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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심리학/상담 및 심리치료

상담 및 심리치료 대인과정 접근 4장

by 오송인 2019. 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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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장에서는 저항에 관해 다루었다. 상담 초기의 저항을 잘 다루지 못 하면 상담 진행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이 부분을 책의 서두에 다루는 것 같다. 4장에서는 내부로 초점 맞추기이다. 내담자의 염려와 관심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상담 목표 설정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하지만 상담에 오는 사람 중 어떤 사람은 자신의 문제를 들여다 보기보다 문제의 원인을 외부 귀인하는 데 익숙하다. 이런 경우 상담자는 내담자의 주관적 경험을 존중하되 똑같이 외부 귀인하지 말아야 한다. 다른 사람의 행동은 변화시키는 것이 대개 불가능하다.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자신뿐인 상황에서 내담자의 외부 귀인에 동참하는 것은 내담자의 무력감을 심화시킬 수 있다. 


"지지적이고 비난하지 않는 방법으로 상담자는 내담자가 다음과 같은 질문에 대해 생각해보도록 돕는다. '어떻게 내가 나의 어려움에 기여하고 있는가?' 이것이 가능해지면, 내담자는 자신이 스스로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을 갖고 있고, 다른 내적인 대화법과 행동적인 반응을 할 수 있음을 인식할 수 있다." 173쪽.


내부로 초점 맞추는 것은 초보 상담자와 내담자 모두에게 어려운 일이다. 초보 상담자는 자신의 수행 불안 때문에 내담자의 염려에 초점 맞추지 못 한 채 친구 역할을 하기 쉽다. 가령, "걱정하지 마세요. 의사가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찾아낼 거예요. 다 괜찮아질 거예요."와 같은 반응을 하게 되는 것인데, 이것은 내담자의 염려에 초점 맞추는 것이 아니라 상담자 자신의 불안을 완화시키기 위한 반응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책의 예시는 다음과 같다.


"의사는 아직 진단을 내릴 수 없어서 무엇이 잘못된 건지 말할 수 없어요. 아직 무엇을 기대하고 준비해야 할지 몰라요. 그러니 당신이 겁나는 것은 당연해요. 자, 함께 두려움을 탐색해보고 가능한 진단을 내려 봅시다." 179쪽.


수행 불안이 아니더라도 상담자가 내담자의 문제를 '고치거나 해결해야 한다'는 잘못된 신념을 갖고 있는 경우 내부로 초점 맞추는 것이 어려워질 수 있다. 완전히 실패해 버린 다문화 이주 여성과의 상담에서 내가 지녔던 생각이 바로 이런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내담자가 지닌 문제들에 압도돼 버렸고 상담은 처참한 실패로 끝났다. 이제 와서 그 상담을 돌이켜 보면 무엇이 내담자를 힘들게 하는지 좀 더 명확히 말할 수 있게 돕고, 내담자가 스스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더 살폈어야 했는데 이러한 것이 전혀 되지 않았다. 내담자가 자신의 문제를 충분히 고민해 볼 수 없다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선택할 수도 없고 상담의 주요 목표 가운데 하나인 자기효능감을 발달시킬 수도 없다. 상담자는 


"전체 상담과정을 통해 문제가 되는 상황에서 내담자가 하는 자신의 내적 반응과 대인관계 반응에 대한 자각을 확장하도록 계속적으로 도와야 한다. 비록 이런 '자기통제 기법'은 상담자와 내담자 모두에게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실질적인 변화가 일어나기 위해서는 필요하다. 내담자가 내부로 초점을 맞춤에 따라, 원하지 않았던 감정, 병리적 신념, 그리고 상담자와 다른 사람들이 상처를 주는 반응을 할 것이라는 기대들이 나타나게 되는데 이것들이 다루어져야 할 것이다." 181쪽.


내부로 초점 맞춘다는 것은 취약해지기를 선택한다는 것이다. 특히나 외부 귀인에 능숙했던 사람일수록 자신에게도 '지분'이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렵고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그러한 선택에서 위협감을 느끼기 쉽다. 그래서 대부분의 내담자 역시 내부로 초점 맞추는 것을 어려워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상담자가 비방어적인 태도로 상담 관계의 안전감 형성에 주력했다면 내담자가 상담에서 마음을 열고 자신의 취약성을 드러내는 게 한결 수월할 수 있다. 


개인 경험에 비추어 봐도 내담자와 상담자 모두 상담에서 안전감을 경험할 수 있을 때라야 상담에서의 진전과 변화가 가능하지 않나 싶다. 안전감이 없으면 내부로 초점 맞추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 안전감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앞서 언급했듯이 상담자가 비방어적인 태도를 갖는 게 무엇보다 중요해 보인다. 즉, 내담자가 분노하거나 공격할 때 그러한 감정을 holding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책으로 배워 알고 있었지만 실제 상담 경험을 통해 배우니 그 의미가 더 깊게 느껴진다. 공격해도 상담자가 보복하거나 철수하지 않는다는 것을 내담자가 알게 되면 


"내담자는 자신의 방어를 '내려놓고' 자신이 감추려고 애썼던 것들에 대해 이해하고 느낄 수 있게 된다. 이것은 개인적인 힘의 증진을 위한 기회가 된다. 그들은 더 이상 이전에 생존을 위해 필요했던 오래된 대처 전략과 믿음에 따라 행동할 필요가 없다. 내담자는 이제 어떤 믿음과 대처 전략을 취하고 버릴지 보다 신중하고 명확하게 선택할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되며, 또한 자기 자신이 되면서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새로운 방식을 발전시킬 수 있게 된다." 184쪽.


이 장의 후반부에는 내부로 초점 맞추면서 변화의 주체가 내담자가 될 수 있게 상호작용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 어떤 식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쉽게 알려줘서 이해가 잘 됐다. 


"무엇이 최상인지 알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다른 사람에게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망상이다." 187쪽.


이런 망상은 상담자의 자기애적 속성의 발현이라는 저자의 말이 인상적이다. 내담자 스스로가 내부로 초점 맞출 수 있게 돕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하는 말로 받아들였다. 지시적인 접근으로는 내담자의 속사정을 제대로 알 수가 없고 자기효능감을 높인다는 상담의 근본 목적에도 위배됨을 배웠다.


의존성이 강한 내담자에게 지시적인 접근을 하면서도 언어적 내용으로는 자율성을 강조해서 내담자를 화나고 우울하게 만드는 안나의 사례(197-98쪽)가 나오는데, 상담자로서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어서 특히 눈여겨 읽었다. 이러한 실수를 어떻게 만회하여 협력적인 동맹을 재정립할 수 있었을까는 지금도 고민하게 된다. 


내담자가 내부로 초점 맞출 수 있게 돕는 한 가지 방법으로 내담자의 불안을 추척하는 단계가 설명돼 있다. 특히 상담 관계에서 불안이 유발된다면 논의되고 있던 주제가 무엇이었고 상호작용의 양상이 어땠는지를 알아차리는 것이 내담자에게 불안을 야기하는 관계 패턴, 병리적 신념, 이에 수반되는 감정들에 대한 작업가설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상담 관계 안에서 그러한 신념이나 기대에 반대되는 상담자의 반응을 보이며 교정적 정서체험을 제공하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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