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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서평

카바니스의 정신역동적 공식화 / Deborah L. Cabaniss 외

by 오송인 2023. 1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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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 책을 왜 읽었나:
    1. Case Conceptualization : Mastering this Competency with Ease and Confidence, 그리고 같은 저자가 쓴 The 15 Minute Case Conceptualization을 읽었고, 촉발인 ➡️ 패턴 ➡️ 증상 이라는 간명한 사례개념화 틀을 머릿속에 각인할 수 있었음.
    2. Case Conceptualization에는 단기 역동 심리치료 이론에 입각한 사례개념화를 비롯하여 각 심리치료 이론에 따른 사례개념화의 예시가 담겨 있지만, 너무 정형화된 사례개념화 양식으로 인해 각 이론의 고유 특성을 살리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음.
    3. 이에 구체적으로 사례개념화하는 방법을 배우고 싶었고, 이왕이면 정신역동 심리치료 이론에 따른 사례개념화를 배우고 싶어서 이 책을 선택함.
    4. 2021년에 11장까지 읽고 바빠져서 덮었다가 최근 한두 달 사이에 완독함.
  2. 무엇을 배웠나:
    1. 정신역동적 공식화라는 제목을 달고 있지만, 이론적 지향을 넘어서는 보편적인 사례개념화 프레임으로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함.[1]
      1. 내담자/환자의 주호소가 의미하는 바를 이해하기 위해 대부분의 심리치료자는 발달력을 살피게 마련임. 물론 사례개념화에서 발달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심리치료자의 이론적 지향이 어디인지에 따라 달라짐.
    2. 정신역동적 공식화의 큰 흐름은 다음과 같음. 주호소 문제를 듣고 그 중 초점 맞춰야 하는 영역(가령, 이성관계에서 반복적으로 경험하는 어려움)을 선택함. 이후 내담자의 발달력을 탐색한 후 초점 영역과의 연관을 살핌.
      1. 이때 정신적 외상, 초기의 인지적·정서적 어려움, 갈등과 방어, 타인과의 관계, 자기의 발달, 애착이라는 관점 중 초점 영역과 발달력을 가장 개연성 있게 연결하는 관점을 선택함. 가령 이성관계의 반복되는 어려움과 발달력을 연결하기 위해 애착이라는 관점을 선택할 수 있음.
    3. 이 책의 3부 검토하기에서 발달력을 생의 초기, 중기 아동기, 후기 아동기/청소년기/성인기로 구분하여 어느 지점에서 뚜렷한 어려움을 경험하게 됐는지에 따라 한 사람이 보이는 어려움의 너비와 깊이가 달라질 수 있음을 상기하도록 도움. 가령,
      1. “(생의 초기에) 양육자의 공감적인 피드백이나 민감한 지지가 부족하여 반복적으로 실망을 겪은 아이들은 나중의 삶에서 자기 존중감을 규제하는 데 더 극심한 문제를 겪곤 한다.” 162쪽
    4. 2부 기술하기 파트는 내담자/환자가 어떤 영역에서 주로 어려움을 경험하는지, 잘 기능하고 있는 영역은 어디인지 확인하는 작업에 관한 설명임. 아래 다섯 가지 영역을 하나하나 세부적으로 살펴봄으로써 내담자/환자를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가능함. 종합심리평가 보고서를 구성하는 영역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는 느낌도 받음. 책을 다 읽지 않고 2부만 읽어도 심리평가할 때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음.
      1. Self: 자기지각 및 자기존중감
      2. Relationships: 신뢰, 자기와 타인에 대한 감각, 안정감, 친밀감 등
      3. Adapting: 방어기제, 충동 통제, 감정 조절 등
      4. Cognition: 일반적인 인지 능력, 의사결정 및 문제해결, 자기성찰 및 현실검증력, 마음 헤아리기, 판단
      5. Work/Play: 발달 수준, 재능, 한계와 잘 맞는지, 편하고 만족스럽고 즐거운지, 자신과 다른 가족을 돌보기에 적절한지, 문화적으로 용인될 만한지
      6. 각각의 영역에서 내담자/환자에게 어떤 질문을 해야 하는지도 상세히 적혀 있기 때문에, 이 부분만 따로 정리해서 면담할 때 응용하면 보다 풍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됨.
    5. 정신역동적 공식화가 장기 정신역동 심리치료에서뿐만 아니라 정신과 응급실과 같은 급박한 상황에서도 적용 가능하다는 내용이 설득력 있고(20장), 사례개념화한 것을 심리치료 초기에 무조건 공개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며, 어느 시점에 어떻게 내담자/환자와 공유할 것인지 신중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됨(22장).
  3. 이 책의 단점
    1. 전공교재 번역을 여러 명이 함께 진행하게 될 경우 역자에 따른 번역의 질 차이가 날 수밖에 없음. 초벌 번역 이후 번역을 다듬으면서 용어의 통일이라든지 책 전체의 일관성을 꼼꼼하게 살피지 않았다면 이러한 차이가 더 뚜렷해짐. 이 책도 어느 챕터는 술술 읽히는 데 반해 어느 챕터는 기본적인 용어에서조차 번역을 잘못한 경우가 쉽게 발견되기도 함.
      1. 가령 mirroring을 '보고 배우기’로 번역한 부분을 비롯하여, 요지를 이해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라 하더라도 원문에 충실하고자 노력한 느낌이 잘 나타나지 않는 몇몇 챕터가 아쉬움. 가능하면 원서와 대조하며 보기를 권함.
  4. 총평
    1. 정신분석이나 정신역동적 심리치료가 마냥 어렵게만 느껴지는 상담자/심리치료자에게 단비와 같은 책임. 낸시 맥윌리엄스와 비슷하게, 어려운 내용도 최대한 평이한 언어로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저자의 능력에 감사하게 됨. 챕터마다 더 읽으면 좋은 추천 도서를 적어 놓아서 깊게 들어가는 것도 가능함.

  1. Dr. Robert Feinstein Learning Psychotherapy - YouTube 정신역동적 공식화가 다양한 사례개념화 이론을 아우르는 보편성을 갖는다는 생각과 비슷하게, 정신역동적 심리치료가 다양한 심리치료의 보편적인 요소를 많이 담고 있기 때문에 정신과 레지던트 수련 과정에서 정신역동적 심리치료 테크닉부터 가르친다는 내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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