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성인 ADHD의 경우에 아동기나 청소년기에 증상이 잘 드러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여성의 경우 아시다시피 과잉활동/충동성보다는 공상에 연관될 때가 많은 부주의한 면이 더 두드러집니다.
더욱이 지능이 높으면 학업이든 또래관계에서든 이런 부주의한 면이 잘 안 드러나죠. 높은 지능으로 부주의함이 어느 정도 커버가 됩니다. 지능으로 커버가 안 되는 경우 특히 여아들의 또래관계에서 배척될 가능성이 높지만, 이것이 ADHD 때문인지 다른 문제들 때문인지 감지하기란 전문가조차도 고심이 필요한 부분이라 일반인이 ADHD 가능성을 생각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일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청소년기에는 학업 성취 어려움이 분명해지면서 학교에서 잠만 자는 그런 아이로 선생님의 관심에서 벗어나기 쉽죠. 지능으로 부주의함이 커버가 되든지 안 되든지 간에 이래저래 아동청소년기의 여성 ADHD는 어른들 눈에 띄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다가 어른이 되어 대학생활이나 직업 기능에서 스스로가 부주의함으로 인한 문제를 심하게 느껴 정신과를 찾게 되는 것 같습니다.
남성이나 여성이나 성인 ADHD는 부주의함이 우세할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게 정말 ADHD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지는 임상심리전문가의 감별이 필요합니다. 가령 경조증적 증상은 성인 ADHD와 겹치는 부분이 많습니다. 전반적인 에너지 수준이 상승해 있는 듯해 보이는 점, 사고의 흐름이 빠른 점, 자극추구적인 모습, 다소 충동적이거나 불안/초조해 보이기도 하는 그런 모습들이 오버랩됩니다. 짜증이 많고 예민해 보이는 것도 비슷한 지점인 것 같고요.
CPT 같은 연속주의력 검사가 ADHD 감별에 도움이 되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것만 가지고 ADHD를 감별하는 것은 어렵고, 소위 풀배터리라 불리는 종합심리검사를 통해서 ADHD가 아닐 가능성은 없는지 면밀히 따져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한, 당연히 환자/보호자 보고가 중요해집니다. ADHD와 경조증 감별에서, 삽화 기간에만 부주의한 면이 나타나는지 아니면 생애 내내 그런 게 지속되는지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면담을 꼼꼼하게 해야 하고요. 가족 중에 정신장애 지닌 사람 있는지도 확인해야 합니다(ADHD는 양극성 장애보다는 우울장애와 유전적으로 더 가깝다고 합니다). 초/중/고 학생생활기록부까지 다 검토하면 금상첨화입니다.
아동기 및 청소년기 모두에서 성적 부진, 또래관계 어려움 지속, 품행문제, 물질남용 등의 문제가 지속됐다면 ADHD 가능성을 의심해 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앞에서 말했듯이 전체지능 수준이 양호한(평균상 이상) 여아의 경우에는 이런 문제들 가운데 어느 것도 두드러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과적으로 여성 ADHD 환자의 경우에는 성인기에 들어와서 ADHD 진단을 받게 되기 쉽습니다. ‘아무 문제 없다가 성인기에 ADHD 진단을 받는 것이 가능한가요?’ 네. 여성의 경우에는 특히 더 가능합니다.
문제가 한층 복잡해지는 것은 ADHD가 경조증과 공존하는 경우입니다. ADHD와는 별개로 경조증이 존재하는 경우죠. 흔치는 않지만 이런 경우들이 있고요.
ADHD는 약에 비교적 반응을 잘 하는 정신장애이기 때문에 정신과 전문의와 함께 정신자극제를 사용해 보고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일정 기간 약을 써도 별로 개선되는 것이 없다면 ADHD 이외의 가능성은 없는지 다시 한 번 고민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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