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터 살레스가 감독한 지아장커: 펜양에서 온 사나이 상영 후 GV. 지아장커가 만든 다큐멘터리인 줄 알았다. 그 정도로 정보 검색 없이 대충 예매했다. 출발 전에는 꼭 가야겠단 생각보다는 한 번 가볼까 정도 수준이었다. 예매하면서도 그런 마인드였다. 근데 이 다큐멘터리 보고 나서 아..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아장커 영화를 거의 다 봤는데 이 감독이 세상을 바라보는 눈에 대해서 더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결국은 영화를 통해서 자전적인 이야기를 풀어냈던 것이었다. 일례로 아주 빠르게 자본주의로 탈바꿈하던 80~90년대 중국의 시골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 3편 정도(소무, 임소요, 플랫폼) 되는데, 영화를 보고 있으면 바깥 세상에 대한 동경을 지녔으나 딱히 그 세상으로 나아갈 방법이 없어서 무기력하기도 한 시골 청춘의 마음이 나타나는 한편 그 시절, 그 공간에 대한 향수를 느끼고 있는 현재 감독의 마음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초기 작품들은 펜양이라는 시골에서 성장한 지아장커의 젊은 시절에 대한 회고담이 아니었을지.
지아장커 영화의 전반적인 동기는 도시화, 자본화로 인해 사라져 가는 것들을 필름에라도 붙잡아 두려는 의지인 것 같다. 그리고 더 깊숙이 들어가 보면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라는 정서가 깔려 있는 것 같다. 펜양에서 온 사나이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관조적인 시선을 유지하던 지아장커가 아버지 얘기를 하면서 눈물 흘릴 때였다.
월터 살레스 대신 지아장커가 들어와서 다들 놀라는 눈치였다. 예정에 없던 일이었나 보다. 자신의 작품들이 공안의 검열 때문에 극장에 걸리기 어려워졌을 때가 가장 힘들었다고 얘기했다. 그럼에도 카페에서 상영할 기회가 있었는데 비가 많이 와서 물이 새고 암전도 확실히 되지 않는 열악한 공간이었다고 했다. 내 작품은 왜 제대로 된 극장에서 상영될 수 없는 것일까 라는 생각 때문에 괴로웠다고.
첫 영화가 너무 맘에 들어서 기분이 좋았다. lsy가 채식으로 전향하고 있어서 점심으로 생선 먹으러 왔다.
점심 식사 후 영화의 전당 좌석에 앉아서 서로 사진도 찍어주면서 쉬었다. lsy에겐 디카 말고도 고프로가 있었고 고프로로 찍은 사진들이 맘에 들었다.
선선한 가을 바람 맞으며 여유를 즐기다가 허우 샤오시엔을 봤다. 아.. 저런 거장을 눈 앞에서 보다니. 부산의 위엄을 실감했다.
진행자들이 허우 샤오시엔의 신작인 자객 섭은낭에 관한 질문을 많이 했는데 영화를 못 봐서 내용을 모르니 집중이 안 됐다. 과거 작품들에 대해서도 많이 물어봤더라면 좋았을 텐데. 무엇보다 김동호 전 집행위원장이 말하는 시간도 많아서 짜증났다. 사람들은 김동호씨 보러 온 게 아니라 허우 샤오시엔 보러 온 것인데, 핀트가 완전히 나간 병맛 진행이었다. 빨아주는 건 사석에서나 했으면.
아사노 타다노부와 함께 작업한 카페 뤼미에르 같은 작품 정도가 기억에 남고 다른 작품들은 다 졸면서 봤다. 지루한 영화들이 많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유없이 좋은 감독이다. 신작에 대한 얘기를 많이 들었으니 들은 게 아까워서라도 자객 섭은낭은 개봉하면 보러 갈 생각이다.
토요일 저녁 지아장커 갈라 프레젠테이션.
지아장커의 헤로인 자오타오 여신 등장. 아.. 이것도 전혀 뜻밖이었는데 정말 맙소사였다. 지아장커 영화를 좋아한다면 자오타오의 연기도 당연히 좋아할 수밖에 없다. 배우가 되기 전에 무용 교사였고 so 춤 추는 장면들에서 특히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줄 때가 많다.
진행은 강수연이.
산하고인은 영 별로였다. 천주정으로 인해 공안의 탄압을 많이 받아서 사랑 얘기로 옮겨 간 것은 아닐까 추측하게 되는데 지아장커의 모든 작품 중 가장 낮은 점수를 주고 싶다. 스틸라이프나 천주정을 비롯하여 이전 모든 작품에서 개인과 역사를 함께 보여주던 그 유연한 시선이 사라진 느낌이었다.
영화 끝나고 lsy와 해운대 밤바다를 바라보며 아사히 + 기네스 각 두 캔씩 먹었다. 혼자였다면 심심했을 텐데. 같이 가자고 먼저 물어봐준 lsy에게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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