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내용을 한 문장으로 요약한다면, '누군가에게 가장 중요한 어떤 핵심 욕구가 지속적으로 좌절된 결과 자살을 하게 된다' 입니다.
세 명의 사례를 통해서 욕구가 좌절되는 과정과 그로 인한 심리적 고통을 세밀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어떤 경우든 간에 원가족과의 관계에서 생애 초기 - 아동기 - 청소년기 - 초기 성인기에 구체적으로 어떤 경험을 했는지를 알지 못 한다면 그 사람이 중시했지만 좌절돼 버린 그 욕구가 무엇이며 그러한 좌절에 어떤 방식으로 반응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책에서는 자살이 발생하는 개인의 종단/횡단적 맥락을 대략적으로라도 보여주기 때문에 이 사람이 왜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는가 하는 문제에 관해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결국에는 저자가 창안한 심리부검이라는 영역도 이런 물음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 같고요.
이전 글에서도 말씀 드렸듯이 자살을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아마 앞으로도 불가능할 것입니다.
하지만 자살자들의 공통된 특성을 확인하여 이러한 특성을 지닌 사람들을 대상으로 자살예방 사업을 벌이는 것은 의미가 있어 보여요.
물론, 모르긴 몰라도 심리부검 과정에서 유족의 아픔과 함께 하려는 노력이 기본이겠지요.
임상가라면 자살이라는 주제에 대해 한 번쯤은 깊이 고민해 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길 바라지만, 상담자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평생 한 번도 내담자가 자살하는 경험을 하지 않기란 요원해 보입니다.
공부한다고 해서 자살을 막을 수는 없겠지만, 자살 위험성을 파악하여 예방하거나 이미 벌어진 자살로 인해 주변 사람들이 고통을 경험할 때 지지대가 되어줄 수 있도록 자살을 공부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상담자 자신이 트라우마 경험을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자살에 관해 지속적으로 공부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는 계기를 마련해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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