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이맘 때 올렸던 공지입니다.
제목이 문자 그대로 이 모임의 목적입니다.
한두 달 파일럿으로 해보고 더 할지 결정하고자 했는데, 한 달 동안 다섯 명의 멤버 모두가 습관 정착이 잘 돼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습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오전 시간이 얼마나 귀한지 깨닫고 있습니다.
오전에 머리가 맑은 상태에서 최대한 집중력 있게 일하는 것이 효율적인 업무 방식이라는 것을 너무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결혼 전에는 하루 24시간이 온전히 제 것이니 효율을 따질 이유가 없었습니다.
늦은 밤이든 새벽이든 이른 아침이든, 데드라인만 잘 지킬 수 있다면, 내키는 시간에 하면 그만일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둘인 지금은 어떻게 해서든지 간에 중요한 일은 오전 업무 시간에 최대한 많이 끝내고 저녁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물론 이건 9시-6시의 일상적인 회사 업무 시간을 고려할 때 얘기긴 합니다.
저는 현재 프리로 일하고 있고, 프리랜서에게는 낮밤이 따로 없습니다. 업무량이 불규칙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전에 중요한 일을 끝낸다는 기본 규칙은 변함이 없습니다.
그래서 오전에 주로 머리를 많이 써야 하는 일을 합니다. 보고서를 쓴다든지 영어 통암기를 한다든지 하는 일들 말이죠.
오전에 중요한 일을 세 가지 끝내 놓으면 오후에는 어떨까요?
솔직히 말해 좀 늘어지는 것도 있습니다.
하지만 오전에 딴짓하다가 오후에 집중해서 일하는 게 제 경우 쉽지 않은 터라, 최소한 제게는 이 방식이 효율적으로 느껴집니다.
일이라는 게 쳐낸다고 해서 없어지는 게 아니고, 어떨 때는 쳐내면 쳐낼수록 더 많이 늘어나는 것 같다는 느낌도 있습니다.
하지만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오전에 중요한 일을 끝내 놓으면 뿌듯한 느낌도 들고 성취감이 있습니다.
오전에 다 끝내려고 아침 5-6시에 일어날 때는 특히 더 그렇고요.
오전중 이라는 모임은 오전의 업무효율 향상, 생산성 향상이라는 목적으로 출발했지만 2021년에 제가 벌인 일들 가운데 가장 잘했다고 여겨지는 일입니다.
제가 이 블로그 여기저기 조금 적어놓았듯이 2021년은 수련생 시절만큼이나 시간적으로 여유가 없었습니다. 1월부터 6월까지의 업무량과 7월부터 12월까지의 업무시간 총합은, 프리랜서로서 이 기관 저 기관 이동하는 데 소요된 시간을 다 빼고 순수히 일한 시간만 포함시켜 산술적으로 비교해도 2배의 차이입니다. Toggl로 기록한 아래 그래프에 시각화돼 있습니다. (아름답지 않나요? ㅎ) 돈도 두 배로 벌었다면 슬프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말이죠.
전혀 프리하지 않은 프리랜서였습니다.
자연스레 정신적으로도 상당히 고된 한 해였습니다.
상반기에는 적극적으로 구직하며 환승시도를 하였으나 번번히 실패했습니다.
하반기에는 (비자발적으로) 프리랜서가 됐지만, 어쨌든 변화된 환경에 적응해야 했기에 다시 한 번 육체적/정신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냈습니다.
생계를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최소한 회사 다닐 때만큼의 수입은 유지를 해야 했기에 일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닥치는 대로 일했습니다.
이 상황에서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와이프 덕분이고, 두 번째가 이 오전중 모임 덕입니다.
오전에 처리해야 할 중요한 일을 세 가지 고르는 것은 생각보다 까다로운 작업일 수도 있습니다. 당면한 여러 과제 중 시급함과 장기적 중요도 사이의 줄다리기를 해야 합니다.
이런 줄다리기를 여러 번 하다 보면 삶의 우선순위랄 만한 게 생깁니다. 결국 자기가 인생에서 뭘 중요시 하는지에 관해 알 수 있게 되고 그것을 중심으로 멘탈을 부여잡는 것도 가능해집니다.
제게는 그 중 제1 우선순위가 영어였습니다.
영어 공부를 하면 삶의 활력이 생깁니다. 영어 공부를 못 한.. 아니 적게 한 날에는 좀 우울해지기도 하고요.(물론 못 한 날은 거의 없었습니다.)
왜 그럴까에 대해서 생각도 많이 해봤는데, 그냥 저라는 사람에게 딱 맞는 짝이 지금의 제 아내이듯이, 영어는 저와 궁합이 잘 맞고 함께 있으면 너무 좋습니다.
그래서 오전중 모임에서도 영어 과제를 그 날 오전 과제로 설정할 때가 많았습니다.
덕분에 2021년의 온갖 풍파에도 흔들림 없이 영어 공부를 지속하는 것이 가능했고, 영어 공부에서 얻은 활기를 바탕으로, 히드라의 머리처럼 하나 자르면 두 개 생기는 그런 업무량에도 비교적 선방하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혼자였다면 가능했을까요? 영어공부 지속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았을 거라는 데 제 노트북 정도는 걸 수 있을 듯합니다.
제가 날마다 설정하는 과제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을 그 날 얼마나 완료시켰는지 보는 네 명의 눈이 없었더라면 영어공부도 업무 처리도 원활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오전중 모임의 이러한 효과를 저만 본 것이 아니고 오전중 모임의 다른 구성원들께서도 봤을 거라 확신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2022년에도 모두가 이 모임을 지속하겠다고 결심했겠죠.
2022년의 오전중 모임은 다이날리스트라는 메모 앱을 통해서 데이터베이스화하는 단계로 진화했습니다. 뭐 대단한 것은 아니고 아래와 같은 틀을 가지고 있습니다. 서로에게 공유되는 to-do list인 것이죠.
업무 처리를 메인 용도로 하여 이 모임을 활용하는 분도 계시고, 저처럼 책읽기나 영어공부를 위해 이 모임을 활용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2022년에는 어떤 풍파가 저를 기다리고 있을지 두렵기도 하지만, 이 모임 덕에 저는 제게 의미 있는 행동과 제가 할 수 있는 행동을 하며 2022년을 보낼 것임을 잘 압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to-do list를 공유하는 그런 모임을 하나 만들어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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