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열형 성격 특성을 지닌 청소년 내담자가 왔을 때 제일 먼저 고려해야 하는 것은 발달력상에서 생애 초기부터 autistic한 면모를 보였는가 하는 점입니다.
하지만 부모가 이를 정확하게 묘사할 수 있다 하더라도 감별의 어려움은 여전히 남습니다. 분열형 성격과 자폐 스펙트럼 장애는 여러모로 비슷한 점이 많기 때문입니다.
DSM-5에서 분열형 성격은 크게 세 가지 특성을 지닙니다.
(1) cognitive-perceptual dimension (bizarre fantasies, eccentric attitudes, suspiciousness, ideas of reference, magical thinking, unusual perceptual experiences including bodily illusions, sensing a presence of a person nearby)
(2) interpersonal & affective dimension (lack of close friends except family members, lack of desire for social relations, inappropriate or constricted affect, anhedonia, social anxiety that does not diminish with familiarity and is associated with paranoid fears)
(3) disorganized dimension (odd behavior and odd thinking and speech without coherence)
신경발달장애인 자폐 스펙트럼 장애 역시 사회적 상호작용(특히 비언어적 상호작용)에서의 어려움이 뚜렷하고, 정서 표현에서의 이상 또한 뚜렷하며, 상동증적 행동이나 제한된 관심과 관심사에 대한 과도하고 경직된 몰두 등이 기이하거나(eccentric) 혼란스러운(disorganized) 모습으로 비춰질 여지가 있습니다. 외부 자극에 과도하게 각성되거나(hyperreactivity) 반응이 없는(hyporeactivity) 모습에서는 cognitive-perceptual에서의 이상이 시사되죠.
이처럼 중첩되는 면이 많기 때문에 교과서에서도 감별진단에 도움이 될 만한 언급을 찾기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아래와 같은 언급 정도이죠.
Autistic Disorder and Asperger’s Disorder are distinguished on the basis of more severely
impaired social interactions and stereotype behaviors and interests in the latter two disorders.
심각도에 따른 이러한 구분은, 보호자 보고가 불충분하여 발달력 탐색이 잘 되지 못 한 상황에서는 감별진단에서 더욱 유용함이 떨어지는 것 아닌가 생각해 보게 됩니다.
어찌 됐든 간에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사회적 상호작용이나 인지적 및 신체적 발달상의 뚜렷한 문제를 보이지 않다가 초등학교 입학 이후 학년이 올라갈수록 또래관계에서의 어려움이나 학업의 어려움이 심해졌다면 자폐 스펙트럼 장애와 같은 진단은 일단 보류하는 것이 좋습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지녔을 경우에는 어린이집 입소 전에 이미 abnormal features가 눈에 띄기 쉽습니다. 초등학교 입학 이전에는 별다른 어려움을 보이지 않다가 입학 이후 학업 적응이나 또래관계 어려움이 가시화된 경우라면 자폐 스펙트럼 장애 쪽은 배제하되 지능검사 등을 통해 지적 능력에서의 이상 여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적 능력에서 문제를 지니지 않았을 경우 또래관계에서의 어려움이 어떤 양상으로 나타나는지 최대한 상세히 파악하는 동시에 MMPI-A, TCI, 로샤 결과 등을 참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른 사람과 어울리려는 욕구가 있는지, 대인관계로 인한 스트레스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 정서적인 고통을 경험하는지, 감정불능에 가까워서 신체 증상이 두드러지는지, 정신병적 사고 과정이나 내용이 시사되고 있진 않은지, 특히 이해하기 어려운 기이한 사고 내용이나 비논리적인 사고 과정이 나타나진 않는지 등등 정서 및 성격에 연관된 다양한 측면을 고려해야 하겠죠.
가령, 다른 사람과 어울리려는 욕구가 부재하고, 사회적 상황에서 경험하는 주관적 고통이 크며, 정서적인 고통보다는 딱히 신체적인 원인을 찾기 어려운 신체 증상이 뚜렷한 데다, 사고 내용이 이해하기 어렵고 간혹 환청을 듣기도 한다면 분열형 성격 특성을 지닌 것은 아닐지 의심해 봐야겠죠. 이러한 특성들이 아동기에서 청소년기에 걸쳐 점진적으로 발전해 왔을 가능성이 높다면 더 그렇습니다.
분열형 성격 특성은 schizotypy라는 스펙트럼상에 위치하며 정상/이상을 나누는 뚜렷한 기준이 없습니다(이에 대한 이견이 물론 존재합니다). General population이라는 큰 원 안에 Schizotypal traits - Psychotic-like experiences - Subclinical psychotic symptoms - Frank psychotic symptoms - Psychotic disorders(조현병 포함)순으로 작은 원들이 포개집니다. 논문의 그림을 가져오고 싶으나 저작권이 걸리네요. 마뜨료쉬까 인형을 떠올리시면 됩니다. 가장 안쪽에 위치한 작은 인형이 Psychotic disorder입니다.
어디까지가 분열형 성격 특성으로 구분될 수 있는 것이고 어디까지가 일반적인 청소년도 경험할 수 있는 수준인지를 구분하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더욱이 지능이 경계선이거나 지적장애 수준인 경우라면, 지능과 분열형 성격 특성이 증상 발현에 미치는 상호작용 양상을 파악하기란 정말로 어려운 작업이 됩니다. 분열형 성격 때문이라기보다 지능이 낮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에 더 가까울 가능성도 고려해야 합니다. 쉽지 않은 만큼, 상황적인 스트레스 유무나 발달력, family loading을 탐색하는 것이 중요해집니다.
연구 결과들을 더 찾아서 보다 상세하게 적고 싶으나 시간 제약으로 인해 여기까지만 씁니다.
ref)
https://www.ncbi.nlm.nih.gov/pubmed/28126052
https://onlinelibrary.wiley.com/doi/abs/10.1111/cpsp.12050
분열형 성격과 관련한 한 편의 글이 더 올라갈 예정입니다. 이에 관한 주요 레퍼런스는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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