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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일상

Rust and Bone

by 오송인 2013. 5.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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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상관은 없을 것 같다마는.. 스포일러 있습니다.





스테파니와 알리의 사랑 얘기다.


근데 스테파니는 사고로 인해 두 다리를 잃은 여자고 알리는 변변한 직업도 없는 무명의 운동선수인데다 아들도 있다.


두 남녀가 어떻게 불이 붙게 될까.


이 영화는 별 대사도 없이 그 과정을 개연성 있게 담아 내고 있는데, 알리가 워낙 가식이 없고 본능(특히 성본능)에 충실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스테파니처럼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 있는 여자에게 안정감을 줄 수 있지 않았나 싶다. 


한편 여전히 오르가슴을 느낄 수 있는지 잘 모르겠다는 스테파니의 말에 테스트해 보자, 해보면 '직빵'으로 알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너스레를 떨던 알리도 이미 스테파니와 여러번 만난 후인 그 시점에서는 스테파니에게 사랑을 느끼고 있었을 것이다.


스테파니의 삶은 첫 '테스트' 이후 급격하게 변화된다. 그리고 영화의 흐름도 속도가 붙는다.


알리의 도움을 받아 스테파니가 사고 후 처음으로 바다에서 수영을 하는 장면이 눈부시게 아름다운데, 알리와 처음 섹스한 이후 황폐했던 그녀의 삶에 어떻게 생기가 도는지 담담하게 담아내는 장면들 또한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다.


스테파니는 잃어버렸던 여성성을, 그리고 더 나아가 삶에 대한 의지를 되찾는다.


그리고 다시 사고가 났던 곳에 가서 자신이 조련했던 고래를 만날 수 있게 된다.


예전처럼 고래를 조련하는 모습은 몽환적인 동시에 짠했다.




상남자 알리도 "너는 친구랑 섹스하냐"라는 스테파니의 일침에 다른 여자와 잠자리 갖는 것을 그만 두고 스테파니에게 올인하게 된다.


스테파니가 직면시키니 아무리 둔감해도 자신이 스테파니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런 사랑이야기와 더불어 피칠갑까지 리얼하게 잡아내는 맨몸 격투 장면들에서는 희열이 느껴졌다. 이 영화의 또 다른 매력인데, 스테파니가 알리를 통해 대리적으로 공격성을 컨트롤했던 것처럼, 나 또한 그랬던 것 같다. ㅎ




돈을 위해서 스트릿 파이터도 마다하지 않는 알리 정도의 상남자가 아니었다면 스테파니 같은 borderline을 안정시킬 수 없었을 것이다.


이런 걸 보면 정말 짚신도 짝이 있다는 말이..


알리가 스테파니를 안정시키듯이 알리도 스테파니로 인해 세상에 홀로 남았다는 느낌으로부터 벗어나 안정을 얻게 된다.


이런 일련의 이야기들을 감정의 과잉 없이 차분하게, 하지만 포인트는 딱딱 짚어 가면서 풀어내기 때문에 꽤 몰입해서 봤다.


그리고 좋은 영화들이 으레 그러하듯 이 영화도 사운드트랙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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