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의 느낌을 잘 살린 후속편인 것 같다. 원작에서 데커드가 인간인지 리플리컨트인지 알 수 없어서 답답한 마음이 있었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아예 이 부분을 명확히 짚고 넘어간다. K와 데커드가 만나면서부터 얘기가 산으로 가나 했는데 명성이 자자한 감독답게 스토리를 아주 설득력 있게 풀어나간다. 시각적으로나 청각적으로도 압도적인 작품이다. 드니 빌뇌브 최고.
원작이나 이번 작품이나 인간이란 무엇인가 라는 본질적 질문을 제시한다. 인간은 기억이다 라고 평소에 생각해 왔는데 단서를 두 가지 더 추가해야 할 것 같다. 인간은 '경험에 대한' 기억이자 다른 생명에 대한 공감적 태도가 아닐지.
영화에서는 기억이 이식될 수 있다고 나온다. 누군가의 실제 경험이 K에게도 이식된다. K는 그 기억이 이식된 것임을 안다. 이 장면을 보면서 기억 그 자체만으로는 부족하고 실제로 경험한 사건에 대한 기억이어야 한다는 단서를 달게 됐다. 인간의 본질을 이루는 두 번째 요소는 공감적 태도이다. 데커드와 레이첼의 기적을 보호하려는 구형 리플리컨트들은 기적이 숨겨진 위치를 아는 데커드를 죽이려 한다. 공감 능력이 결여된 채 목적 달성에만 여념한다는 점에서 '비인간적'이다. 데커드와 데커드의 딸을 대하는 K의 태도는 그와 대조되게 인간보다 더 인간적이다. K를 보호하려다가 죽임을 당한 LAPD 국장도 매우 인간적이고.
K가 자기 기억의 실체를 알게 되는 순간이 이 영화의 소름 돋는 명장면이다. 원작을 만들었던 리들리 스콧이 이 영화를 드니 빌뇌브에게 맡긴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어라. 꼭 보길 바란다. 이건 올해의 영화감. 하지만 러닝타임이 2시간 40분으로 길고 K가 데커드를 만나기까지 영화가 상당히 느린 리듬으로 진행된다. 내 뒷자석 아저씨는 코 골며 잠.
2017.10.07 @ 유난히 외국 관객이 많았던 신촌 아트레온 with 아내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