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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심리학/상담 및 심리치료

It is not your fault, but responsibility must be yours

by 오송인 2019. 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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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wasn't your fault that you picked up this tendency as a child, and you can't be blamed for growing up with this blind spot. But it is your responsibility as an adult to think the issue through realistically, and to take specific steps to outgrow this particular vulnerability.


필링굿, 294쪽.


어릴 때는 부모가 전지전능한 신이고 부모의 말은 '문자 그대로' 아이의 마음 속에 남게 마련이다. 때로는 일이 힘들어서, 때로는 배우자와 관계가 좋지 않아서, 아이에게 더 비판적으로 대했을 수 있다. 하지만 아이의 자기중심성은 부모의 상황적 맥락을 보는 것을 어렵게 하고, 자신이 못나고 혼날 만한 아이라서 부모가 그랬을 것이라 생각하게 만든다.


굿윌헌팅의 유명한 장면에서 상담사 숀 맥과이어가 윌 헌팅에게 네 잘못 아니라고 반복하여 말하는 장면이 많은 사람의 심금을 울렸다. 윌 헌팅의 성격은 기질과 환경(부모와의 관계 등)의 상호작용이다. 이제 와서는 되돌릴 수 없는 과거가 지금의 나를 만들었는데, 이 '나'로 인해 괴로운 경우가 많다. 윌 헌팅도 그랬다.


스스로를 능력 없는 가장이라 생각하는 누군가가, 아이에게 화만 내는 엄마라 여기는 누군가가, 자식 노릇 제대로 못 하고 있다고 느끼는 누군가가, 자책하던 많은 사람들이 숀 맥과이어의 직면에 윌 헌팅이 울음을 그치지 못 하던 장면을 보면서 눈물을 훔쳤을 것 같다. 나는 나름대로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세상은 내 개인의 잘못이라고만 하니 자꾸만 마음이 쪼그라들고 원통하다. 숀 맥과이어가 윌 헌팅뿐만 아니라 영화를 보던 많은 이들의 그 마음을 어루만졌다.


다만 상담에서는 한발자국 더 나아가는 것이 목표일 때가 많다. 응어리져 있던 감정들이 흘러간 이후(어떤 상담심리전문가 말에 따르면 크리넥스 한 통 정도는 없어져야 한다고), 즉 돌이킬 수 없는 과거를 애도한 이후에는, 기질이나 성격이 내 잘못이 아니라 하더라도 삶을 누가 대신 살아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 기질이나 성격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인식의 전환이 일어나야 한다.


엄마 때문에, 아빠 때문에, 혹은 어떤 병 때문에 사고 때문에 내가 이렇게 무능하고, 분노 조절의 어려움이 있고, (기타 등등..) 라고 말한다 해도 이제 와서 과거를 되돌릴 순 없다. 자기 삶을 책임질 수 있는 것은 자신뿐이다. 어떻게 책임을 질 수 있을까?


필링굿을 쓴 번스 박사를 비롯해서 인지행동치료자들은 한 사람이 지닌 비합리적 신념의 효용을 따져보는 과정을 진행함으로써 스스로의 삶을 자신에게 더 유익한 방향으로 이끌어 갈 수 있게 돕는다. 엄마 때문에 내 인생이 이렇게 돼 버렸다고 생각하는 내담자가 있다면 그 신념의 효용을 따져보는 것이다. 기계적으로 논박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고, 내담자의 상황에서는 내담자가 지니게 된 생각이 최선이었고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공감하는 가운데 비합리적 신념을 유지하는 것의 장단이 무엇인지 따져볼 수 있게 한다. 누구 때문에 내 인생이 이렇게 돼 버렸다고 생각하는 것이 내 삶에 도움이 되는가? 아니라면 어떤 믿음이 보다 현실적이고 내 삶에 도움이 되는가?


매우 단순화시키긴 했으나 이런 물음들을 던져볼 수 있게 도움으로써 흑 아니면 백이라는 경직된 사고 틀에서 빠져나올 수 있게 돕는 것이 인지행동치료의 기본적인 방식이다. 비합리적 신념들은 대개 이분법적 사고 틀을 지닌다. 현실은 언제나 흑과 백 사이에 있는 회색지대에 가깝기 때문에 이러한 회색지대를 구성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회색지대 안에서 무조건 남탓만 하거나 무조건 내탓만 하는 것을 멈추고 자기 삶을 보다 어른스러운 태도로 받아들이고 자신이 책임져야 하는 부분은 책임질 수 있게 돕는 것이다.


쓰고 보니 요즘에 업무 로딩 폭주에 누군가를 절대악으로 규정하고 있는 자신의 아이 같음을 돌아보게 된다. 욕 그만 해야겠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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