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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일상

as if

by 오송인 2018. 1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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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딸은 아직 마치 ~인 것처럼(as if) 가장할 수 있는 능력을 탑재하지 못 했다.


엄마놀이 아빠놀이를 할 수 있을 만한 짬밥이 되려면 아직 더 커야 한다는 뜻이다.


'놀이'란 것을 할 수 있으려면 의미를 대상물과 분리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기다란 젓가락(대상물)에서 반찬을 집어먹는 데 사용하는 도구라는 의미가 떨어져나가고 칼이라는 의미를 획득하지 못 한다면 놀이가 시작될 수 없다.


젓가락이 젓가락도 되지만 동시에 칼도 될 수 있고 마술지팡이도 될 수 있다. 대상물에 여러가지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능력이 바로 '상징'이다.


우리 딸처럼 24개월 미만의 아이는 상징화 능력이 없기 때문에 아빠가 아빠이면서 동시에 호랑이나 괴물처럼 가장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 한다.


내가 호랑이나 괴물 흉내를 내면서 딸에게 다가가면 딸은 기겁을 하면서 엄마에게 내뺀다.


아빠가 진짜 호랑이나 괴물인 것마냥 무서워한다는 것이다.


딸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재미있는 현상이다.


오늘도 양치를 하지 않으려는 딸 앞에서 괴물 흉내를 냈다. 딸은 내가 두 손을 올리며 살짝 괴물 흉내를 내자 고분고분 양치를 했다.


자야겠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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