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도 건강한 습관이 중요함을 설파합니다. 주식투자가 타이밍에 따른 매수/매도로 일희일비하는 주식투기와 어떻게 다른지 강조하고 있기도 하고요.
커피값 담배값 술값 아껴서 적은 돈이라도 일정한 돈을 기회 될 때마다 주식에 투자하는 날마다의 실천을 강조하는 점이 배울 만하고, 이를 위해서는 주식을 투기의 대상이 아닌 장기적 노후 대비 플랜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게 이 아저씨 주장입니다.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가 건전하고 이제까지 큰 낙폭 없이 안정성을 유지해 온 기업의 주식을 틈틈이 매수하여 주식시장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10년 20년 고이 묻어둔다는 심정으로 주식을 대해야 한다는 것 같네요. 주식은 1도 모르지만 그 논리가 공감이 되고요.
존리 아저씨 주장 중에 공감이 되는 다른 부분은, 특히 사교육에 들어가는 돈을 장기주식투자로 전환해야 부모와 자녀 모두가 더 행복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일전에 공부중독이란 책을 소개한 바 있는데 공부중독을 쓴 엄기호와 하지현도 존리 아저씨와는 다른 맥락이긴 하지만 사교육의 폐해를 재차 강조하며 동일한 결론을 내리고 있습니다. 사교육에 들어가는 돈을 노후 대비에 쓰라는 것이죠. 똑똑한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같은 얘기를 하니 이러한 주장이 더 신뢰롭게 들립니다. 저희 부부는 아이가 공부에 흥미를 보이지 않는 이상 사교육에 돈을 쓰지 않을 것이라는 데 의견 일치를 봤고요.
노후를 준비하기 위해 수입의 일정부분을 반드시 퇴직연금펀드에 투자하라고 합니다. 원금보장에 목매지 말고 펀드든 주식이든 장기투자를 하라고 다시 한 번 강조하든데, 사람들이 원금보장을 선호하는 데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주식이나 펀드보다는 원금이 보장되는 형태(ex. 적금)를 선호하는 데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 예를 들어 주식이 일종의 투기라는 사람들의 선입견을 차치하더라도, 저자도 말하듯이 외국과 달리 국내 기업구조가 전근대적이어서 시장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힘들고 불안정성이 높다든지 하는 문제들 때문에 주식 투자를 꺼리게 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됩니다.
장기적으로 주식 투자를 해야 한다면 차라리 외국 우량 기업(ex. 스벅)에 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투자를 위해서라기보다 투자 방법을 배우기 위해 아주 소액의 돈이라도 지속적으로 주식을 사모으는 데 써야겠다고 생각하게 되네요.
“주식에 직접 투자하건 펀드로 투자하건 가장 중요한 점은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식은 사고파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모으는 것이다."
"좋은 기업의 주식을 흔들림 없이 보유하는 것, 그것이 훌륭한 투자가가 되는 가장 확실하고 유일한 방법이다."
존리는 철저하게 자본주의 예찬론자입니다. 자본과 노동의 “유연성”을 강조하는 부분은 전형적인 신자유주의자의 논리죠.
자본가/노동자 이분법을 깨고 노동자도 주식 투자를 통해서 자본가가 될 수 있다는 식의 논리에는 헛점도 있어 보입니다. 노동자가 주식 투자를 통해서 자본가가 될 수 있나요? 전 왜 코웃음이 나오는지 모르겠습니다. 자본가의 입장 자본가가 생각하는 방식을 경험해 볼 수야 있겠지만 그렇다고 자본가가 되는 것은 아니죠.
또한 메리츠자산운용의 대표로서 자본주의의 이점과 개인의 노력을 중시하는 것은 자연스럽지만, 주식투자하면 누구나 탄탄한 노후준비 할 수 있을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걸러 들을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장기투자가 단타로 매도/매수하는 것보다야 돈에 대한 건강한 접근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것이 꼭 안정적인 노후를 보장해 준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탄탄해 보이는 기업이 하루 아침에 망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없는 변수들이 너무 많습니다. (물론 존리도 주식을 매도해야 할 때를 언급하고 있긴 합니다. “1. 경영진이 비도적적으로 변질되었다거나, 2. 주가가 기업의 실제 가치보다 훨씬 높은 가격대까지 이유 없이 폭등한다거나, 3. 시대와 기술의 변화로 제품이 소용없어지는 등 기업 자체의 상황이 바뀌는 경우.”)
존리의 뼛속 깊은 자본주의 정신에는 공감 안 되는 부분이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로 일하면서도 주식 투자를 통해 자본가의 입장을 경험해 보며 자본주의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은 분명하죠. 대단한 노후 보장성 소득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자산을 늘릴 수 있는 방법으로 부동산은 가능성이 낮고(ex. 일본의 부동산 버블이 어떻게 됐는지를 예시로 보여줍니다), 주식 투자와 같은 방법을 활용하라는 존리의 말은 귀기울여 들을 만합니다. 아울러 주식 투자 이외에도 시스템이 스스로 굴러가며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어떤 식으로든 노력을 쏟을 필요가 있다는 생각입니다(ex. 애드센스). 주식이나 애드센스나 핵심은 같다고 보고요.
"부를 형성하는 최고의 방법은 돈이 스스로 일하게 하는 방법을 깨닫는 것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사람이 노동을 통해 벌 수 있는 돈에는 한계가 있다. 노동력을 일할 수 있는 시간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돈은 잠도 안 자고 피곤한 줄도 모르며 계속해서 일할 수 있다. 내가 어떤 기업의 주식을 가지고 있다면 그 회사의 직원들은 내가 쉬거나 자는 동안에도 나의 노후를 위해 열심히 일한다."
주식에 대한 관점 전환도 전환이지만, 본인이 배우고 깨달은 바를 통해 다른 사람의 삶을 더 나아지게 하려는 태도가 이 사람의 강점이고 배울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사람의 주장과 논리가 상황의 단편만을 부각한다고 느꼈지만 자기 생각에 대한 굳건한 믿음("경영진과 직원들을 신뢰하고 자본주의를 믿어라!")하에 확신에 차서 주장을 설파한다는 느낌이고 사람들을 변화시키는 힘이 있다고 여겨집니다. 당장 저부터도 (초)소액의 주식투자를 시작할 생각이니까요. 노후 대비 차원은 아니지만, 그간 돈에 너무 무지했음을 시인하고 내가 사는 자본주의 세상을 이해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사실 신자유주의의 병폐가 뿌리 깊은 것이지 자본주의 자체는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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