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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서평

정리의 힘 / 곤도 마리에

by 오송인 2021. 4.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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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는 거의 일을 하지 않지만 제가 가끔 일하거나 공부하는 노트북 책상은 온갖 장난감에 점령당한 지 오래입니다. 요즘에는 첫째가 색종이 놀이에 몰두된 터라 책상 위에 색색깔의 색종이가 어지럽게 널려 있을 때가 있고요.

 

저는 깨끗하게 방을 정리정돈하고 사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의 균형과 조화를 유지하기 위해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물건들을 정리하고 청소도 합니다. 하지만 장난감에 점령당한 이후로는 이런 의욕을 발휘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설거지가 해도 해도 끝이 없는 네버엔딩 스토리이듯 아이들 있는 집의 물건정리는 시지프스가 밀어올리는 공과 같습니다. 문자 그대로 어떤 때는 형벌처럼 느껴집니다. ㅎ

 

어떻게 하면 이런 난국을 타개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에 만난 책이 정리의 힘입니다. 이 책의 요지는 한 줄로 설명이 됩니다. 만져서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 쉽죠? 물론 정리의 순서(의류, 책, 서류, 소품, 추억 순)라든지 노하우가 소개돼 있긴 하지만 핵심은 만져서 설레지 않는 물건을 한 번에 모두 버리는 것입니다.

 

이 언명에 따라 책상 위 작은 서랍들에 들어 있는 안 쓰는 물건들을 모두 버리려 했다가 와이프에게 혼났다는 것은 안 비밀입니다. 책상 정리에 실패한 이후 사놓고 한 번도 안 읽은 전공서와 한 번 읽었으나 앞으로 볼 일 없을 것 같은 전공서를 알라딘에 중고로 내놓았습니다. 감정을 건드리거나 지식을 축적할 수 있게 하거나 행동을 변화시키는 책이 좋은 책이라 여기는데 이 책은 읽은 이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힘을 지녔다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이 책의 하이라이트는 Part 5 인생을 극적으로 변화시키는 정리의 힘입니다. 정리에 관한 저자의 철학을 보여주는 부분인데 저자가 물건이나 물건이 위치한 집을 하나의 인격처럼 대하는 모습이 인상 깊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물건이 내게 온 것은 '인연'이고 '의미'가 있다고 말하는 부분이 그렇죠. "물건과의 인연도 사람의 인연처럼 소중하다. 그 물건이 당신에게 온 데는 반드시 의미가 있다." 한걸음 더 나아가 환생과 비슷한 철학을 말하기도 합니다. "물건이 버려지고 태워져도 '도움이 되고 싶다'는 에너지는 남는다. 그리고 언젠가 지금의 당신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물건, 행복하게 해주는 물건이 되어 다시 돌아온다."

 

물건에 대한 이와 같은 애정은 자기나 타인에 대한 애정과 다를 게 없다고 느껴집니다. 작은 물건이라도 그것을 인연으로 여기고 소중히 할 줄 아는 태도는 삶 전반에 대한 그의 태도와 관련이 있다고 여겨집니다.

 

또한 애정하는 물건이라도 그것의 수명이 다했거나 사용한 지 오래일 때는 작별하는 것이 그 물건에 대한 사랑임을 말합니다. 이렇게 정리함으로써 자신의 가치나 현재 중요한 관심사가 분명해지고 "자신이 진심으로 설레는 사명을 발견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하네요. 안주하던 기존의 상황에 위기를 비롯한 어떤 변화가 찾아옴으로써 시야를 가리고 있던 노이즈가 제거되고 가야 할 길이 분명해지기도 하는데, 정리와 같은 능동적 행동을 통해서도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니 오늘은 대대적인 집 정리를 해보는 게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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