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우도 안 좋은데 상담일을 왜 하려고 하세요? 라고 누가 묻는다면 뭐라고 답할까요. 상담 내외적 어려움으로 인해 상담하는 게 여러모로 힘들다 보니 요즘에는 이런 자문자답을 많이 합니다.
학부 심리학 전공은 아니지만, 4학년 무렵에 이런저런 계기들이 겹치면서 든 생각이 심리학을 전공해서 심리치료 관련 일을 하면 최소한 지루하진 않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표면적인 생각의 보다 깊은 곳에 자기 자신에 대해 알고 싶고 자기를 알려면 남도 알아야겠단 생각이 있었습니다. 진실이 무엇일까 라는 근본적이고 추상적인 물음에 대한 답을 너무나 얻고 싶었던 것 같아요.
진실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코끼리 장님 만지듯 단면들을 알아간다 하더라도 그것 자체가 주는 희열이 있구요. 심리평가나 상담을 통해서, 또 연구를 통해서, 호기심에 대한 답을 얻으려 애쓰는 노력 자체가 즐거운 일인 것 같아요.
심리쪽 일을 하면서 박봉에 살인적인 로딩으로 고될 때가 많고, 상담 하면서 역전이나 기타 등등의 이유로 인해 고통스러운 순간도 많지만요. 특히 수치스럽기도 한 내 밑바닥을 종종 봐야 한다는 것 때문에 정서적으로 쉽게 피로해지는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리학이라는 학문 자체는 언제나 설레요. 지루하다고 느껴본 적은 드문 것 같습니다.
심리치료에서 심리적 정직성이 점진적으로 떠오르는 관계를 형성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해요. 제가 좋아하는 낸시 맥윌리엄스 여사가 심리치료에서 중요하다고 한 부분인데 이 말을 가슴에 늘 새기고 있어요. 나에 대해서나 내담자와의 관계에서나 진실해야 한다는 태도가 늘 마음에 있고, 이런 태도를 통해 나나 타인의 인간적 성숙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미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 있어요.
아직까진 진실에 대한 호기심이 제 동기의 팔할인 것 같아요. 진실을 추구하는 전문가적 노력이 저와 내담자의 공동 성장에 기여하길 바라는 마음이 이할 정도구요. 이런 것이 열악한 처우에도 불구하고 심리평가 및 상담자로서의 길을 가게 하는 주요 이유인 것 같아요.
진실이 뭘까요? 한 내담자를 온전히 이해하기란 불가능에 가깝고, 이해할 수 있다 하더라도 아마 평생이 걸릴지 몰라요. 대부분의 내담자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 한 상태에서 상담을 끝마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죠. 하지만 '정말 모르겠다'는 마음을 잘 버티면서 내담자를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이 내담자에게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기를 바랄 뿐이에요. 우리는 누구나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 받고 싶고 이해 받고 싶은 근본적인 욕구가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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