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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일상

글 잘 쓰는 법, 그딴 건 없지만

by 오송인 2021. 7.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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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동안 카피라이터로 일해 온 일본 작가의 책입니다. 윌라 오디오북으로 들은 네 번째 책입니다. 모든 글은 근본적으로 타인이 아닌 자신을 위해 쓰는 글이며, 스스로에게 재미없는 글은 타인에게도 당연히 재미가 없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웁니다.

 

오늘 지하철 안에서 입담이 좋은 60대 후반의 할아버지를 보았습니다(할아버지 얘기를 듣다가 정확한 나이도 알게 됐습니다). 등산 후에 술 한 잔 하셨는지 마스크를 제대로 쓰지 않은 채 큰 목소리로 동무들에게 젊었을 때 얘기를 하더군요. 평소라면 진상이라며 자리를 피했을 테지만 오늘은 그 할아버지가 하는 이야기가 선명하게 귀에 울렸습니다. 목소리가 컸을 뿐만 아니라 말을 참 재미있게 하더군요. IMF 터지기 직전에 터키에 노동자로 파견되어 일했던 경험을 무용담과 허세를 섞어 얘기하는데 다음에 저 할아버지가 무슨 이야기를 할지 궁금해서 계속 듣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 등 내적 상태, 즉 <글 잘 쓰는 법, 그딴 건 없지만>의 저자가 심상이라고 표현한 것에 치중하는 스토리텔링은 유아적이고 자기중심적으로 들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역사적인 맥락이나 과학적 사실 등 저자가 사상이라고 표현한 것이 더해질 때 그 이야기는,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자기중심성에서 벗어나 공감의 여지가 생깁니다. 오늘 지하철 할아버지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 말의 의미를 실감했습니다.

 

이야기를 신나게 하다 보니 내릴 때 놓칠 뻔했다며 급하게 지하철을 내리는 그 할아버지를 보면서, 본인이 신나서 써내려간 글(스토리텔링)은 타인에게도 흥미를 유발하기 쉽고, 글에는 심상을 뒷받침하는 외부 사상들이 필요하다는 것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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