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B에 구강안면실행증(buccofacial apraxia)과 관념운동실행증을 검사하는 항목이 있습니다. 신경심리평가를 할 때마다 이 두 검사가 정확히 무엇을 측정하는 것인지 잘 알지 못 한 채 진행해 왔습니다. 이번에 개념을 조금 잡아 봅니다.
실행증은 다소 포괄적인 개념입니다. 고위인지기능상의 문제로 인해 수의적인 운동을 하는 데 어려움이 발생한 경우를 가리키는 말로 마비나 감각(특히 시지각), 기본 운동기능, 이해력 등에서의 손상, 비협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라야 실행증이라고 명명할 수 있습니다. 하드웨어는 멀쩡한데 뇌의 프로그래밍을 관장하는 소프트웨어가 문제라는 얘기로 저는 이해했습니다.
실행증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됩니다. 즉 이 글의 타이틀에서 보듯이 관념운동실행증, 관념실행증, 그리고 사지운동실행증(Limb-kinetic apraxia)이 그것입니다. 이 중 사지운동실행증은 손가락의 정교한 운동을 가리키는 것 같은데, 교과서를 읽어봐도 무슨 말인지 잘 이해하지 못 한 까닭에 넘어가겠습니다.
관념운동실행증은 일상생활에서 복합적인 행동이 가능하지만 그 행동을 해보라고 언어적으로 지시하거나 직접 행동을 보여주면서 따라해 보라고 지시했을 때, 복합적 행동을 이루는 세부적인 행동에서 장해가 발생하는 경우입니다. 말이 어렵죠? 평소에는 잘하던 행동인데 지시를 받아서 수행하려고 하면 안 되는 경우를 가리킵니다. 아래 동영상에서 작업치료사가 여러가지 행동을 보여주면서 따라 해보게 한 후에 가위나 빗을 주고 가위질하거나 빗질해 보라고 언어적으로 지시할 때 행동을 모방하지 못 하거나 지시대로 수행하지 못 하는 경우 관념운동실행증을 지녔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울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47y3q8nocXY
관념실행증은 복합적인 행동을 구성하는 각각의 행동이 정상적이지만 시퀀싱이나 개념에서 문제(conceptual errors)가 생긴 경우라 할 수 있습니다. 개념의 문제는 특정 도구에 연관되는 행동을 적절히 연결시키지 못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담배를 입에 물고 성냥불을 켜서 담배에 불을 붙이라는 지시를 했을 때 성냥을 입에 무는 것과 같은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위 동영상에서는 아마도 후반부에 치약을 칫솔에 묻혀 이를 닦는 시늉을 해보라고 하는 부분일 것입니다. 칫솔 대신 치약으로 이를 닦으려 하는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고요. 시퀀싱에서의 문제는 예를 들면 커피를 만들어 보라고 했을 때 목적을 달성하지 못 하는 것입니다. 치약을 칫솔에 묻혔으나 그 다음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 가만히 있거나 치약을 묻히지 않고 바로 칫솔질 하는 경우도 떠올려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관념운동실행증이 뇌의 특정 영역에 국한될 가능성이 높고 심한 경우가 아니라면 일상생활에 실상 큰 지장을 초래하지 않을 가능성 또한 높은 데 반해, 관념실행증은 일상생활의 큰 어려움을 야기할 수 있는 뇌 영역 전반에 걸친 인지장애입니다. 실제로 알츠하이머형 치매를 지닌 환자의 요리 능력 저하는 기억력의 문제라기보다 관념실행증 때문일 수 있다고 합니다.
관념운동실행증과 관념실행증을 구분하고 있으나 Laura H. Goldstein에 따르면 명확한 구분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ref)
1. Laura H. Goldstein 등이 에디터인 Clinical Neuropsychology 2판 239-247쪽.
2. https://synapse.koreamed.org/Synapse/Data/PDFData/0176BN/bn-2-57.pdf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