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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심리학/상담 및 심리치료

상담자로서의 윤리에 관하여. 상담자 자신의 성격에 책임질 수 있는가?

by 오송인 2018. 1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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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상담자는 상담서비스를 제공할 때 필요한 강한 집중력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을 돌볼 줄도 알아야 한다.

2. 상담자는 자신의 부족함과 문제에 의해 내담자가 피해를 입지 않도록 내담자를 보호해야 한다.


- 상담 및 심리치료의 기본기법, 343쪽.


이 두 가지를 늘 염두에 두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병원 로딩이 너무 많아져서(+여러 일을 벌리기도 한 탓에) 1이 잘 안 되는 측면이 있었고, 


한 달에 한 번, 각 사례마다 최소한 한 번은 수퍼비전을 받자는 마음으로 상담에 임하고 있지만 나의 부족함과 성격적 문제로 인해 내담자에게 피해가 가는 경우가 알게 모르게 있었던 것 같다. 


심리치료자로 성장하면서 내담자에게 해를 주지 않기란 정말로 쉽지 않은 일임을 요즘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는 상담자가 스스로의 성격이나 문제점에 대해 잘 파악하고 있고 또 심리적인 성숙을 이루고자 애쓰려는 마음가짐이 돼 있어야 한다고 본다. 평생의 과업인 것이다. 상담을 고작 9개월 했지만, 나의 성격적인 미숙함과 바닥을 간혹 들여다 보게 된다는 점에서 괴롭다.  


"가장 중요한 것은 상담자가 무엇을 했는가-해석을 했는가, 반영을 했는가, 직면을 했는가, 논박을 했는가, 혹은 역할놀이를 했는가-가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그가 어떤 사람인가 하는 것이다." - 상담자가 된다는 것. 26-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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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심리사 자격증을 따는 것은 석사 졸업했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똑똑한 머리를 지니진 않았지만 인내심과 자기조절력으로 목표 추구하는 데 있어서는 남다르다고 생각했다. 상담심리전문가라는 목표도 돈과 시간 문제이지 언젠가는 도달해 있을 거라고 여겼다.


하지만 막상 발을 담궈보니..


상담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고도의 전문적 지식과 더불어 다른 사람을 평가하지 않는 태도, 그 사람의 내적 참조체계를 통해 그 사람을 이해하려는 태도를 함양한다는 것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미숙함과 바닥을 들여다보는 동시에 불안을 달래며 가야 한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 일을 처우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계속 지속해 나간다는 것은 더더욱 쉽지 않은 일이다.


상담을 왜 하고자 하는지 스스로에게 계속 질문을 던지게 된다. 단순히 경력을 더 쌓아서 보다 안정적인 밥벌이의 수단으로 삼기 위해서라면, 머리가 똑똑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최소한의 공감 능력이 있다는 전제하에, 상담을 진작에 때려쳐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 


그런 이유도 있지만 단순히 그런 이유 때문만은 아니라고 믿고 싶다. 그 이유가 뭔지는, 상담 과정에서 자신의 바닥을 의도치 않게 가끔 들여다 보며, 계속 생각해 보는 중이다. 


"상담자가 되는 것은 영혼이 무척 충만해지는 것이기도 하지만 고갈시키기도 한다. 우리는 이 일의 결과로 성장한다. 우리는 도우려 노력하는 과정에서 배우고, 우리가 알고 이해하는 바를 우리 자신에게 적용한다. 또 우리 중 일부는 고갈되고 낙담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는 냉소적이 되거나 무감각해지거나 진부해진다." - 상담자가 된다는 것, 11쪽.


상담자로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지 궁금하다. 스스로가 납득할 수 있는 이유를 찾지 못 한다면 고갈되고 낙담하게 될 뿐만 아니라 내담자에게 해를 끼치기 쉬울 것이다. 


아무튼 내년에는 1번과 2번 모두에서 개선이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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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 거의 두 달에 걸쳐 제일 위에 언급한 책을 읽었는데, 정말 좋은 책이다. 초보 상담자라면 일독을 권한다. 상담자가 된다는 것 역시 매우 흥미로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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