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마(schema)는 외부에서 유입되는 정보를 해석하고 이를 통해 감정이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일련의 심리적 구조로 전생애에 걸쳐 발달하고 변화합니다.[^1][^2] 어떤 학문에서 쓰이느냐에 따라 세부적인 내용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스키마는 세상을 보는 저마다의 렌즈이며, 스키마로 인해 같은 것을 보더라도 다른 반응이 야기될 수 있습니다. 스키마의 한 예로 개개인이 지닌 세계관을 들 수 있습니다. 즉, 자기 삶의 서사라든지 타인에 대해 갖는 일반적인 생각, 미래에 대한 전망 등입니다.
스키마가 중요한 것은 우리의 주의 초점이 맞춰지는 방향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아이가 발레 학원을 다니기 전까지 동네에 발레 학원이 있는지조차 몰랐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발레복 입은 모습을 직접 보고 발레 학원에 가보기도 한 이후에는 크지 않은 동네에 발레 학원이 세 곳 정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알려고 해서 안 것이 아니라 길을 가다가 우연히 눈에 띄었다고 표현하는 것이 정확할 것입니다. 이전에는 없던 발레에 관한 스키마가 생성되었고, 이후 이 스키마로 세상을 보게 되니 눈에 보이지 않던 발레학원의 세계가 펼쳐진 것이죠.
이전 글에서 주의를 효율적으로 배분하여 창의적 사고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필요없는 정보를 주기적으로 버리는 것이 중요하고, 기존의 정보를 잘 요약하고 원래 맥락과 연결시켜 놓음으로써 추후 정보를 인출할 때 필요한 수준까지 쉽게 접근 가능해야 함을 언급했습니다. 핵심 정보를 위주로 훑다가도 정보의 세부사항이 필요할 때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 놓아야 합니다.
주의의 효율적 배분을 위한 세 번째 방식은 우리의 주의가 의식적/무의식적으로 향하게 될 방향을 결정짓는 스키마, 즉 질문의 목록을 만드는 것입니다. 아래 제 질문 목록의 일부입니다.
처음부터 질문의 목록을 만들었던 것은 아닙니다. 옵시디언에 날마다 하루 두 개의 메모를 모으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한 질문들에 가깝습니다. 즉, 작성한 메모를 훑어보는 과정에서 유사한 내용을 공유하는 일련의 메모를 확인할 수 있었고, 메모 간의 유사점을 질문의 형식으로 만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Q - 메모가 어떤 식으로 하나의 글이 되나]]에 포함된 백링크(즉, 메모)를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일곱 개의 메모가 포함이 돼 있죠. 이 중 서로 다른 출처에서 온 두 개의 메모가 유사한 내용을 지녔음을 확인한 후 유사점을 질문으로 만들었고, 질문을 만든 시점 이후 작성한 다섯 개의 메모를 이 질문에 포함시켰습니다.
억지로 질문을 쥐어짜낼 필요는 없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아도 메모를 한 곳에 모으고 주기적으로 리뷰하다 보면 공통되는 토픽이 보일 것입니다. 태그를 사용한다면 태그 자체가 공통 토픽이 되는 것이고요. 이렇게 관련성을 지닌 메모에서 자연스럽게 질문을 뽑아낼 수 있을 때, 조금 더 선별적으로 메모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발레에 대한 개념이 제 머릿속에 생긴 이후 발레학원이 눈에 띄었듯이, 어딘가에 기록해둔 질문은 우리가 일상생활을 하는 중에 스스로 답을 찾기 시작합니다. 보고 싶지 않아도 질문에 연관된 내용들에 초점이 맞춰지기 시작할 것입니다.
But those who have already developed their thinking through writing can keep the focus on what is interesting for them at the moment and accumulate substantial material just by doing what they most feel like doing. The material will cluster around the questions they returned to most often, so they don’t risk too far of a departure from their interest.[^3]
하지만 글을 통해 이미 사고를 발달시킨 사람들은 현재 자신에게 흥미로운 것에 초점을 맞출 수 있고, 그들이 가장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자료를 축적할 수 있다. 자료들은 그들이 가장 자주 회답한 질문들을 중심으로 모여들기 때문에, 그들은 그들의 관심에서 너무 멀리 벗어나는 위험을 감수하지 않을 것이다. - 파파고 번역
질문은 기존의 어떤 정보를 버릴지 결정하는 데 중요할 뿐만 아니라 어떤 새로운 정보를 자신의 것으로 취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데 중요합니다. 질문은 정보의 가치에 대한 평가 및 선별을 가능케 합니다. 이런 식으로 질문은 사고의 구심점이 되어 우리의 주의가 목적 없이 산만하게 방황하는 것을 막아주고, 확산적 사고와 수렴적 사고의 밸런스를 유지할 수 있게 도우며 창의적 사고를 촉진합니다.
[^1]: [[P - 우리가 지닌 스키마가 외부에서 유입되는 정보를 해석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침]]
[^2]: Britannica
[^3]: How to Take Smart Notes by Sönke Ahrens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