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화(somatization)의 정의는 의학적인 검사에서 정상 소견이 나왔음에도 신체적 고통을 호소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상당한 고통을 호소하지만 남들은 알아주지 않을 뿐만 아니라 꾀병 부린다고 말하니 신체화를 경험하는 환자들은 더 고통스럽고 고립감을 느낍니다.
이러한 심리적 고통은 다시 신체적 고통을 가중시킬 수 있고, 이런 상황이 만성화되면 신체적인 질병이 발생하기 쉽습니다.
몸과 마음은 하나입니다. 복잡한 철학적 설명이 필요치 않습니다.
마음이 아프면 대개 몸도 아프기 쉽고 반대도 마찬가지입니다.
신체화를 경험하는 경우 심리적인 요소들이 관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DSM-IV에 기재됐다가 DSM-5로 넘어오면서 삭제된 정신장애인 화병이 그 예입니다.
한국인의 우울이 갖는 고유한 특색을 화병이라는 진단에 집약하려는 시도가 있었는데요.
두통, 소화불량, 가슴 뜀, 목이나 가슴의 덩어리 뭉침 등 신체적인 요소가 화병의 증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우울함이 주관적 우울감이 아닌 신체 증상으로 먼저 경험되기 쉽다는 게 화병의 특징이 아닐까 싶어지는데요.
우울감이 심할수록 이 신체 증상의 빈도나 심각함이 증가하게 되고 실제로 협심증을 비롯한 심혈관 질환, 위궤양과 같은 위장관련 질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신체적인 질병을 의학적 치료를 통해 완화시킬 수 있다 하더라도 심리적인 증상에 대한 치료가 병행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는 화병뿐만 아니라 제가 지닌 디스크(=추간판탈출증)처럼 만성통증의 경우에도 해당합니다.
디스크는 엄밀히 말하면 신체화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의학적 이상이 관찰됐으니까요.
하지만 이러한 경우라 하더라도 포괄적인 의미에서는 신체화에 해당될 수 있겠는데 디스크라는 만성통증에 뒤따르기 마련인 불안이나 우울 증상, 그리고 기분 증상과 관련 있는 건강에 대한 신념, 미래에 대한 신념, 자기 자신의 대처 능력에 대한 신념 등이 신체적 통증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이런 점 때문에 MBSR(마음챙김에 기반한 인지치료), ACT(수용전념치료), CBT(인지행동치료)와 같은 심리치료가 만성 통증 완화에 도움이 되는 evidence-based therapy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특히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늘 활성화돼 있는 default mode network를 일시 중지 시키고 호흡과 신체 감각에 보다 집중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는 MBSR 같은 프로그램이 만성 통증 완화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되는 것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공부해야 할 부분입니다.)
제가 디스크로 인한 만성통증에 대한 우려를 늘 달고 사는 사람이고 나이가 들어갈수록 만성통증에 시달리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바, 이런 부분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갖고 이 분야의 스페셜리스트가 되는 것이 개인의 삶에 있어서 큰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한국에 얼마나 많은 만성통증 환자들, 의학적 처치로 별 개선을 보기 어려운 환자들이 있을까요. 이들을 위해 심리치료자들이 그간 해온 것들이 뭐가 있는지, 이런 쪽으로도 공부를 해봐야겠습니다.
ref)
https://www.health.harvard.edu/blog/psychology-low-back-pain-201604259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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