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머리 독서법이란 어떤 것일까 궁금해서 읽어 봤습니다. 주요 온라인 서점에서 늘 상위권에 랭크돼 있으니 자연스레 호기심이 생기더군요.
그런데 제가 간과한 것이 있으니 이 책의 대상이 초중고 자녀를 둔 부모님이라는 점입니다. 네. 이 책은 성인 학습자를 대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입시라는 미로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부모님과 학생을 위한 책입니다.
주요 내용은 아이의 언어 능력이 입시 성패를 가늠하니 언어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 어릴 때부터 책과 친해질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라는 것입니다.
수능을 본 지가 너무 오래 돼서 지금 대학 입시 제도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습니다. 수능 점수뿐만 아니라 학생생활부 기록, 대외 활동들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는 것밖에 아는 게 없습니다.
이렇게 다차원적으로 평가하다 보니 사교육의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고, 이로 인해 없는 집에서 태어난 아이는 교육을 통해서 계층 상승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 당하게 됩니다. 계급의 대물림이죠.
그런데 이 책에서 흥미로운 것은 사교육의 효과가 중2 정도 되면 사라진다는 것입니다. 대학 입시와 근본적인 관련이 있는 것은 언어 능력인데, 사교육을 통해서 이 언어 능력을 함양하는 것은 지금과 같은 학교 및 학원 시스템 속에서는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부모들이 알아서 book friendly한 가정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주장을 펼침으로써 부모님들의 불안한 마음을 달래는 것처럼 보입니다.
책을 통해 반 꼴찌에서 상위권으로 단숨에 도약한 저자의 경험과 그간 독서교육 현장에서 부모 및 아이들과 몸으로 부딪히며 경험한 노하우들을 섞어서 말하기에 꽤 그럴 듯하게 들리고 저도 아이들에게 책을 더 많이 읽어줘야겠다고 생각하게 되네요.
하지만 책과 친한 아이들이 언어 능력이 올라가서 공부를 잘하게 되고 대입에서 선방할 수 있다는 논리는 현상에 대한 너무 단순한 인과설정이 아닌가 라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단순한 인과라면 아마 사회과학자들이 연구하기도 전에 부모님들이 먼저 경험적으로 알고 실천했을 가능성이 높죠.
실제로 대입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변수들에는 부모의 학력 수준과 직업지위, 부모의 실제적 관여, 자녀와 부모 간의 애착 안정성 정도, 자녀 스스로의 실제 학업 성취 수준 및 교육 열망 등이 있습니다(이 글 참고). 책 많이 읽으면 공부 잘하고 대학 잘 갈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설명은 설득력이 있을지 몰라도 실제 현상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에 지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저자가 오히려 독서교육이라는 사교육을 조장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어요. 이 책이 잘 팔리면 누가 제일 이득일까요? 당연히 이 책 쓴 저자겠지요? 부모님들이 돈 보따리를 싸들고 저자에게 가서 우리 아이도 책과 친해질 수 있게 도와주세요. 할 가능성이 높아지지 않겠습니까.
이런 비판적 시각에도 불구하고 저는 낮은 계급에 속한 이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 바로 저자의 방법이라는 데 견해를 같이 합니다.
그게 실제적인 학업성취도로 연결이 되지 않을 가능성도 높습니다. 왜냐하면 앞서 언급한 대로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너무 많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언어적 능력은 후천적 학습으로만 설명되지 않습니다. 이것도 부모에게 유전적으로 물려 받는 부분이 커요. 후천적으로 올라갈 수야 있겠지만 올라갈 수 있는 한계는 유전적으로 정해진다고 보는 입장입니다. 부모의 언어적 유전자의 한계가 평균상 수준인데 아이가 우수 수준의 언어적 능력을 성취하기란 불가능하지 않다 하더라도 매우 가능성이 낮다는 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릴 때부터 책과 친해질 수만 있다면 스스로가 지닌 지적 및 계급적 한계 안에서나마 가능한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들이 늘어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살아가며 경험하는 어려움들에 보다 탄력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끔 하는 힘을 길러주는 주요한 경험이 바로 독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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