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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심리학/심리평가

로샤에서 SumH가 0이라는 것의 의미

by 오송인 2019. 9.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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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아껴주었던 어른을 한두 명은 기억해 낼 수 있습니다. 부모님이 될 수도 있고 선생님이 될 수도 있고 친척일 수도 있고 이웃집 아줌마일 수도 있습니다. 다양한 사람을 떠올려 볼 수 있죠. 이런 사람들로부터 받은 따뜻한 느낌이 우리 안에 영구적으로 자리 잡은 상태가 기본적 신뢰(basic trust)라는 말의 의미 아닐까 합니다. 

로샤에서 SumH가 0인 경우, 그 로샤 반응이 검사 전체 맥락에 비추어 보았을 때 양호한 타당도를 지닌다면, 다른 인간에 대한 기본적 신뢰를 지니지 못 했을 가능성을 고려해야 합니다. 따뜻한 느낌을 주었던 대상이 없었거나, 있었다 하더라도 그 느낌이 너무 짧아서 마음 속에 자리잡지 못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기본적 신뢰의 부재는 사회적 관계로부터의 철수를 야기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참여하더라도 다양한 방식으로 다른 사람과의 진솔한 소통을 피하려 하기 쉽습니다. 그 결과 대인관계에서의 어려움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인간은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고 살아야 스스로가 지닌 가능성을 온전히 발휘할 기회도 얻게 되는 법인데, 관계 자체가 형성되지 않는다면 스스로가 지닌 가능성을 꽃피우기 어려울 것입니다. 특히 모델링할 수 있는 어떤 이상화된 대상과 관계 맺지 못 할 때 인간이라면 누구나 지닌 심리사회적 성장 욕구가 좌절되고, 정체성의 혼란감을 느끼기 쉽습니다.

타인과의 관계에 들어설 자리가 없고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해서도 혼란감을 느끼는 사람은 마음 속이 텅 비어버린 것 같은 느낌을 받을지 모릅니다. 내가 누구인지 잘 모르겠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도 모르겠고 더 살아서 무엇하나 하는 마음까지 들 수도 있습니다. 

이에 SumH가 0인 사람의 치료 목표는 0이 1이 되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 1이 Whole Person일 필요는 없습니다. (H)든 Hd든 (Hd)든 간에 뭐라도 만드는 게 필요합니다. 세상과의 접점을 다시 찾을 수 있게 도와야 한다는 것이죠. H (H) Hd (Hd)로서 상담자가 내담자나 환자 마음에 안착할 수 있어야 합니다. 모든 것은 거기서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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