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릿이 무엇인지 저자의 말을 직접 들어보자.
“그릿이란 한 번에 한 걸음씩 계속 나아가는 것이다. 흥미롭고 목적이 뚜렷한 목표를 굳건히 지키는 것이다. 매일, 몇 주씩, 몇 해씩 도전적으로 연습하는 것이다. 일곱 번 넘어지면 여덟 번 일어나는 것이다.”
이 책은 지속적이고 도전적인 연습을 통해 과제의 난이도를 조금씩 높여가며 상위 목표를 달성해 나가는 과정을 강조한다. 내가 이해하기로는 과업완수의 중요성에 관한 이야기 같다. 목표 위계의 사다리를 올라가는 것은 곧 그때그때마다 주어진 과업을 완수하는 것의 다름이 아니다.
시작한 일을 마무리짓는 능력이 있어야 타고난 재능이 성취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는 점이 저자가 말하는 핵심이다. 즉, 성취는 재능과 (과업을 완수하려는) 노력의 콜라보레이션이다. 저자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하는 공식도 있다.
재능 X 노력 = 기술
기술 X 노력 = 성취
저자가 수많은 사람을 인터뷰하고, 마틴 셀리그만에게 사사하며 10년 이상 연구한 결과의 정수가 이 책에 녹아 있는 듯하다.
타고난 머리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책상에 오래 앉아 있을 수 있게 하는 엉덩이의 무게가 진정한 공부머리를 결정한다고 봐 왔기 때문에 저자의 주장이 그다지 새롭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더욱이 최소한 지능만 높고 보면, 노력으로 가닿을 수 있는 상한선이 있고 이 상한선은 유전으로 결정된다고 보는 입장이기 때문에, 노력에 방점을 두며 노력하면 못 이룰 게 없다는 뉘앙스로 말하는 저자의 견해를 걸러서 받아들이게 된다.
서양이든 동양이든 우리네 문화가 타고난 재능에만 지나치게 강조점을 두기 때문에 저자는 노력에 무게를 실으려 하고 있고, 노력하면 다 된다라고 극단적으로 말하고 있진 않지만, 그런 뉘앙스가 강하게 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 같다.
어쨌든 노력해 보지 않으면 그 상한선이 어디인지조차 알 수 없기에, 나 또한 재능이 있든 없든 최대치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결론 내리는 쪽이다. 결국 저자와 결론은 같다. 거듭 좌절하더라도, 간절함이 있다면 계속 도전해 봐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노력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들의 위계와 상위 목표의 특성에 관한 언급에서 특히 배울 점이 있다. 이를 테면,
“시작한 일을 예외 없이 반드시 끝내려다가 더 나은 기회를 놓칠 수 있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한 가지 활동을 중단하고 다른 하위 목표를 선택하더라도 궁극적인 관심은 여전히 굳건히 고수하는 것이다.”
“상위 목표는 잉크로 쓰더라도 하위 목표는 연필로 써야 한다.”
“목적 개념의 핵심은 우리가 하는 일이 자신 외의 사람들에게도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상위 목표는 나 자신뿐만이 아니라 타인의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되는 것일 때가 많다고 가이드해주고 있고, 하위 목표들의 달성을 경직되게 고수할 게 아니라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수정이나 포기가 필요할 수도 있다고 말하는 게 현실적이다.
최근에 시간 압박으로 인해 그래머 인 유즈 10회 낭독 중 6회까지 하고 쉬는 상태이다. 그래머 인 유즈 책 필사도 2/3 정도 완료하고 쉬는 중이다. 그렇다고 영어공부를 평소보다 덜 하는 것은 아니기에 때로는 유연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부분이 와닿았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저자의 말도 울림이 크다.
“예컨대 단 하나의 중요한 상위 목표에만 전념한 그 세월이 내가 아직 측정하지 못한 대가를 치른 결과인지는 알지 못한다.”
워커홀릭하여 대단한 성취를 이루어낼 수 있지만, 워커홀릭이면서 충실한 아빠이긴 어렵다. 영어와 결혼했느냐는 핀잔을 들을 정도로 자나깨나 영어 생각뿐이다(핀잔을 했으나, 내 평생 써본 적이 없는 고가의 무선 이어폰을 최근에 아내가 사줬다. 대인배다.). 결국 모든 것이 우선순위의 문제다. 현재 우선순위는 영어이고 ‘아직 측정하지 못한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는데, 스스로의 선택이니 감내해야 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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