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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일상

My 2019 Annual Review

by 오송인 2019. 12.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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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올해 잘된 것

1) 정신장애 연재글 40편 목표 달성.
- 글마다 A4 두 장 정도로 간단히 쓰려고 했는데 쓰다 보면 논문 서치하고 책도 찾아보는 바람에 분량을 떠나서 쓸 때마다 압박감이 있었습니다. 제 생각을 적어내려 갔다기보다 잘 모르는 분야를 공부해서 공부한 바를 요약한 느낌이 강하고, 그만큼 배우는 것이 많았지만 당분간 이런 식의 연재글을 쓰지는 않을 생각입니다. 심리평가나 치료만큼이나 글쓰기 또한 적절한 체력 안배가 중요하고, 이것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유희가 아니라 고난의 행군이 되기 쉬움을 배웠습니다. 내년에는 힘을 더 빼고 매일 글쓰기를 목표로 꾸준히 이것저것 써보고 싶습니다.

2) 독서
- 전문가 취득 이후 3년은 직장 적응하느라 결혼하느라 애 보느라 책 읽을 시간이 거의 없었는데, 새 직장 자리잡기 전인 올해 중반까지도 사정이 비슷하다가 이직 이후 비로소 워라벨을 맞추고 독서에 몰두할 수 있었습니다. 목표를 따로 세운 것은 아니었는데 올해 총 48권의 책을 읽었습니다. 그 중 200페이지 이상 원서가 6권이니 휴학하고 도서관에서 책만 봤던 22살 이후로 책을 가장 열심히 읽은 한 해입니다. 블로그에도 글을 많이 올렸는데, 다독의 영향이 분명 있습니다. 읽은 만큼 쓰고 싶어지고 또 실제로 쓸 가능성도 높아지는 것 같습니다.

3) 영어공부
- 원서읽기를 2018년 8월 중순에 시작했고, 올해 거의 하루도 빠뜨리지 않고 날마다 원서를 읽었습니다. 원서를 한글책과 같은 속도로 읽고 싶다는 단순한 바람이 동기였습니다. 전공서적을 여러 사람과 함께 읽으면 더 동기부여가 될 것 같아서 MMPI-2 스터디, 신경심리 스터디를 원서로 진행했고, 애착과 심리치료는 한글책 스터디지만 개인적으로는 원서로 읽고 있습니다. 전공책만 읽어도 재미있지만, Walking in Praise 같은 전공과 무관한 책들을 병행하며 원서 읽기의 재미를 배가시켰습니다. 독해 실력이 올해 말 텝스 봤던 백 명 중에 중간은 되니 내년에는 조금 더 올라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4) 걷기
- 원래 하루 만 보를 채우는 것을 목표로 하였으나 점심시간과 출퇴근 시간을 적극 활용하여도 쉽지 않아 목표치를 6000보 정도로 낮춰 진행하고 있습니다. 시속 5.5km의 속도로 하루 30분씩 주4회-5회 정도 걸으면 면역체계 강화에 도움이 되고 다양한 질환을 예방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거의 뛰기 직전 속도로 빠르게 걸어야 시속 5.5km 나옵니다. 겨울에도 살짝 땀이 날 수 있습니다. 걷기만큼 좋은 운동이 없다고 생각하며, 내년에는 7000보를 일일 목표 수준으로 잡아서 주5일 채워보고자 합니다.

5) 전공 스터디
- 올해 정말 다양한 전공 스터디를 진행했습니다. 최대 6개의 스터디를 동시에 운영하였으나 현재 다 줄이고 3개의 스터디만 남겨 놓은 상태입니다. 심리평가나 치료 모두 배우면 배울수록 모르는 것이 늘어나니 밑빠진 독에 물 붓는 느낌도 없지 않아 있지만 뼈가 되고 살이 돼 환자나 내담자를 돕는 데 도움이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정신과에서 심리평가만 하다 보면 매너리즘에 빠지기 쉬운데 나름의 매너리즘 극복 처방이었습니다. 허락된 체력과 시간이 한정적이니 내년에는 영어공부에 도움이 되는 원서 스터디 위주로 선택과 집중을 할 예정입니다.


2. 올해 잘 안 된 것

1) 능동적 육아와 집안일
- 레드오션에서 살아남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어쨌든 전문가로서의 역량 강화인데 이를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마음 같아서는 9시 10시까지 야근하며 공부하고 싶지만 와이프 고생하는 것을 알기 때문에 거의 100% 칼퇴하여 육아와 집안일을 도왔습니다. '도왔다'는 표현에 고개를 갸우뚱하실 분도 계실 것 같으나 어쨌든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럼에도 자발적인 집안일과 육아라고 보기는 어려운 수동적 형태의 조력이라 때때로 아내의 깊은 빡침을 유발하였습니다. 죄인임을 알기에 늘 을의 자세로 아내의 심기를 살폈습니다. 내년에는 집안일과 육아 루틴을 조금 더 체계적으로 모니터링하여 습관화할 생각입니다. 아내를 위한 사소한 습관도 한두 가지 병행해 보려 합니다. 어쨌든 커리어보다 가정의 평화가 더 중요하니까요. 본말이 전도되지 않게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2) 수면
- 수면 모니터링을 8월부터 시작했습니다. 9월 한 달은 10일 정도를 6시간 미만으로 잤습니다. 특히 주말에 저녁 두 시, 늦으면 세 시까지 책을 보거나 글을 쓰거나 해서 체력적으로 힘들어지는 날들이 많았습니다. 하루 7시간은 꼭 자야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이 나이 먹도록 모르다가 수면 모니터링을 한 후에 깨달았습니다. 그 이후부터는 7시간 수면 규칙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잠을 줄여가면서 무엇을 더 해보려는 시도가 얼마나 소모적이고 부질없는지 깨달았으나 여전히 공부하다가 이 규칙을 어기는 날들이 한 달에 6일 정도는 발생하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이 규칙을 어떻게 더 잘 준수할 있을지 방안을 모색 중입니다.

3) 과도한 핸드폰 사용
- 모니터링을 시작한 9월부터 12월까지의 하루 평균 핸드폰 사용시간이 3시간40분에서 50분 정도 됩니다. 모바일 웹브라우저 사용 시간이 압도적으로 많고 그 절반의 시간을 카톡에 할애했네요. 모바일 북리더기와 영어 리스닝을 위한 유투브/기타 재생기 사용 시간을 다 합치면 카톡에 할애한 시간을 조금 웃돕니다. 웹브라우저와 카톡이 구멍인데, 블로그나 기타 SNS에 글을 자주 올리는 만큼 자주 들여다 보게 됩니다. 카톡은 오픈챗 스터디 때문에 자주 들여다 보게 되는 면이 있고요. 어떤 기사를 보니 하루 평균 성인의 핸드폰 사용 시간이 3시간 55분이라던데, 완전히 사용을 안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하루 3시간으로 시작해서 하루 사용시간의 한도를 점점 줄여가는 작업이 필요해 보입니다.

4) 마음챙김
- 목표지향적으로 사는 것의 이점이 많지만 미래에 초점 맞춰 살게 되면 현재를 잃을 수 있습니다. 지금 행복하자고 하는 일들이지만 때로는 지금 여기서 펼쳐지는 일들을 못 보게 한다는 게 아이러니입니다. 특히 아이들은 정말 비약적으로 성장합니다. 어제와 오늘이 다르다는 게 온몸으로 느껴질 정도입니다. 유능한 전문가가 돼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아이들의 눈부신 성장을 생각보다 더 많이 놓치고 있지는 않은가 돌아보게 됩니다. 오늘은 딸이 자신의 이름을 주어로 사용하지 않고 "내가"라는 표현을 쓰더군요. 아시다시피 이름에서 '나'로 주어가 바뀌는 것은 정신적인 성숙의 한 가지 지표입니다. 우연히 그렇게 말한 것인지 변화의 결과로 그렇게 말한 것인지는 조금 지켜볼 필요가 있겠지만, 이런 미묘한 변화를 매번 알아차릴 수 있다면 그것 또한 꽤나 즐거운 일이겠구나 약간의 통찰이 왔습니다. 나와 마음챙김은 맞지 않는 궁합이라며 거부하며 살아왔는데, 이제는 마음챙김에 조금 마음을 허락해도 좋을 것 같네요. 마음챙김하지 않는 삶에서 심리적인 안녕을 찾기란 요원해 보인다는 사실을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게 된 것 같습니다.


3. 개선사항

1) 잠을 7시간 이상 자야 한다.
2) 핸드폰 사용 시간을 하루 2시간대로 낮춰야 한다.
3) 집안일과 육아 루틴, 아내를 위한 루틴을 조금 더 구체화한다.
4) 상담에서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마음챙김하며 나와 타인의 변화를 즉각적으로 알아차리는 것이 필요하다.  

5) A4 한 장 미만 분량으로 매일 글쓰기를 실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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