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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여행

10시간 133km 라이딩

by 오송인 2015. 8.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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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에 이어 hj와 7시 반에 반미니에서 만나 밥 먹고 남북 업힐 다녀 왔다. 남산 올라가서 쉬려고 하는데 하나도 힘들어 보이지 않는 hj가 북악으로 바로 쏘자고 해서 힘들지만 목만 축이고 하산했다. 지난 주보다 두 시간 정도 일찍 만났는데도 시청에서 광화문으로 가는 길에는 차가 많아서 신경을 많이 써야 했다. 그래도 야간 도로주행에 비하면 대낮 도로주행은 매우 덜 무섭다. 경복궁 마주 보고 좌회전 대기하는데 아무래도 안 쉬었다 가면 북악에서 끌바할 것 같아서 hj에게 커피나 한 잔 하고 가자고 제안. hj도 반미니에서 먹은 라면 때문에 속이 안 좋았는지 오케이했다. 통의동 어느 카페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 먹었는데 운동하면서 먹는 건 뭐든 맛있다. 



숨 좀 고르고 북악으로 갔다. 경복궁에서 청와대 가는 길이 기분이 제일 좋은데, 운치 있는 돌담길이 오른쪽으로 길게 펼쳐지는 도로를 자전거로 달리는 기분은 안 타 본 사람은 모를 거야~ 다 죽어가다가 좀 쉬었다고 힘이 남아서 오늘은 북악 2회전했다. 자덕이라면 한 번쯤 먹어 보게 돼 있는 팔각정 구슬 아이스크림도 드디어 먹어 봤다. 북악 2회전 후 부암동 어느 편의점에서 아사히 한 잔 하고 hj와는 헤어졌다. 


이후 종로도서관 쪽 길로 내려가려고 했는데 길을 잘못 들어서 그냥 서촌-광화문 쪽으로 내려왔다. 광화문에서 숭례문-서울역-용산 지나 한강대교까지 와서 집으로 복귀했다. 도심을 관통해서 한 번 달려보고 싶었는데 오늘 소원 성취. 날이 더워서 썩 기분이 좋진 않았으나, 클릿 첨 샀을 때 숙대입구에서 한강대교까지 인도로 끌바를 한참 했던 게 생각나서 혼자 피식 웃었다. 그게 불과 두 달 전인데 장족의 발전이다. 이제 도로 주행도 자신감이 생겼다. 원래 오토바이로 아르바이트를 많이 하기도 했었고.. 신호 잘 지키고 차량 흐름 저해하지 않으면서 융통성 있게 타면 크게 위험하지 않다. 잠수교 지날 때 지난 주에 물 없어서 고생했던 것이 떠올리 반미니에서 생수 한 통 구입하고 물병에도 물을 가득 채웠다. 또 에너지바도 하나 샀다. 


탄천합수부가 100km 지점이었는데 이 때부터 급격하게 힘들어지기 시작. 그래서 한 15분쯤 쉬었다. 쉬면서 다리에 쥐가 나려고 해서 잠시 애로사항이 있었는데 물 먹고 좀 쉬니 괜찮아졌다. 성남부터는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쟈철 복귀에 대한 생각이 페달링 10번에 1번 정도로 스치고 지나갔지만 이 정도에서 포기하면 국토종주 못할 것 같아서 오기로, 그리고 무념무상으로 페달링했다. 생각 없이, 자전거 차선이 쉭쉭 지나가는 것만 보면서 페달링하니까 좀 덜 힘들었다. 쉬면 더 힘들 것 같아서 쭉쭉 달리는데 어느샌가 먹구름이 몰려 와서 햇빛을 가려주니 힘이 되었다. 


하지만 115km 정도 지점에서부터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해서 다리 밑에서 잉어 때 바라보며 멍 때릴 수밖에 없었다. 비가 쉽사리 그칠 것 같지 않아서 빗줄기가 잠시 약해진 틈을 타서 조금 달렸다. 하지만 이내 소낙비가 심해져서 다시 비를 피하고. 이러기를 4번쯤 하고 나서야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집 5km 남겨 놓고는 완전히 힘이 소진돼 정말 만신창이었다. 져지하고 클릿도 다 젖고. 특히 쫄쫄이 바지 엉덩이 패드가 젖어버리니 X꼬가 쓸려서 살살 고통이 밀려 오기 시작했다. 이번 라이딩의 예상치 못했던 가장 큰 적이었는데 국토종주 때는 엉덩이패드 안 젖게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어느 교회 앞에서 비 피하는 중


집에 와서 씻고 밥 먹었는데, 뭔가 모자라서 KFC에서 새우버거 세트까지 먹었다. 소모 칼로리가 대략 3000~3500은 되는 것 같다. 생각해 보면 오늘 꽤 보급을 많이 했다. 아침에 편의점 도시락 + 바나나 두 개, 커피 먹으면서 쿠키 한 개, 구슬 아이스크림, 부암동에서 캔맥에 맥스봉 + 바나나 두 개, 반미니에서 빵하고 우유, 에너지 바 한 개. 다 합쳐도 2000이 안 되겠네.. 배 고플 만하다. 


국토종주 두 번이나 한 hj가 노하우를 좀 알려줘서 공유해 본다. 일단 배 고프거나 목 마를 때 뭘 먹으면 늦다. 배고프지 않고 목마르지 않아도 기회 될 때마다 보급해주는 것이 좋다고 함. 또 물도 물이지만 콜라도 좋다고 한다. 콜라에 당분이 많아서 도움이 된다고. 또 엉덩이나 사타구니 쓸림 대비해서 화상약 같은 것 가져가고, 무릎에 무리갈 수 있으니 소염제도 챙기라고 했다. 그리고 hj는 물통 두 개 + 1리터 물 두 개를 늘 가지고 다녔다고 한다. 1리터 물을 어디다 넣어가지고 다녔냐고 물어보니 져지 뒷주머니에 넣어 다녔다고. hj가 국토종주한 5월에도 이 정도로 물이 필요하면 한여름인 1주일 뒤에는 더 필요할 텐데.. 보급지 선정을 잘 하는 게 이번 국토종주의 성공/실패를 결정짓는 요소가 아닐까 싶다. 마지막으로 슬리퍼는 필요 없고 모텔 욕실 같은 데 있는 슬리퍼 신고 나가라는 노하우를 알려줬다. 오늘 힘들었던 것을 생각하면 우회할 수 있는 곳도 다 우회해서 가야 될 것 같다. 어디로 가든 부산만 가면 되는 거 아니겠어. 오늘 이것저것 많이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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