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주차]
CHAPTER 12 Therapist Strengths, or Managing Your Countertransference
저는 상담을 하고 있으면서도 상담이 적성에 맞는가 라는 고민을 늘 하게 되는데요. 그래서 이번 챕터가 그닥 가볍게 읽히지만은 않았네요. 상담에서 치료자의 성격적 요인이 매우 중요하고, 특히 감정을 너무 억제/억압하지도 않으면서 감정에 몰두되지 않아야 하는 적정한 거리 유지가, 내담자에게 비공감적으로 되거나 내담자와의 관계에서 부정적인 역전이가 발생할 가능성을 낮추는 치료자의 성격 특성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장의 초반에 Marjorie 사례를 보면서 이런 hostile dependent transference를 보이는 내담자를 치료할 때 steadiness, warmth, optimal distance를 유지할 수 있을까 미묘하게 치료 조기종결을 내담자에게 유도하진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네요. 저자도 강조하고 있지만 치료자의 성격적 강점은 치료자 스스로의 정서를 조절하여 내담자에게 건강하고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반응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중요한데, 이제까지의 제 상담 경험을 돌아보면 이 부분이 많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게 하네요. 적대적인 역전이 감정이 들 때 너무 경계 설정을 확고히 하는 식으로 거리를 둔다거나 내담자에 대한 좋은 감정이 잘 안 드는 것 같아요.
[17-18주차]
CHAPTER 13 Psychopharmacology and Psychotherapy
약물치료와 심리치료가 병행될 때 시너지가 나지 않을까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시너지가 나더라도 그 효과가 미미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변수들에 따라 때로는 단독치료를 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는 게 새로운 배움입니다. 병행하더라도 저자가 art라고 표현하듯이 약이나 심리치료에 대한 환자의 감정을 고려하여 타이밍을 잘 조절해야 할 것 같고요. // 약이 환자의 질환과 자기를 분리시켜서 긍정적으로 기능할 수 있게 돕는 면이 있지만 약에 대한 우울증 환자의 부정적 전이에서처럼 낙인이나 처벌처럼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는 것을 상기하는 게 중요하겠다 싶어요. 저자가 의사이면서 심리치료자이기 때문에 양 측면을 고루 잘 반영한 느낌이에요.
cf)
https://slowdive14.tistory.com/1299673?category=549023
이번 주 분량에서는 심리치료자와 의사 서로 간의 명확한 역할설정과 상호존중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위계가 분명한 한국 실정을 떠올리니 잘 눈에 들어오지 않는 면이 있었네요. 너무 좋은 말이고 환자를 위해 각각의 포지션에서 이런 지향점을 따라야 하지만 심리치료자의 법적 지위가 보장되기 전에는 아무래도 먼나라 얘기로 들릴 수밖에 없네요.
[19주차]
CHAPTER 14 The Patient Is Part of a Family
책의 핵심적인 내용과는 별개로 제 경험과 관련지어서 많이 읽게 됐네요. 특히 치료 시나리오 다섯 가지 중에서 개인치료하다가 커플을 함께 면담하게 되는 경우를 읽으면서, 부모님 두 분 모시고 해석상담하게 되는 경우의 장단점과도 어느 정도 매칭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부모님 두 분이 다 오시면 확실히 심리평가한 내담자 이해하는 데 정말 많은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내담자 부모님 서로 간의 앙금이 있고 내담자에 대한 태도에서도 확연한 차이가 날 때가 제일 해석상담하기 까다로운 순간 중 하나인데요. 부모님 두 분 중 어느 한 쪽이 다른 쪽을 문제로 지적할 때 중립적인 태도를 취하기가 생각보다 상당히 어렵다는 느낌이고, 제 마음도 분열되어 어느 한 쪽을 따라가기 쉽다고 느낄 때가 있어요. 책에 pitfall로 제시된 것처럼, 가령 내담자 어머니도 심리치료를 받고 계시지만 어머니만큼이나 아버지 심리치료가 필요하다고 느낄 때 이를 얘기하기 어렵게 되는 면도 있고요.
아내분 상담하다가 남편분 오셔서 couple consultation한 경험도 한 사례 떠오르는데, 302쪽 표에 제시된 내용을 알았더라면 조금 더 체계적으로 면담할 수 있었겠다 싶어집니다. 커플 면담이 서로에 대한 비방으로 끝나지 않게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데 서로의 의견차이를 좁히지 못한 채 냉랭한 상태로 면담이 끝났던 순간이 기억 나네요. 아마도 어느 한 쪽이(저의 내담자) 피해자로 보이고 다른 한 쪽은 가해자로 보여 그 시간을 치유적인 방향으로 활용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개인치료에서 커플치료를 의뢰하게 될 때, 개인치료가 몇 회기 진행되지 않은 상황이 아니고서야 개인치료자가 커플치료자가 되면 안 된다는 주의사항이 있는데, 아마 이런 치료자의 편향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20주차]
CHAPTER 15 Goals and Termination
드롭아웃되는 비율이 반이라고 하는 데서 위안을 얻습니다. 계획된 종결보다 드롭아웃이 저는 여전히 더 많은 것 같고요. 계획된 종결에서도 그게 정말 적절한 시점이었는지 아니면 책에 나와 있는 것처럼 뭔가 재연이 작동했기 때문인지 구별하기 어려울 수 있을 것 같아요. 저자들도 치료 종결에 대한 결정에는 거의 언제나 전이의 측면이 있다고 말하고 있고요. 전이로 인한 것이든 아니면 다른 어떤 이유로 인한 것이든 간에 종결 시점에 내담자가 부정적인 감정을 경험할 여지가 있지만, 치료가 잘 진행되었든 그렇지 않든 간에 미진함은 늘 남게 마련이고, 내담자의 느낌을 타당화하고 치료자 자신의 불완전함과 한계를 수용하라는 메시지가 실용적으로 느껴집니다. 치료자 자신의 상실 경험이나 생애 주기 이슈가 종결에 대한 반응에 영향을 어느 정도로 미치는지 sorting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도 아주 중요한 포인트 같아요.
이번 챕터에서는 종결의 두 가지 모델에 대한 언급이 핵심적이라고 느껴지는데, 저자도 얘기하듯이 실제 현장에서는 primary care model이 더 맞는 것 같습니다. 종결했던 내담자를 다시 상담한 경험은 아직 없지만, 종결 시점에서 전이에 수반되는 감정을 집중적으로 다루기보다는 이제까지의 성과를 요약하고, 종결에 대한 내담자의 감정을 듣고, 나중에 어려움이 생기면 다시 상담을 재개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기는 게 내담자에게도 더 도움이 된다고 느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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