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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일상

손님

by 오송인 2016. 6.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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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세상이라는 잔치에 잠시 머물다 가는 손님일 뿐이다. 그럼에도, 주인이 손님에게 과분한 상을 차렸는데 겨우 그것밖에 대접을 못 하느냐고 되려 주인을 나무란다. 주인이 손님을 잔치에서 쫓아낸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 설령 자신을 잔치에 초대한 주인에게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손님은 주인이 나가라면 나갸야 하는 법이다. 쫓기고 안 내쫓기는 것은 전적으로 주인 뜻에 달려 있다. 이걸 마음 깊이 깨달은 자는 평안을 얻을 것이다. 반대로 자기가 주인인 줄 아는 자는 평안을 얻지 못할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후자인 채 쫓겨날 것이다. 나도 그렇게 될 것 같아서 문득 두렵다. 얼마 전에 가톨릭 입교식이 있었다. 마음이 받아들이지 못한다 하더라도 입으로라도 나는 이 세상의 손님이고, 주인은 따로 계시니 주인 뜻을 따르겠다고 기도하고자 한다. 육체적 고통에 처한 모든 사람이 하나님을 찾진 않겠지만, 난 찾는다. 하나님이라 명명하든 뭐라 명명하든 사실 그건 중요치 않다.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 우리의 의지라는 것이 시냇가에 떠가는 나뭇잎과도 같다는 것. 이런 생각이 삶을 두렵게도 하지만 삶을 더 사랑하게도 만든다. 어떻게 그렇게 되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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