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하루하루/일상

The Year in Good News

by 오송인 2020. 12. 25.
반응형

www.nytimes.com/2020/12/23/podcasts/the-daily/2020-good-news.html

 

팟캐스트 듣다가 올해의 제 굿뉴스는 무엇일지 생각해 봐요.

 

올해의 굿뉴스라 하면 일단 가족 모두가 건강한 것이 아닐까 해요. 특히 아이들이 건강하게 잘 크고 있다는 점이 대단히 감사한 일입니다. 작년에 비해 올해 와이프와의 관계도 한층 좋네요. 전 못 느끼고 있었는데 와이프가 그렇다고 합니다. ㅎ 그리고 일을 계속 할 수 있다는 것도 IMF 때보다 더 힘들다는 지금 같은 시기에는 감사한 일이죠. 

 

가족과 일 모두 무탈한데다 올해 상담심리사 2급 자격도 취득하고, 수퍼바이저로서 매주 꾸준히 수퍼비전함으로써 매너리즘에 빠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었네요. 너무 달려서 연말에 좀 소진되는 부작용을 경험하기도 했지만요. 원서 읽기를 중심으로 한 영어공부도 1년 내내 평일/주말 가릴 것 없이 열심히 했고 확실히 1년 전에 비해 독해에 대한 거부감이 많이 줄었어요. 

 

무엇보다 '이렇게 살면 안 된다'는 것을 몸과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전환점이 된 한 해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30대가 원래 커리어의 밑바닥에서 위로 상승하기 위해 가장 가열차게 일하는 시기라고 하는데, 뭐든 밸런스의 문제라 우울이나 짜증 지수를 높이면서까지 열심히 사는 건 참 바보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특히 상담심리사 면접 발표 기다리던 10일 동안 피곤해 하며 애들에게 짜증을 많이 냈는데 어른답지 못했고 그깟 자격증이 뭐가 중요해서 이러나 싶을 때가 있었어요. 그럴 바에야 그냥 현재 수준에 머무는 게 낫다는 일종의 통찰을 경험했고요.; 그렇게 일에 매달려 사다리 위로 올라가 봤자 결국엔 가족과 소원한 아빠밖에 더 될까 싶기도 했고요. 그게 제 가치에 부합하는가 곰곰이 생각해 봤고, 머리가 우유부단하게 결정을 못 내리고 있을 때 몸이 아니라고 명확하게 알려줬어요. 

 

그렇다고 아이들과 놀 때 마냥 즐겁진 않아요. 해야 할 일이 많은 상황에서 내 욕구와 관심사를 제쳐 놓고 아이와 즐겁게 논다는 것은 오은영의 말처럼 의존욕구가 제대로 채워지지 못 했던 사람들에게 쉬운 일은 아니에요. 그럼에도 그 시간들이 커리어보다 의미가 있다고 느끼기 때문에 내년에는 아이들과 와이프에게 더 집중하는 방법을 찾으려 해요. 일단 3~4개씩 돌아가는 스터디부터 줄여야 하는데, 스터디 중독자인 저이기에 가능할지 모르겠어요..

 

일과 학업 혹은 일과 사랑의 밸런스를 어떻게 맞출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이 대학생 때부터 화두였는데, 둘 다 잘 하려 했기 때문에 애초에 밸런스라는 것을 생각하지 않으려 했던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뭘 하나를 하려면 다른 하나를 포기해야죠. 다 가지려는 것은 욕심이고요. 무엇을 포기할지 결정하려면 심리치료에서 늘 강조하듯 자기 욕구와 감정을 천천히 들여다 볼 수 있어야 하고요. 중이 제 머리를 못 깎는다고 이 당연한 사실을 받아들이기까지 멀리 돌아온 느낌입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