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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서평

못 참는 아이 욱하는 부모 / 오은영

by 오송인 2020. 1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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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글에서 밝혔듯이 이 책은 올해 제가 읽은 50권 남짓한 책 중에서 별 다섯 개 만점을 준 세 책 중 하나입니다.

 

첫째가 태어나고 많은 변화가 있었고 꽤 적응했다고 생각했을 때 둘째가 태어났습니다. 첫째 때 경험한 게 둘째 때 겪게 될 어려움을 완충시켜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지만 오은영 말대로 둘째는 둘째 나름의 고충이 있고, 경험을 통해서 완숙해진다기보다 모든 셋팅이 초기화되면서 다시 한 번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그 시행착오는 꽤나 괴로운 것이었습니다.

 

육아가 힘들다는 것은 다들 아는 것이지만 머리로 아는 것과 직접 경험은 별개의 차원입니다. 집에 6시 반이면 도착하니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평일에는 대략 4-5시간 정도이고 주말에는 내내 같이 있습니다. 1365일 같이 지내는 와이프에 비하면 개인 시간도 많고 감정적 환기의 시간이 충분함에도 괴로운 건 괴로운 것이었습니다.

 

오은영의 이 책을 읽으니 제가 괴로웠던 것은 결국 아이들 문제가 아니라 제 문제임을 새삼 뼈 아프게 자각하게 됩니다. 제가 지닌 인격적인 미숙함이 첫째 때와 다름 없이 둘째 때도 불거져 나온 것임을 다른 전문가의 말을 통해 자각하니 상당히 아팠습니다. 나의 욱은 어느 정도일까 체크하는 체크리스트가 있는데 저는 경계선 수준으로 나오네요.

 

성격적으로 저는 굉장히 급한 편에 속하고 매사 통제가능성에 무게를 두어 행동하는 편인데 육아는 아시다시피 이런 성격과는 상극입니다. 아이들이 어디 제 말대로 행동하나요. 제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건 그나마 제 행동뿐인데 이걸 42살 아이들에게 적용하려 하니 욱하지 않는 게 이상합니다. 주로 첫째에게 많이 욱했는데 와이프가 약 좀 먹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핀잔을 줄 때가 많았네요.;

 

아이의 행동이 화를 내서 고쳐지는 것이라면 화에도 유용함이 있다고 자기합리화할 수 있겠지만 오은영이 보기에 화는 무용할 뿐만 아니라 해악입니다. 화를 내서 긍정적으로 변화되는 건 없으며 아이의 마음에 비수만 꽂을 뿐입니다. 아이의 행동에 감정적으로 반응하기보다 내 감정이 안정된 상태에서 올바른 방향을 가르쳐주고, 부드럽고 단호한 목소리로 될 때까지 반복하여 가르쳐주면서 기다리는 것이 오은영이 말하는 훈육에 가깝습니다.

 

의존욕구와 관련된 제 안의 해결되지 못 한 문제뿐만 아니라 융통성 없이 빡빡하게 짜놓은 스케줄이 문제임을 느끼고 우선 후자부터 조정 중입니다. 오은영이 말하기를 아이가 아빠와 함께 할 권리가 피로감을 수반한 내 쉼의 욕구보다 우선입니다. 상위 레벨의 도덕을 따르라는 부분이 인상 깊었습니다. 아이가 아빠와 놀 권리가 우선이라고 하니 피로하지 않게 스케줄을 조정하는 것이 보다 성숙한 부모의 자세겠죠.

 

보다 근본적으로 제 성격적 미숙함을 들여다보고 아이에게 화내는 상황과 빈도를 모니터링하여서 개선하고자 노력해야 할 의무가 있음을 이 책을 통해서 배웁니다. 이 책의 말미에 제시된 아래 세 문장을 날마다 되새기는 것도 루틴으로 만들려 합니다.

 

- 첫째, 나는 오늘 무슨 일이 있어도 욱하지 않겠다.

- 둘째, 아이는 절대로 예쁘게 말을 듣지 않는다.

- 셋째, 가르친다고 혼내는 것은 가르침이 아니다.

 

막연하게만 느끼고 있던 변화의 필요성을 감정적으로 느끼게 하고 실제로 변화를 가져온 책이라 제게는 2020년 올해의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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