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일럿 포함해서 현재 15명을 만났다.(결과 나올 때까지는 해야될 것 같은데 앞으로 최소 30-40명은 더 해야 될 것 같다.)
FNE 척도 하나로 선별하기 때문에 비단 사회불안이 높다는 것에 국한되지 않는 여러 특질을 가진 사람들이 온다. 함부로 진단명을 갖다 붙이는 것조차 꺼림칙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언가 분열성의 느낌을 주는 사람, paranoid한 느낌을 주는 사람, MDD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1시간 내내 우는 사람, 분노에 가득찬 나머지 자신의 공격성이 드러나게 되는 것을 두려워 하는 사람 등등,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말하지 않을 수 없다.
1회기의 구조화된 치료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이런 사람들 중에는 이 프로그램이 정말 잘 맞는 사람도 있고 정말 안 맞는 사람도 있다. 좀 거칠게 말하자면, BDI가 낮고, 여성인 경우 점수 감소 폭이 크다. 그래서 일단 BDI 점수가 낮은 동시에 여성이면 안도하고, BDI가 높고 남성이면 결과가 잘 안 나와서 졸업 못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이 엄습한다. 그리고 그것보다 더 불안한 것은 통제집단에 할당된 프로그램 참여자가 올 때이다. 통제집단의 경우 선행연구에서 책읽기를 시켜서 나도 책을 읽게 하는데 20분 이상 어떤 사람을 앉혀 놓고 책을 읽히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 부담감이란..
아무튼간에 하루 두 명 정도 하고 있는데 프로그램이 잘 진행되면 기분이 좋고, 잘 안 풀리면 기분이 좋지 않다. 고작 이런 것에 휘둘려서야 되겠는가 싶지만 그게 내 맘 같지가 않다. 오늘은 잘 안풀린 날이었는데, 과거에 발생했던 일들에 대한 큰 후회감을 지금도 느끼고 있고 그것에 대해 반추하게 되는(궁금해서 찾아봤는데 우울증 환자의 반추와 침투적 기억은 PTSD에서처럼 상호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Brewin과 Wheatley 등(2009) ) 분을 앞에 두고 중간중간 내가 던진 멘트들은 참 가관이다. ㅠ.ㅠ 상담 현장 경험도 없는 내가 이렇게 자책할 필요는 없는 거지만, 그래도 뭔가 시간 내서 일말의 기대를 안고 와주셨을 그 분들에게 미안한 느낌이 지워지질 않는다. 되려 해가 된 것은 아닐지..
다음 주에 용감하게 교수님께 축어록 들고가서 장렬히 전사하련다.
내가 뭘 잘못한 건진 알아야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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