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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서평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 / 김민식

by 오송인 2021. 1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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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킹을 잘하는 데 있어 통암기가 제게 맞는 방법이라는 확신이 들어서 26일째 하루 두 문장씩 누적하여 외우고 있습니다. 52문장을 외운 셈이네요.

 

독해와 리스닝에 대한 두려움은 이제는 거의 사라졌습니다.

 

독해는 설령 제 머리로는 이해가 안 되더라도 파파고 번역기를 동원하면 거의 95% 정도는 뜻을 이해할 수 있고, 리스닝은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게 느껴지지만 뿌연 안개 속에서 대체 뭘 하고 있는 건가 회의적인 마음이 드는 비율이 예전에는 열에 아홉이었다면 지금은 열에 넷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큘립스 같은 초중급 팟캐스트는 바로바로 선명하게 이해가 되니 좀 신기하기도 하고요. 호스트가 제게 말을 걸어오는 느낌이랄까요. 반면 프리코노믹스나 앤젤라 덕워쓰가 진행하는 no stupid questions 같은 팟캐스트는 여전히 잘 안 들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해처럼 리스닝도, 지속하면 언젠가 문이 열릴 것이라는 확신이 생겨서 이제 조급해 하지 않습니다. 이해 가능한 리스닝 인풋 1500시간 중 거의 600시간 정도 채운 것 같아요. 목표를 향해서 계속 나아가고 있습니다.

 

스피킹은 이에 비하면 아직 첫 계단을 오르려고 아둥바둥하는 느낌입니다. 쉐도잉도 틈틈이 해보고 랜선으로 외국인과 말도 몇 번 섞어 보고 튜터링 같은 앱도 사용해 보았으나 제게 맞는 방식이라는 생각이 잘 안 드는 상황에서, 심규열 선생님으로부터 스피킹 실력 평가를 받은 후 제시받은 숙제가, 한글 문장을 보고 바로 영어로 내뱉을 수 있을 때까지 문장을 많이 외우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의외로 귀찮음이 많은 사람이라 '한글 문장을 보며 외울 것 있나, 어차피 듣고 말하기 위해서는 뜻을 이해해야 되니 그냥 통으로 외워 버리자'라는 생각으로 11월 1일부터 하루 두 문장 누적 암기를 시작했습니다.

 

문득 이 방법이 과연 제대로 된 방법일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 이 책이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짬짬이 내처 읽어 이틀만에 다 읽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저는 이 책을 읽고 통암기 방식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됐습니다.

 

 


 

 

 

아시다시피 저자는 유명한 예능/드라마 피디이기도 하지만 PD로 일하기 전에 통번역사로 일한 특이한 이력을 지닌 분입니다.

 

이 분은 제가 이해하기로는 자신이 못난 놈이 아니며 남들보다 그래도 뭐 하나는 특출나게 잘하는 사람이라는 확신을 갖기 위해 영어에 매달렸다 하는데, 공감이 됩니다. 굳이 아들러까지 가지 않더라도 열등감은 좋은 동기가 되고 저도 다르지 않습니다. 

 

저자가 영어 교사였던 자신의 아버지로부터 배운 방식이 바로 교재를 통으로 외워버리는 무대뽀 방식이었고, 이 방식으로 중학교 때 효과를 크게 봤기에, 성인이 되어서도 이 방법을 고수한 것 같습니다.

 

물론 저자는 AFKN 등 영어를 많이 듣고, 한글로 번역한 후 다시 영어로 번역하며 작문도 했고, 영어 소설도 많이 읽었습니다. 독해, 리스닝, 스피킹, 라이팅 두루두루했고, 그냥 한 게 아니라 미국에 유학 온 한국 학생이라는 설정을 하여 대학생 시절에 방학이 되면 24시간 영어로 생활한 것 같습니다. 이 분은 80년대 후반 학번인데, 인터넷도 없던 시절 얘기라서 더 존경스러워요.

 


 

 

 

이 책에서 저는 시간을 대하는 저자의 태도가 너무 좋은데

 

예를 들어, 시간이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지지만 이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따라서 누구는 부자처럼 살고 누구는 빈곤하게 산다는 부분이 기억에 남습니다. 시간을 팔아서 돈을 버는 것이기 때문에 시간을 잘 활용하는 것이 경제적 소득만큼 중요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고요. 

 

시간관리 관련 글)

https://slowdive14.tistory.com/1299564

 

특히 이동 시간이라든지 비는 시간에 영어 공부를 하는 것은 영어 공부를 하는 최선의 방법입니다. 저자는 이를 짬짬이 공부라고 표현합니다. 시간을 내서 공부하는 게 아니라 비는 시간을 가능하면 영어 공부로 채워 넣는 것이 영어의 경지에 도달하기 위한 효율적인 방식이라 생각하고요. 특히 기억을 저장하는 것이 학습이 아니라 저장된 기억을 인출하는 것이 학습의 중요한 과정이라고 보는 저자는 짬짬이 배운 것을 회상해 보는 과정을 통해서 통암기를 보다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학습에서 가장 효과적인 방식 중 하나가 간격 반복 학습(spaced repetition)인 것은 수많은 논문들이 입증하죠. 인출이 안 되면 학습이 아직 안 된 것이라 할 수 있고, 길 가다가도 짬짬이 배운 것이 잘 인출되나 확인해 보면서 통암기의 절대적인 양을 점차적으로 늘려나가는 것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저도 길 가다가도 미친놈처럼 혼자 중얼거리며 배운 것을 몸에 새기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스피킹에 몰두하면서부터 영어가 학습이 아니라 운동이라는 사실을 절감하게 됩니다. 저자도 언어를 배우는 것은 지식을 쌓는 게 아니라 육체적 훈련이라고 말합니다. 한 시간씩 중얼거리며 통암기하면 배가 고파요. 지칩니다. 영어를 십몇년을 배워도 유아적인 스피킹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지적했듯이 인풋만 머리에 넣고 아웃풋을 생성하지 않기 때문이겠죠. 수영을 하려면 물에 들어가서 수영을 해봐야 하고 상담을 하려면 책만 봐서 될 것이 아니라 상담을 많이 해봐야 하고, 마찬가지로 영어도 말을 많이 해봐야 말이 는다는 것은 너무나 기본적인 이치입니다. 통암기가 문장의 구조를 자연스럽게 체화한다는 장점도 있지만 체화되는 문장의 양이 많아질수록 자동반사적으로 말을 하게 될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점이 이 방식의 매력도를 더 높이는 듯해요.

 


가장 울림이 컸던 부분은

 

"하지만 적어도 자신이 하고 싶다고 마음먹은 일은 절대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해내세요. 그런 기억이 여러분의 인생을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주춧돌이 되거든요." 이 말이에요

 

저는 뭐든지 시작하면 끝을 맺는 것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끝맺지 못할 때도 많지만요.

 

끝을 맺기 위해서는 실패도 해야 하고 좌절도 해야 하고 좀 돌아가기도 해야 하고 우여곡절을 겪게 되는데요. 끝을 맺는다는 것 자체, 즉 성과를 낸다는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이 과정에서 시행착오적으로 배우는 부분들이 한 사람의 자아강도를 강하게 만든다고 봐요. 저자가 위 인용구에서 한 말과도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끝을 맺었다고 해서 상황이 더 나아질 것이라는 보장은 물론 없습니다.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하고 유창한 영어 사용자가 됐다고 해서 유학을 간다거나 외국계 기업에 취업을 한다거나 뭐 그런 일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을지 모릅니다. 지금처럼 파트로 전전하며 매일 늦은 밤까지 보고서를 쓰고 있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상황은 변하지 않을 테지만 그 상황을 대하는 나의 태도는 많이 달라졌을 겁니다. 목표한 바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끝맺음을 하는 과정이 반복될수록 상황이 얼마나 뭐같든 간에 그 상황을 지혜롭게 헤쳐나갈 혜안과 실천력을 얻게 된다고 봐요.

 

제 영어공부의 시작은 단순히 원서를 한글책처럼 읽고 싶다는 바람이었지만 지금은 영어공부를 통해서 마음의 근육을 키웁니다. 비바람이 불어쳐도 가장으로서 버티고 설 수 있는 힘을 기르는 무공훈련이라고 생각하면서 임한달까요. ㅎ 뭐 사실 이건 너무 포장된 거창한 얘기같고, 영어공부 한 단계 올라갈 때마다 뿌듯함이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른 것과 다를 바 없어요. 그 맛에 영어공부 합니다. 같이 영어공부하실래요? 

 

https://slowdive14.tistory.com/1299683 

 

영어 대본 통암기 스터디

리딩이나 리스닝이 어느 정도 되는 사람도 스피킹이나 라이팅에서는 한없이 자신감이 없어지기 쉬운데 다른 사람 얘기가 아니라 바로 제 얘기고요. 스피킹이나 라이팅을 잘하기 위해서는 1.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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