는 용어가 무엇인지 이 책에 개념 설명이 잘 돼 있어 옮겨 옵니다.

 

The term object was coined by Sigmund Freud in 1905. The term is used to convey the fact that sometimes people do not perceive others as they really are, but rather as they imagine them to be. <후략>

 

우리가 타인과 관계 맺을 때 실제 타인과 관계 맺는다기보다 타인에 대해 우리가 지닌 이미지와 관계 맺는데 이것을 대상으로 이해했습니다. 이 대상은 실제 타인이 아니라 우리의 욕구에 따라 그 좋고 나쁨이 결정됩니다.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것은 좋은 대상(good object)이고 욕구를 좌절시키는 것은 나쁜 대상(bad object)입니다.

 

영아기에는 이 좋은 대상과 나쁜 대상의 분리가 확연하여 한 사람에 대해서도 좋았다가 뒤돌아서면 금세 안 좋아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확히 몇 달인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아마 24개월 정도만 되어도 대개 한 사람이 좋을 수도 있지만 안 좋을 수도 있고 대체로 나쁘지는 않다는 것을 깨달아 가며 좋은 대상과 나쁜 대상의 통합이 이루어집니다. 대상항상성(object constancy)이 형성되며 대상에 대한 안정적이고 균형잡힌 정확한 정신적 심상을 지니게 되는 것입니다.

 

어떠한 이유로 대상에 대한 이러한 통합성 형성이 저해된 경우, 발달 과정에서 대인관계 어려움이나 정서적 어려움이 심할 수 있습니다. 자기/타인에 대한 느낌이 안정적이지 못하고 사소한 내외부 자극에도 균형을 잃기 쉽습니다. 이에 대상관계 이론에 기반한 심리치료는 분열된 대상 표상(과 자기 표상)의 통합을 달성하는 데 주안점을 두게 됩니다.

 

이를 위해 나쁜 대상과의 관계에서 비롯되는 내담자의 부정적 예측이 실제와 차이가 있음을 서서히 알아가는 과정이 치료이고, 이 과정에서 내담자가 투사한 것에 투사적 동일시로 반응하게 되는 치료자 자신의 행동을 알아차리는 것이 결정적일 수 있습니다. 반응하더라도 알아차리며 반응하는 것과 모르는 채 빨려 들어가는 것은 천지차이입니다. 후자 역시 불가피한 부분이 있지만 이의 반복은 치료 실패와 직결됩니다.

 

이 책에서는 H.O.R.S.E(Hear, Observe, React, Synthesize, Execute)접근을 통해서 치료자가 내담자 반응과 치료자 자신의 정서적 반응을 살피고 이를 내담자 이해에 통합시켜 적절한 치료적 개입으로 나아갈 수 있게 돕습니다. 즉 내담자가 하는 말이 무엇인지 잘 듣고(H), 중요한 주제가 무엇인지, 말할 때의 비언어적 단서는 무엇인지(O), 그것들에 대한 치료자 자신의 정서적 반응은 무엇인지 살핀 후(R), 치료자의 내담자 이해에 따라 어떻게 상담 과정과 내용을 조정해야 하는지 고려하여(S), 이를 실행합니다(E).

 

여기서 제가 중요하다고 느낀 부분은 React이며 저자의 설명처럼 이는 달리 말하면 역전이입니다. 역전이를 다루는 것이 대상관계 심리치료에서 중요한 이유는 내담자가 생애 초기에 대상과의 관계에서 통합시키지 못한 자기/타인 표상이 치료자와의 상호작용에서 투사되고 있을 때 이를 알아차릴 수 있게 하는 유일한 단서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병리가 심한 내담자와의 관계에서 경험하는 투사적 동일시는 평소와 다른 강한 감정과 충동성을 수반하기 때문에 치료적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행동을 하게 될 가능성을 높입니다. 이 책의 10장(Projective Identification), 16장(Verbal Attacks on the Therapist), 18장(Erotic Transference and Contertransference)은 역전이를 투사적 동일시의 관점에서 이해하여 치료적으로 활용하는 예가 나옵니다.

 

저자가 제시하는 또 다른 유용한 치료적 프레임은 C.O.S.T(Concrete, Others, Self, Therapist) 접근입니다. 내담자 발화에는 1. 액면 그대로의 내용 2. 타인 지각(타인표상) 3. 자기 지각(자기표상) 4. 치료자에 대한 지각이라는 네 단계 의미층이 담겨 있습니다. 1에서 4로 갈수록 무의식적이고 접근이 어렵습니다. 내담자가 상담실 밖에서 경험하는 관계에 대한 언급이 실상 치료자와의 관계에 대한 언급일 수 있다는 내용은 상담의 기술 같은 책에서 본 내용이지만, 이처럼 네 개의 층위로 구분하여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을 새롭게 알았습니다.

 

H.O.R.S.E 접근을 따라가며 C.O.S.T를 통한 사례 이해를 발달시켜 가는 과정을 Susan의 축어록을 통해서 조금은 배울 수 있지만, 실제적으로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상담 경험이 필요해 보입니다. 그 과정에서 맞닥뜨리기 쉬운 난제들, 이를 테면 치료에서의 침묵과 지루함, 경계 위반, 기능 수준의 악화(decompensation), 치료자의 조언/자기노출 등에 관해 각기 한 챕터씩 할애하고 있습니다. 치료 실제에서 벌어질 수 있는 여러 상황을 간명한 언어로 쉽게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초심 상담자에게 특히 많은 도움이 됩니다. 부록으로 실려 있는 이론 및 치료 관련 용어 정의도 알짜입니다.

 

 

2021.07.05 - [하루하루/서평] - 대상관계 부부치료 / 질 & 데이빗 샤르프

2020.12.16 - [하루하루/서평] - 대상관계이론 입문 / Lavinia Gome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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