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 있는 것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을 가능케 하는 메모 습관
작년 12월 무렵부터 시작한 메모 습관이 어느덧 312일차입니다.
메모의 유익이 많지만, 정보의 홍수 속에서 흙탕물이 된 마음을 가라앉히고, 스스로가 중시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그것을 매일 실천할 수 있을지 차분히 들여다 볼 수 있게 한다는 점이 제게는 매력적입니다.
제가 중시하는 가치는 무엇보다도 배움입니다. 인내와 자기조절을 통해 배우고 성장하는 것입니다.
악조건 속에서도 가치 있는 행동에 전념할 수 있게 돕는 마음챙김으로서의 메모
하루에도 오만가지 생각을 하며, 그러한 생각 중 일부 부정적인 생각에 매몰되기도 쉽습니다. 이는 지금 여기에서 벌어지는 경험에 주의를 둘 수 없게 합니다. 현실과의 접점을 잃습니다.
긍정적인 내용이든 부정적인 내용이든 간에 메모를 통해 생각을 외부에 비우는 행위는, 주의의 초점을 보다 현실에 맞출 수 있게 돕는다는 점에서 마음챙김과 유사합니다.
특히 메모는 부정적 정서를 자아내는 내면의 목소리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가치를 재확인하고, 가치를 현실화하는 행동에 전념할 수 있게 돕습니다.
불안 달력과 메모 태그
어떻게 부정적인 내면의 목소리에서 벗어날까요. 저는 불안 달력을 씁니다. 위험이 발생했음을 알리는 마음의 사이렌이 시끄럽게 울려댈 때 저만의 불안 달력에 그 내용을 상세히 기록하고 실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도 추후 기록하여 대조하고 있습니다. 2021년 4월부터의 기록을 시작했는데, 크게 걱정하던 일도 실제 맞닥뜨려 보면 별것 아닐 때가 정말 많더군요.
그럼 가치는 어떻게 재확인할까요. 저는 메모에 적어 놓은 태그를 내림차순하여 제가 평소 어떤 생각을 주로 하는지 파악합니다. 어떤 태그에 메모의 개수가 많다면 그것이 제가 중시하는 가치와도 밀접하겠죠.[1]
글쓰기와 영어공부에 전념하는 방식
글쓰기와 영어공부가 40개 정도의 태그 중 각각 상위에 랭크돼 있습니다. 배움이 제게 가장 중요한 가치이고, 글쓰기와 영어공부는 배움의 내용을 결정합니다.
매주 메모를 모아 한 편의 글을 쓰고 매월 영어공부의 목표를 정해 수행을 모니터링하고 결과를 기록하는 것은, 악조건에 처하더라도 마음챙김하며 가치 있는 행동에 전념하고자 하는 저만의 방식입니다.[2]
실패할 각오를 한다는 것
그런데 전념이 가능하려면 성공이 아니라 실패가 디폴트라는 것을 마음 깊이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거듭된 실패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스스로가 생각하기에 가치 있다면 지속한다는 것이 바로 전념이 의미하는 바이기도 하고요.
누구도 실패를 피해갈 수 없고, 성공했다가도 실패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합니다. 해리포터를 쓴 조앤 롤링도 하버드 졸업생을 위한 축사에서 이를 언급한 바 있습니다. 즉, 아무리 똑똑한 하버드 학생일지라도 실패를 피할 수 없고, 실패하기 전에는 스스로의 역량을 제대로 알 길이 없다는 것이죠.
실패가 디폴트값임을 받아들이고, 여러 번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스스로가 가치있게 여기는 바를 담대히 실천할 수 있다면, 마음이 자동으로 써내려가는 부정적 이야기에 휩쓸리기보다 지금 여기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충분히 주의를 맞추면서 삶을 충실히 사는 것이 가능하지 않을까 합니다.
기록의 누적이 나를 멋있게 만든다
메모를 통해 현재에 닻을 내리고 가치 있는 행동에 전념한다 하더라도 무수히 많은 실패를 하게 되겠지만, 실패를 각오하고 써내려가는 그 기록의 여정 자체가 멋있다고 생각합니다.
김민식 PD의 말처럼 날마다 글을 쓰고 영어공부를 해서 내가 멋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조차 메모하고, 메모가 누적됨으로써 삶을 충실히 살아가는 멋있는 내가 됩니다.
맺는 말
정리하면, 메모는 마음의 온갖 노이즈로부터 한걸음 물러서 스스로가 중시하는 가치를 발견할 수 있게 돕습니다. 또한 가치를 현실화하는 행동에 전념할 수 있게 하는 유용한 수단입니다.
다만 전념하더라도 무수히 많은 실패의 과정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충실한 삶을 방증하는 것은 성공이나 실패가 아니라 반복되는 실패와 좌절에도 불구하고 다시금 써 내려간 그 기록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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