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네이버 블로그를 시작으로 이글루스로 갔다가 2006년인가 여기로 이사와서 2009년까지 일기를 꽤 썼다(물론 지금은 거의 비공개로 돌려 놨다). 심심해서 다시 몇 개 봤는데, 나의 20대는 필요 이상으로 진지하고 어깨에 힘이 많이 들어갔었구나 싶다. 심지어 꼬꼬꼬마 때도 피아노 선생님이 어깨에 힘 좀 빼라고 강조했던 걸 보면 늘 뭔가 경직된 애어른 상태였던 것 같다.
같은 맥락에서, 대학원 심리평가 수업에서 선생님이 힘을 좀 빼야 할 것 같다고 말한 게 이제 이해가 된다. 상담이든 검사든 뭐든 운동과 비슷한 것 같다. 처음부터 너무 잘하려고 하면 진도 못 나가고 제풀에 나가 떨어진다. 처음부터 고중량 치면 헬스장 삼일도 못 채우고 헬스장에 돈 갖다 바치는 거고, 처음부터 자유형하려고 하면 몸 경직돼서 물에 가라앉는다. '보고서에 평가치를 다 때려 넣으려 하니 그림이 안 그려진다. 그래서 너가 이해한 모습은 무엇이니?' 선생님은 이 말씀이 하고 싶으셨던 것 같다.
아무튼 수련생 신분이 된 이후로는 더 어깨에 힘을 빼려고 애를 많이 쓰고 있다. 보고서 쓸 때도 이걸 비전문가인 사람들이 읽었을 때 이해할 수 있을까를 많이 염두에 둔다. 전문용어를 쓸 때는 그 개념에 대해 내가 제대로 알고 있는지 확인부터 다시 하고, 전문용어로 적더라도 일상적인 용어로는 어떻게 써야 할까 고민한다. 일례로 자기정체감이라는 개념도, 누군가가 self-image와 자기정체감의 차이가 뭔지 물어봐서 그에 대한 답을 구하는 과정에서 일상적인 말로 다시 익혔다.
블로그에 음악이나 올리고 잡담이나 늘어 놓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처음에는, 그래 이제 나도 전문가가 되어 가는 과정이니 좀 더 체계화를 시켜볼까, 제대로 공부방 만들어 볼까 싶었다. 하지만 그냥 책 읽은 거 발췌해서 올리고(나중에 다시 참고할 때, 검색이 되니 재학습하기에 여러모로 편하다) 음악 올리고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 즐겁자고 하는 거 아니겠는가. 여기서까지 골머리 썩이고 싶지 않았다.
힘 빼고 쉽고 잼있어야 오래 간다. 난이도야 하던 게 지루해지면 자연스레 상승하게 되어 있다. 여러 분야에 적용 가능한 이런 일종의 보편 법칙을 어떻게 관계 속에서 구현할 수 있을까 고민이다.
하루하루/일상
어깨에 힘 빼기
반응형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