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가면처럼 이 책도 별 생각없이 킬링타임용으로 집어들었다가 꽤나 밑줄을 많이 그은 책입니다. 저자 나이가 저보다 어린데, 역시 나이와 인생풍파를 통한 배움의 양은 늘 비례하는 것이 아님을 느낍니다.
라이언 홀리데이가 어떤 사람인지는 모르겠으나, 이 사람이 하는 말의 상당 부분이 공감됩니다. 특히 일을 대하는 태도랄까? 전 그런 부분에서 공감이 많이 됐습니다.
예를 들어 성취 그 자체가 중요하다기보다 성취하고자 애쓰는 하루하루, 한걸음한걸음 자체가 값진 것이라는 생각이 그렇습니다. 그 과정을 통해 인정과 보상이 주어질 수도 있겠으나 삶은 원래 공정하지가 않은 것이라 인정은커녕 비판, 실패, 낙담만이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설령 결과가 그렇다 한들 거기서 주저 앉아버린다고 일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기에, 이 문제를 잘 풀어나갈 수 있는 힘이 내게 있다고 믿고 가급적 빨리 털어내 버림으로써 다시 한걸음 내딛는 것이 건강한 정신의 건강한 대처라고 생각합니다.
저자가 제시하는 많은 역사적 사례와 거기서 도출하는 견해들이 대략 이런 태도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어느 유명한 산악인의 말처럼 산이 있기에 산을 오르고, 일이 있기에 일을 하는 거죠. 별거 있나요. 너무 멀리 생각하기보다 1~3년 정도 앞을 바라보면서 일이든 공부든 관계든 조금씩 완성도를 높여가는 일이 좋고 그 과정에서 경험하는 작은 성취와 만족감이 좋습니다. 일종의 몰입 경험 같은 거죠. 이런 몰입 경험이 많은 삶이 행복한 삶 아닐까도 싶고요.
저자가 말하는 에고는 외적인 인정이나 성취에 근거한 자기중심적 경향을 뜻하는 것 같습니다. 에고라는 적의 반대편에는 스스로가 정한 내적 가치와 기준에 근거한 공동체 지향의 삶이 있는 것 같고요.
한걸음씩 가면서 기왕이면 그 걸음이 공동체의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었으면 하는 게 제 바람입니다. 블로그에 임상가로서 배운 바를 공유하는 것도 제 나름의 실천이고요. 결국 제 공부지만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누구든 간에 전문가로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개인적으로 꾸준히 맡은 바를 완벽히 해나가는 일이다."
이하 맘에 드는 문장들 발췌해 옵니다. 전자책으로 봐서 정확한 쪽수는 모르겠습니다.
에고의 정의: '자기 자신이 가장 중요한 존재라고 믿는 건강하지 못한 믿음'
그 누구(무엇)보다 더 잘해야 하고 보다 더 많아야 하고 또 보다 많이 인정받아야만 하는 것, 이것이 바로 에고이다.
자기가 추구하는 것을 이루려면 생각은 크게 할지라도 행동은 작게 해야 하고, 또 그런 태도로 삶을 살아야 한다. 타인으로부터 받는 인정이나 어떤 지위에 신경을 쓰는 대신 무엇을 실천하고 공부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그때 우리가 품는 꿈은 거대한 야망이 아니라 구체적인 형태를 갖추게 될 것이다.
누군가에게 인정받는 것이 아니라 실천에 관한 문제
당신은 원하는 값을 도출하기 위해 정교한 계획을 세우고 무엇이 필요한지 따져보고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중략) 열정은 아마추어에게나 어울리는 말이다. 마음이 쓰이거나 되고 싶은 어떤 것이 아니라 무슨 일을 해야 하고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분명히 해야 한다.
당신은 당신 자신이 아니라 만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이나 방법을 생각해보아야 한다. (중략) 다른 사람을 도움으로써 궁극적으로 자기 자신을 돕는 것, 바로 이것이 '캔버스 전략'이다.
어떤 것에 통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1만 시간인가 아닌가를 말하지만 사실 시간은 문제가 아니다. 일하는 데는 시작은 있되 끝은 없다. 숫자를 논한다는 것은 조건적인 미래에 산다는 뜻이지만 우리가 원하는 지점에 다다른다는 것은 어떤 탁월함이 아니라 지속적인 노력을 말한다.
날씨 때문에 모든 사람이 집에 틀어박혀 있을 때조차도 평소처럼 일터에 나가는 것, 이것이 진짜 일하는 사람의 모습이다. (중략) 더 중요하게는 본인이 어떤 찬사를 받는 신경쓰지 않는 것이다. 일이 있으니까 일을 하는 것뿐이다.
세네카에 따르면 마음의 평정을 뜻하는 그리스어 '에우테미아euthymia'는 자주 생각해야 할 말이다. 이것은 자기가 가는 길에 대한 인식이며 그 길에 끼어드는 모든 방해물들을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거기에만 집중하는 상태를 말한다. 달리 말해 이것은 남을 이기는 것에 방점을 찍지 않는다. 자기 자신의 상태에 집중하는 것, 그로부터 한눈을 팔지 않고 자기 자신에 최선을 다하는 것에 힘을 쏟는다.
'당신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왜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답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분명히 대답할 수 있을 때까지 이 물음을 뚫어지게 보아라. 그 대답이 나올 때에야 비로소 무엇이 중요하고 중요하지 않은지 이해하게 된다. 그때에야 당신은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고 또 당신에게 중요하지 않은, 어쩌면 현실에 아예 존재하지도 않는 어리석은 경주에서 몸을 빼낼 수 있을 것이다.
특히나 중요한 점은 인생이 우리에게 던져주는 시련들이 어마무시하게 보이지만 사실 우리에게 그 고난들을 대응할 수 있는 힘이 있다는 사실이다.
죽은 시간은 사람이 수동적으로 무엇인가를 기다리기만 하면서 보내는 시간이고, 살아 있는 시간은 무엇이든 배우고 행동하며 1분 1초라도 활용하려고 노력하면서 보내는 시간이다. (중략) 살아 있는 시간을 원하는가 아니면 이미 죽어버린 시간을 원하는가?
다시 말해서 당신이 무언가를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을 할 때 그 자체만으로도 자존감과 자긍심이 충만해진다면, 그 결과의 좋고 나쁨에 관계없이 충분하다는 말이다.
당신에게 주어진 일을 하고 그 일을 잘 해라. 그런 다음 흘러가게 두고 신의 뜻을 기다려라. 필요한 것은 그것뿐이다. 인정받고 보상받는 것은 그저 부수적인 요소일 뿐이다. 그저 일을 하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하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