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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심리학/상담 및 심리치료

관계 양상의 반복과 피학증에 관해

by 오송인 2018. 1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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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알코올 중독이었는데 아버지와 정반대 되는 남자를 고른다고 골라서 결혼했더니 남편도 중독 성향이 있는 경우.


엄마가 우울증이 있었는데 밝고 씩식한 줄만 알았던 와이프 역시 우울 성향이 있는 경우.


만나는 남자마다 바람기가 있는 어떤 여성의 경우.


좀 단순화 했지만, 심리평가 장면에서 이런 경우를 비교적 흔하게 접할 수 있습니다.


부모와의 애착관계를 재현하고자 하는 무의식적인 욕망이 인간에게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아요.


그 관계가 건강한 관계였다면 상관이 없겠지만, 불안정한 관계였다면 불행이 반복되는 것이죠.


어떤 치료자는 관계에서 나타나는 이런 반복적인 경향이 과거 부정적이었던 부모와의 관계를 더이상 재현하지 않고자 하는 바람에서 시작된다고 말합니다.


과거에는 어쩔 수 없었지만 성인인 지금 자신에게 유익한 방향으로 애착 대상과의 관계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열망에서 시작된다는 것이죠.


그런데 왜 변화되지 않고 쳇바퀴를 돌게 되는 것일까요.


그것이 남들의 눈에 보기에는 아무리 부정적이고 해로운 관계 패턴이라 하더라도 물 속에서만 살던 물고기는 육지로 나오면 죽을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내가 무언가 외적으로 성취를 이루었을 때만 부모가 내게 관심을 보였다면 누군가 조건 없는 관심을 보일 때 두려울 수 있습니다. 뭔지 모를 반감이라든지 저항감, 이질감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와 유사하게 내가 아플 때만 관심을 받았다면 이 사람은 다른 방식으로 관심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기 쉽습니다. 다른 방식이 있을 수 있음을 상상조차 하기 어려울 수도 있죠.


대체로 부모는 자신이 부모로부터 경험한 방식으로 자녀를 양육합니다. 양육 방식도 대물림 되는 경향이 있죠.


부모의 양육 방식이 한 인간으로서의 아이의 참자기가 발현되는 것을 저해하는 방식일 때, 이 아이는 그런 방식을 성인이 되어 연인이나 배우자와의 관계에서, 그리고 자녀 양육에서 반복하기 쉽습니다.


그것이 물과 같고 공기와 같고 요람과 같기 때문입니다.


이에 어린 시절에 받지 못 했던 관심과 인정을 갈망하더라도 그런 것을 제대로 받아본 적이 없는 사람은 그런 것을 줄 수 없는 대상과 관계 맺기 쉽습니다.



최근에 무속인으로부터 물리적 폭력과 경제적 착취를 당한 사례를 접했습니다.


과거의 애착관계가 무속인과의 관계에서 재현되고 있었고, 죽임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위협감을 느끼기 전까지는 그 관계가 매우 기이하고 해롭다는 것을 느끼지 못 한 것으로 보입니다.


누가 봐도 피학적인 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경제적으로 착취 당하고 신체적으로 위협 당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러한 피학성의 이면에는 관심과 돌봄을 받고자 하는 강한 의존 욕구가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피학적인 환자를 만나다 보면, 그들의 부모가 그들에게 정서적으로 관심을 보였던 유일한 시간은 그들이 벌을 받을 때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애착과 고통의 연합이 불가피하다." 정신분석적 진단, 377쪽.


이런 환자를 심리치료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애착과 고통의 연합을 어떻게 끊어낼 수 있을까, 생각이 많아집니다.


"치료자는 내담자가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음을 항상 기억하고 이를 강조해야 한다. 자기패배적인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온정을 이끌어 내는 유일한 방법은 오직 자신의 무력함을 입증하는 길뿐이라고 믿어 왔다. 그러므로 자아 구축을 촉진하고 환자를 유아화하지 않는 이런 낯선 치료자의 반응은 이들을 성나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이 기회를 이용해서 치료자는 내담자의 정상적인 분노 표현을 환영하고, 이들의 부정적인 감정이 이해 가능한 것임을 보여 줄 수 있다." - 정신분석적 진단, 38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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