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용화학 전공 후 기업에서 일하다가 상담에 매료되어 사이버대학에서 상담을 공부한 약력이 흥미롭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좋은 책의 몇 가지 기준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책을 읽고 행동 변화가 실제 발생하는지 여부입니다.
이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메모를 당장 시작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저도 안 쓰던 노트를 꺼내 메모를 시작했습니다. 0.38 삼색 볼펜도 하나 마련했고요.
저자는 메모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 설득력 있게 전합니다.
메모가 메모로만 끝나는 게 아니라 아이디어와 아이디어를 연결시켜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생시키는 산실의 기능을 한다는 것을 배웁니다. 메모를 통해서 지식을 수동적으로 접하기보다 능동적으로 재가공하는 능력이 발달한다는 것이죠.
메모할 수 있는 디지털 앱이 많고 개인 SNS도 훌륭한 메모의 도구로 기능할 수 있겠으나, 김치를 숙성시키듯 아이디어를 숙성시키기 위해서는 노트 필기라는 아날로그적인 방식이 더 적합해 보입니다.
이동 중에 떠오른 생각은 노트 필기가 어렵기 때문에 핸드폰 등에 메모해두고 따로 노트 필기를 하기 위한 시간을 마련해 노트에 옮겨 적는다는 부분도 기억에 남습니다. 저자는 주로 업무 시작 전 한 시간을 노트 필기를 위해 비워둔다고 하네요.
저자 스스로가 그 쓸모를 설득력 있게 전하는 아웃라인 방식에 따라 정말 꼼꼼하게 쓰인 책이라는 인상을 받는데, 한 시간이나 일찍 출근하는 저자의 근면성실함과 무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글 한 편을 쓸 때 생각나는 대로 적어 내려가는 편인데 저자는 한 편을 쓰더라도 아웃라인을 잡고 살을 붙이고 또 시간을 두고 퇴고하는 작업을 거친다고 합니다. 물론 메모해둔 글이나 경험이 글감으로 녹아듭니다.
장인정신이 묻어나는 글쓰기 방식은 배우고 싶은 부분이긴 한데 아웃라인은 그렇다 하더라도 같은 글을 두 번 읽는 것을 싫어하는 제 성향상 퇴고가 무척 어렵게 느껴집니다. 일단 연재글이라든지 긴 글을 쓸 때는 아웃라인을 잡는 버릇부터 들여보려 합니다.
이 책 읽고 메모를 실천하게 되었고 글의 아웃라인을 잡아 조금 더 조리있게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블로그를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자는 블로그를 통해 자신의 삶을 풍성하게 만들 수 있고, 나아가 블로그가 다른 사람에게도 이로운 정보의 출처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이를 불로소득에 빗대 "불로봉사"라고 표현한 부분이 재미있네요.
저도 이 블로그를 재미로 시작하였으나, 점차 방문자수가 늘어나는 것을 지켜보면서 단순히 재미에만 그쳐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내 공간이었으나 이제 내 공간이자 모두의 공간이 된 듯해요. 블로그 글을 통해 다른 사람이 정보 획득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시켜줄 수 있다면 이 블로그가 더 의미있겠고요. 늘 그런 것은 아니지만 저도 불로봉사를 염두에 둘 때가 있습니다. 요즘 같은 세상에 지식의 배타적 활용은 자기 성장에도 도움이 되지 않음이 자명하고요.
끝으로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든 한 문단 옮겨 오며 글을 매듭짓습니다.
"기록하는 사람의 삶에는 버려지는 시간이 적다. 그래서 그들은 같은 시간을 살아도 일반 사람들보다 더 많은 날을 사는 듯한 효과를 누린다. 기록하지 않는 사람의 인생은 표지만 있고 속은 비어 있는 책과 같다. 관찰하고 기록할 때, 우리가 만들어가는 인생이라는 한 권의 책은 반짝이는 일상의 페이지들로 빼곡히 채워진다. 엉성하게 채워져 있던 삶이 밀도 있게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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