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 있게 여기는 무언가를 하는 과정에서 정체기가 오는 것은 보편적임을 인식하고 정체기가 왔을 때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계획을 세운다.
어떻게 완주할 것인지가 아니라 어떻게 계속 달릴지 생각한다. 이를 위해 큰 목표를 작은 목표로 세분화하여 계속 달릴 수 있게 촉진하는 일련의 작은 성취 경험을 만든다.
기준을 낮추고 목표에 연관되는 어떤 작은 실천이라도 지금 당장 시작한다. 정체기에서 벗어나는 실마리는 생각이 아니라 행동에서 나온다.
일상 기록의 누적을 통해 온갖 풍파에도 굳건히 서 있는 자기를 발견하고, 자신이 중시하는 가치와 욕구를 확인하여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는다.
열심히 노력해도 진전이 없다고 느껴지는 때가 있습니다. 저는 영어공부에서 그런 것을 많이 느낍니다.
이 팟캐스트 에피소드에 출연한 Adam Alter에 따르면 이는 보편적인 현상입니다. 운동을 주제로 한 어떤 연구에서는 운동 습관을 형성하기로 마음 먹은 후 꾸준한 진전을 경험하더라도 평균적으로 18개월 시점에는 더 이상의 진전이 없는 정체기가 찾아옴을 밝힌 바 있습니다. 이를 고원 효과(plateau effect)라고 합니다.
그는 어떤 행동 변화나 프로젝트를 시작하더라도 머지 않은 미래에 정체기가 올 것이라고 예상해야 함을 강조합니다. 일종의 정신적 보험을 드는 것입니다. 이러한 예측을 하고, 실제 정체기가 왔을 때 이제까지의 전략과는 다른 접근을 취하는 것이 빠르게 정체기에서 벗어나는 방법이라고 말합니다.
제 경우에는 작년 하반기에 하루 두 시간 정도 스피킹에 시간을 쓰며 몰두하였으나 실력 향상이 더뎌 좌절감을 느끼기도 하던 차에, 제가 좀 더 즐겨하는 리스닝으로 영어공부의 초점을 바꿈으로써 정체기에서 벗어난 바 있습니다.
Adam Alter는 종점예측(Teleo-anticipation)이라는 개념을 통해 정체기를 벗어나는 또 다른 방법을 제시합니다. 마라톤을 예로 들면, 현재 페이스로 달릴 때 종점에서 몸이 어떤 상태일지 실시간으로 가늠하여, 너무 빠르거나 너무 느리지 않은 최적 속도를 유지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목표 지점이 명확하더라도 그 목표가 공간적으로나 시간적으로 너무 멀리 있다면 이러한 판단에는 오차가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더욱이 대부분의 삶의 과제(양육, 커리어 등)에는 명확한 목표 지점이라 할 만한 것이 없을 때가 많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오차를 줄이는 방법은 큰 목표를 더 세분화된 목표로 나누는 것입니다. 손 잡으면 닿을 수 있을 만한 가시적 목표로 나누어 너무 먼 미래보다 현재 순간에 집중하는 것이 정체기를 벗어나는 또 다른 방법입니다. 이와 관련하여,제가 쓴 글을 참고해 주세요.
정체기에서 벗어나는 세 번째 방법은 목표에 연관된 어떤 사소한 행동이라도 일단 시작하는 것입니다.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생각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행동에서 나옵니다. 행동을 통해 문제 해결에 필요한 데이터가 산출됩니다.
그렇다면 동기가 저하되어 있거나 무기력하게 느껴지는 상황에서도 행동을 시작하는 것이 가능할까요. 가능합니다. 기준을 낮추면 됩니다. 예를 들어, 책이 안 써진다고 불평할 게 아니라 한 문장이라도 날마다 쓰는 것이 중요합니다. 뮤즈가 찾아오지 않는다고 불평할 게 아니라 내가 만들 수 있는 최악의 프레이즈를 작곡해 본다는 태도로 몇 마디라도 음표를 그려 넣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는 우울증을 치료하는 행동적 개입인행동활성화와도 맥을 같이 합니다.
다만 행동하기 전에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안정화(temperature down)하는 것의 중요성을 언급합니다. 감정 안정화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도하는 대처 행동은 대체로 목적한 바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것이 그의 생각입니다.
저널링의 중요성도 언급됩니다. 그는 매일 서너 줄의 일상 기록을 남기고 나중에 이를 리뷰한다고 합니다. 정체기나 난관에 처하면 시야가 협소해져서 효과적인 대처를 하기 어렵기 십상인데, 저널링은 폭넓은 조망을 유지할 수 있게 함으로써 더욱 유연하게 대처하도록 돕습니다. 특히, 저널링은자기를 보는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하고중시하는 가치와 욕구를 나침반 삼아 정체기를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됩니다.
Suleika Jaouad는 22살에 장기 생존 확률 35%인 급성 백혈병에 걸립니다. 5년 후, 10년 후의 목표를 그리며 파리에서 주체적으로 살고 있던 중에 짐을 싸서 부모님이 거주하던 뉴욕 북부의 아파트로 오게 됩니다. 분홍색 벽지에 먼지 쌓인 보이밴드 포스터가 붙어 있는 자신의 유년기 침실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던 것이죠.
이후 27살까지 투병이 지속됩니다. 죽음에 대한 공포보다도 인생에서 하고 싶었던 일을 할 수 없게 된 데 따른 괴로움이 더 컸다고 말합니다. 센트럴 파크가 내다 보이는 병실 창문 바깥의 삶과 병실 안 자신의 처지가 극명하게 대조되며 고립감과 무력감을 느낍니다.
투병을 시작한 첫 한 해를 그렇게 보내다가, 신체적 고통이 컸음에도 창작 활동을 지속한 아티스트나 작가의 계보를 탐색하기 시작합니다. 그 중 한 명이프리다 칼로(Frida Kahlo)였습니다. 프리다 칼로의 생애를 통해서 희망이나 지혜를 찾아야 한다는 압박감 없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창의적인 무엇인가를 할 수 있겠다는 영감을 얻습니다.
일기 쓰기를 통해 이러한 영감을 행동으로 옮깁니다. "저는 이 상황에서 무기력함을 느끼기보다는 병동 안을 관찰하기 시작했습니다. 간호사 스테이션 옆에서 우연히 들은 대화를 기록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만난 새로운 친구들과 동료 환자들에 대해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중략) 조금씩 일기를 쓰면서, 비록 그 일기로 무엇을 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는 없었지만, 제 목소리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이 새로운 현실을 스스로 선택하지는 않았고, 의사, 간병인, 끊임없이 변화하는 치료 프로토콜에 많은 통제권을 양도해야 했지만, 저에게 어느 정도 주체성이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된 것 같아요. 그것은 바로이 경험을 내 방식대로, 내 말로 의미부여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그녀는 '병이 나으면, 그때 무언가를 하겠다'고 생각하기보다 치료의 과정 중에도 자신의 관심사를 추구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습니다. 다만, 건강과 체력이 좋지 않아 하루에 가용한 시간이 많지 않기에, 누구와 어떤 활동에 시간을 보낼지 구체적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골수 이식을 받고 백혈병 치료가 되었지만 작년에 병이 재발하여 두 번째 골수 이식을 받은 상태라고 합니다. 평생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고요. 언제 백혈병이 재발할 지 몰라 지난 10년 동안 매일 두려움과 불안과 싸워야 했기에, 그녀는 병이 재발했다는 소식을 듣고 묘한 자유로움을 느꼈다고 언급합니다. 그러면서 "이젠 그냥 받아들이는 법을 배워야 하니까요."라고 말하네요.
받아들인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요. 불편한 내면의 감정과 생각을 피하려고 하면 할수록 더 괴로워집니다. 이에 이 둘을 받아들이는 자기만의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녀는 어떤 불편한 감정이나 엉망인 생각이라도 날것 그대로 일기에 적는다고 합니다. 불편한 내면과 마주하는 일은 달갑지 않지만, 자신의 생존에 직결되기 때문에 일기 쓰기를 지속함을 강조합니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대처하는 방법에 관해 지난 2년 동안 많은 생각을 했고, 생각의 흐름을 글로 남기기도 했습니다. 핵심은 두 가지인 것 같습니다.Suleika Jaouad의 말처럼 불확실한 상황에 수반되는 내적 경험을 피하려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해 보입니다. 일기를 쓰든 명상을 하든 자신만의 받아들임 방식을 찾으려 노력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어떤 암담한 상황에 처하더라도 스스로가 의미 있게 여기는 작은 실천을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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