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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서평

생각에 관한 생각 / 대니얼 카너먼

by 오송인 2020. 9.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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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0페이지 정도 되는데 40일 걸렸네요. 노벨경제학상 받은 심리학자가 쓴 글인데 글 자체는 간명하지만 여기 나오는 개념들은 통계적인 부분들이 많아서 상당히 머리 아픕니다.

 

그래도 꽤 흥미롭게 읽었어요. 저자는 우리네 사고가 빠른 결정을 내릴 수 있게 하지만 인지적 편향에 취약한 시스템 1과 숙고할 수 있게 하지만 역시나 지식의 한계로 인해서 잘못된 판단을 내릴 수 있게도 하는 시스템 2로 나뉜다고 봅니다.

 

이 책은 둘 중 시스템 1을 설명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습니다. 경제학은 합리적인 인간을 토대로 이론적 체계가 구축이 돼 있는데 저자에 따르면 시스템 1을 지닌 인간은 합리적이라고 볼 수 없는 결정을 내릴 때가 많으며 감정, 맥락, 기준점, 지금 눈에 더 잘 보이는 것 등에 기초하여 스스로에게 불합리한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얘기합니다. 그리고 스스로가 내린 결정이 불합리하다는 것을 눈치 채지 못 하고 합리적인 결정을 했다고 만족하는 경우도 많고요.

 

일반적인 사람들에 관한 놀라운 사실을 듣기보다 자신의 행동에 나타난 놀라운 점을 찾아낼 때 무언가를 배울 확률이 높다.” 264. <- 통계적 사실보다 나와 관련된 개별 사례가 판단 및 행동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

 

전문가는 아마추어에게 상당한 돈을 빼낼 수 있지만, 해마다 꾸준히 시장보다 높은 수익을 올리는 능력을 갖추고 주식을 고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중략) 경험 많은 사람들의 예측이 눈감고 찍는 것보다 더 정확할 것도 없다.” 321-322.

 

시스템 1의 이 같은 불합리성 중에서, 이득을 얻으려 하기보다 손실을 더 뼈아프게 느끼기에 손실을 적극적으로 회피하고자 하는 경향이 투자를 비롯한 많은 선택에서 역설적이게도 더 큰 손실로 이어지는 결정을 내리게 한다는 부분이 눈에 들어옵니다.

 

아주 먼 옛날이나 지금이나 위협에 맞서 직관적으로 빠르게 결정을 내리는 것이 생존에 도움이 되기에 시스템 1이 여전히 건재하다고 보는 점에서 진화론적 입장을 따르는 것 같고요. 요즘처럼 위기 상황에서는 시스템 1이 좌지우지하는 대로 편향에 빠지기 쉬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위기 상황에서는 오히려 가능하면 한걸음 뒤로 물러나서 판단을 내리는 것이 중요함을 배웁니다.

 

시스템 1의 편향성은 시스템 2에 의해서 보완이 됩니다. 시스템 1이 절차기억이자 무의식적인 나에 가깝다면 시스템 2는 명시적 기억이자 의식적인 나에 가깝지 않나 싶고요. 시스템 2비교나 선택, 체계적이고 논리적인 사고 등에 필수입니다. 시스템 1의 판단에 명분과 논리를 제공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시스템 1의 판단이 잘못되었음을 인지할 수 있게 하는 메타인지로서 기능하기도 하기에 시스템 2 역시 때로는 기능적이고 때로는 역기능적으로 작동함을 알 수 있습니다.

 

시스템 1과 시스템 2의 특성을 다양한 예를 통해서 설명하고 있고,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인간의 사고가 합리적이지만은 않고 편향이나 오류에 취약하지만, 그럼에도 대체로 사리분별 있고 타당함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분야의 전문가이든 비전문가이든 간에 자신이 틀렸을 가능성을 늘 염두에 두는 태도를 지니는 것이 중요할 수 있겠단 생각을 하게 됩니다. 오류를 피하는 데 개인보다 조직이 한 수 위다.”라는 말도 눈에 박힙니다. 조직이든 정부든 인간이 비합리적으로 행동하기 쉬운 취약성을 염두에 두고 안전장치(ex. 체크리스트)를 걸어놓는 것이 인간의 합리성과 자유를 맹신하는 관점보다 사리분별 있고 타당해 보입니다.

 

그밖에도, 길게 쓸 시간이 없어서 넘어가지만, 인간의 자아 또한 시스템 1과 시스템 2에 의해 구별되며 전자를 경험하는 자기, 후자를 기억하는 자기이자 의식하는 나로 정의하며 행복과 삶의 질에 관해 논의하는 5부가 매우 재미있습니다. 직접 자신의 인지적 오류를 알아차릴 수 있게 다양한 문제를 내고 있기도 하기에 몰입하면서 읽을 수 있는 포인트가 많습니다. 하지만 통계적인 사고를 요하는 부분에서는 머리가 아파 오기도 합니다. 여러 차례 쉬어 가며 책을 읽어야 했습니다. 이변이 없는 한 올해의 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취향을 심하게 탈 것 같은 책이라 누군가에게 섣불리 추천하기는 어렵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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