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결과를 내담자에게 설명하는 것은 사실 심리검사 결과를 해석하여 보고서로 작성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하고 그것 나름의 공부가 필요한 영역임을 이번 분량 읽으며 깨닫습니다.
말이 아 다르고 어 다르듯이 같은 결과라도 어떤 태도로 전하는지가 듣는 이의 마음을 위로할 수도, 닫히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이 책에 나온 내용은 아니지만 어떤 유명한 연구에서는 환자들에게 치료의 효과를 사망율과 생존율로 설명했을 때 사망율로 설명한 집단에서의 장기적 생존율이 더 낮았다는 결과도 있습니다. 그만큼 피드백을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정말 좋은 내용이 많았으나 그 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한 가지는 검사 결과를 전달한다는 느낌으로 임하지 말고 검사 결과를 로드맵으로 삼아 내담자와 대화한다는 느낌으로 임하라는 대목입니다.
The MMPI-2 should be viewed as a road map for a therapeutic exploration rather than a hierarchically explicated process. p. 528
내담자의 반응에 따라 피드백이 수정될 수 있다는 것이 또 다른 핵심으로 여겨집니다. 협력적인 사례개념화를 내담자와 함께 하는 것이죠.
The feedback process needs to be a collaborative dialogue so that statements made by the therapist can be modified, enhanced, or dismissed based on the feedback from the client. 같은 페이지.
그리고 내담자가 살아 온 역사에 비추어 볼 때 스트레스에 반응하는 내담자의 양상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만한 것임을 공감적으로 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MMPI-2의 치료적 피드백에 관해서는 [MMPI-2 해석상담 어떻게 할 것인가]가 가장 유용하고 이 책만큼 유용한 책은 아직 발견하지 못 했습니다.
덧.
MMPI-2 결과지 일부를 내담자에게 줄지 말지 판단하는 것은 임상가의 몫입니다. 내담자 입장에서는 돈을 내고 검사를 했으니 결과지까지 받기를 바라는 마음이 행여나 있을 수 있지만, 저자가 The actual profile graph does not always
have to be shared with the client. 라고 말하듯이 꼭 줘야 되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아시다시피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조악한 정보들을 취합하여 MMPI-2 결과를 오해석하고 자기 자신에 대한 잘못된 판단을 내릴 수 있기 때문에 결과지를 안 주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설령 대체로 정확하게 해석했다 한들 내담자 스스로가 소화할 수 없는 부분까지 알게 되는 것은 백해무익합니다. 평가자가 결과를 일방적으로 전하지 않고 대화하면서 로드맵의 디테일을 채워 나가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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