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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서평

교정이 필요 없는 영어 글쓰기 / 벤자민 드레이어

by 오송인 2022. 3.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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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원제는 An Utterly Correct Guide to Clarity and Style입니다. '명료함과 양식을 지키기 위한 철저한 교정교열 가이드' 정도로 이해했습니다. 교정교열자를 영어로 copy editor라고 칭하는 듯합니다. 저자 벤자민 드레이어는 copy editor로서 93년부터 랜덤하우스에서 일해 왔다고 합니다. 거의 30년에 가까운 경력인데요. 경력이 쌓일수록 자신만의 기준이나 노하우가 생기는 것이 당연지사입니다. 이 책은 그런 기준과 노하우를 후배 교정교열자들에게 알려주기 위한 메모들에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책으로 엮을 생각은 없었던 것 같고요.

번역서의 제목이 <교정이 필요 없는 영어 글쓰기>인 것이 이해가 됩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우선 영어로 글을 쓸 때 철자나 문법과 같은 형식상의 오류에 조금 더 민감해져야겠다는 생각이 들고('교정'), 문장이나 문단의 의미를 보다 명확한 방식으로 전달하는 데('교열')도 신경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교정이 필요 없는 영어 글쓰기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독자들에게 내용 전달을 충실하고 매끄럽게 하는 것일 텐데, 이를 위해 교정과 교열을 어떻게 하는지 저자가 그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주기 때문에 이 책을 Grammar in Use 옆에 꽂아두고 영작문할 때마다 틈틈이 꺼내 볼 생각입니다.

교정교열이라는 단어의 어감이 딱딱하게 다가오기도 하지만, 이 책의 장점은 영작문, 교정교열 등의 단어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재치와 유머가 곳곳에 배어 있어, 독자들을 피식피식 웃게 만든다는 데 있습니다. 이를 테면 아래와 같은 문단들이 그래요. 기혼이신 (남성)분들 공감 되시나요? ^^

어떤 미국 독자는 이 책을 두고 a laugh-out-loud guide to grammar라 하던데 공감이 됩니다. 각주가 상당히 많이 달려 있는데 각주에도 깨알같은 웃음 포인트들이 있습니다. 본문 내용보다도 어떨 땐 각주 읽는 재미가 더 쏠쏠합니다. 교정교열이나 영작문에 관한 많은 책이 있을 테지만, 그 가운데서 이 책을 빛나게 하는 요소가 있다면 저는 과하지 않은 재치와 유머를 꼽고 싶어요.

강박스러울 정도로 꼼꼼한 면이 있는 사람이 어떻게 재치와 유머까지 겸비했을까 질투나는 부분도 있습니다. 그런데 작가의 말을 들어보니 이해가 됩니다.

"경청하는 교열자란 작가의 의도를 훤히 꿰뚫어 글 속에서 대화를 나누는 경지에 이를 정도로 작가의 목소리에 열중하고 예민하게 반응하는 사람이다."

책을 쓴 작가의 alter-ego라 칭해도 무방할 수준으로, copy editor는 책을 쓴 작가와 혼연일체가 되는 경지에 이르게 된다고 합니다. 문맥에서 작가가 왜 이런 단어를 썼고 왜 이런 구조로 문장이나 문단을 구성했는지 공감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죠. 30년 동안 이런 작업을 했으니 다른 사람의 마음에 공감하는 능력도 예사롭지 않을 듯합니다. 이런 공감 능력이 재치와 유머를 가능케 하는구나 이해가 됐어요.

끝으로 문외한이 생각하기에도 이 책을 번역하신 분과 교정교열을 맡은 분의 노고가 대단했을 것 같습니다. 막힘없이 술술 익히는 번역서지만, 저자 벤자민 드레이어의 원문과 원문에 인용된 글들이 얼마나 까다로울지는 충분히 짐작이 됩니다. 이 책 자체가 문장부호 사용 방식에 따른 미묘한 뉘앙스 차이나 철자/문법 오류에 관한 내용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번역자와 교정교열자께서 벤자민 드레이어를 욕하면서 일하지 않았을까 상상해 보게 됩니다. 즐겁게 일하셨다면 다행이고요. ㅎㅎ 아무튼 번역자와 교정교열자의 노고까지 생각해 보게 되는 데는 벤자민 드레이어가 그만큼 철저하게 일하는 사람이고, 이 책에도 그런 철저한(Utterly) 전문성이 반영돼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본 서평은 동양북스에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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