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분량에서는 resignation type이 ‘moving away from’ 하는 방식으로 반응하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그 중 발달력에 관한 이야기가 와닿습니다. 호나이는 부모가 너무 자기중심적이어서 아이의 욕구를 이해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기분의 부침이 심하고 아이가 부모의 정서적 욕구를 충족시켜야 하는 방식으로 반응해야 할 때가 많은 등 아이가 한 개인으로 성장하는 데 필요한 정서적 지지를 얻지 못하는 경험을 반복할 때, 다른 사람에게 삼켜지는(engulf, 포로가 된다는 뜻도 있습니다) 것에 대한 두려움과 함께 외부로부터 오는 모든 요구 및 제약을 거부하고 자유(freedom)를 추구하는 결과로 이어졌을 수 있다고 봅니다. 아이가 타고난 기질적 특성도 고려해야 하겠지만, 이러한 발달력은 resignation type을 공감적으로 이해하는 좋은 출발점이 되는 듯해요.
모든 요구나 제약으로부터 벗어나 독립성과 내적 갈등이 없는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이 유형을 지닌 사람의 제1 목표이지만, 이에 따르는 반대 급부가 이들의 삶을 무기력하게 만듭니다. 즉, 다른 사람에게 이해받고, 서로 간에 경험을 나누며, 사랑, 연민, 보호 받고 싶다는 욕구를 충족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게 됩니다. 사회적으로 고립될 뿐만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구나 지닐 법한 이런 욕구(ex. 애정욕구, 인정욕구)들을 부인하기 때문에 자기소외가 극심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욕구를 부인하니 삶의 목적의식을 갖기 어렵고, 자신만의 내적 공상에 몰두한 채 어떤 노력이나 열정도 냉소/조소로 반응하기 쉽습니다. 낸시 맥윌리엄스도 정신분석적 진단에서 바로 이 점에 대해 말한 바 있습니다. “많은 관찰자들이 분열적인 사람들은 초연하면서도 은근히 빈정거리고 경멸하는 태도를 보인다고 말한다.”
self-expansive type처럼 직간접적으로 다른 사람보다 우위에 있는 듯한 태도를 보인다 하더라도 이것이 통제나 숙달감 추구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이와 비슷하게, 때로는 다른 사람의 요구에 부합하고자 애쓰는 모습을 보일 수 있지만, 다른 사람에게 맞춤으로써 예상되는 공격을 피하기 위함이지 self-effacing type처럼 다른 사람에게 헌신하기 위함이 아닙니다. self-expansive/self-effacing type과 달리 자기 내면의 당위(should)에 따라 적극적으로 행동하기를 거부하는 이들의 특성을 읽을 수 있습니다. 이들의 모든 행동은 스스로의 욕구나 감정으로부터 거리를 둔 채 어떤 내외적 갈등도 만들지 않으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일종의 심리사회적 진공상태를 만들어 내는 것 아닐까 싶어요.
하지만 호나이는 그 진공상태 안에 이들의 감정이나 욕구가 봉인된 성소 같은 것이 존재한다고 보는 듯합니다. “The resigned person wants to keep his feelings strictly in the privacy of his own heart." 다른 사람의 감정과 욕구도 정서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고 보고요. 치료자와의 관계에서도 자유를 추구하며 정서적인 관여를 꺼리기 쉽고, 자신이 치료자에게 삼켜짐으로써 individuality를 잃게 될 것에 대한 두려움이 클 수 있습니다(ex. 치료자의 편견에 그 자신이 재단 당하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공상태를 추구하는 이유와 삼켜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 치료자가 공감할 수 있다면 이들의 비관여적인 태도를 존중하면서도 이들의 성소 안에 봉인된 감정 경험을 되살릴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데 도움이 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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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14 - [clinical psychology/정신병리] - [정신과 임상심리전문가의 정신장애 이야기 #22] 분열성 성격장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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